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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그들이 명품을 사는 이유는 부자여서가 아니다

“VIP, 명품, 당신만을 위한 것…”

미디어 속 각종 광고에서는 당신이 남들과 차별된 존재임을 강조한다. 아니, 정확하게는 차별된 존재여야 함을 인위적으로 강요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정치적 영역에서는 평등권을 주장하지만, 상위 계급일수록 사회적 영역에서는 불평등을 주장한다.

그들과 다른 ’, 그들과는 구별되는 우리’를 위해 각종 이념과 제도적 장치들로 자신을 무장한다. 민주주의가 근간을 이루는 21세기에 계급이라는 단어는 분명 불편한 뉘앙스를 풍긴다. 하지만 우리가 의식하거든, 의식하지 않든 사회 안에는 엄연히 계층 간 불평등이 존재한다.

프랑스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피에르 브르디외는 계급 간 구별짓기’의 방식을 규명하고, 현대사회에 도사리고 있는 차별을 들추어낸다. 그는 1970년대 프랑스인의 문화양식(음악, 미술, 의상, 요리, 스포츠 등)을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계급 간에 나타나는 다름에 주목.

부르디외에 따르면 개인이 취하는 생활양식은 자율적 의지로 취사선택한 것이라기보다는 계층 간 구별을 추구하는 사회구조의의 산물인 것이다. 사회 안에서는 개인이 도달할 수 있는 정치, 경제, 문화 자본에 따라 개인의 위상이 결정되며, 그 결과 자연스럽게 계층 간 서열이 만들어진다.

그는 이러한 서열을 결정하는 데 경제력뿐만 아니라, 출신 집안과 교육 방식으로 대표되는 문화자본, 정치 영역에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으로 대변되는 정치자본 등 많은 요소가 상호작용한다고 본다. 그 결과 개인이 소유한 자본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자신의 계급정체성이 결정된다 

 

부르디외가 주장한 구별짓기는 1970년대 프랑스에만 존재한 것은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개인은 자신의 계급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또는 상위 계층에 속하고 싶은 욕망을 표출하기 위해 특정한 생활양식을 고수한다.

특히 여러 영역의 자본력을 지닌 상위 계층은 특정한 문화 양상을 통해 비()상류층과 자신이 다름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일반 의류 매장에 가기보다는 명품 갤러리를 방문하고, 축구보다는 골프를 즐기고, 대중가요보다는 클래식을 듣고, 기름진 음식보다는 채소 중심의 소식을 하는 등 생활 곳곳에서 자신들만의 양식을 추구한다. 이러한 생활 패턴은 본인이 선호해서 자발적으로 선택했다기보다는 주위를 의식하며 자신이 일반 계층과 다르다는 것을 표출하기 위해서 작용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러한 구별짓기에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우리가 취하는 행동양식이 진정으로 자발적인 기호에 따라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사회구조가 강요한 것인지를 성찰해봐야 한다. 물론 소위 '상류층'이 향유하는 고급 문화의 가치를 평가절하하자는 것은 아니며, 문화 간의 서열을 재정의하여 대중문화가 더 우월하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최소한 서로 다른 생활양식에 대한 양분화된 가치 평가가 초래할 수 있는 인간 간의 단절을 피하자는 것이다. Ahn

 

기고. 방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