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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컬처리뷰

당신의 남자친구가 롤을 사랑하는 이유

2년 전 혜성과 같은 게임 하나가 국내 게임시장에 상륙한다. NC소프트, 넥슨과 같은 덩치 큰 기업들 사이에서 국내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00일이다. 그리고 30주 동안 1위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있다(2013년 2월 기준). 게임의 이름은 바로 LOL, League of Legends이다.

대한민국의 게임 산업을 사랑하고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경영학도로서 이러한 사회 현상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LOL이라는 게임은 내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갔다. 독서 시간을 비롯해 운동하면서 쐬는 햇살과 여자친구와의 대화 시간도 빼앗아갔다. 

그럼에도 나는 LOL을 사랑한다. 수익이나 점유율 같은 수치가 LOL이 가진 게임 자체의 매력은 충분히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내 의지를 다시금 테스트하게 하고 게임 앞에서 내가 얼마나 수동적인 주체임을 깨닫게 해주는 LOL, 많은 독자들의 남자친구가 LOL을 사랑하는 이유는 게임 자체의 매력에 국한되지 않는다. 


<출처: 라이엇 공식 홈페이지>

게임이라는 산업은 사회문화와 가까운 동시에 인간의 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경영학, 정치학 같은 이론들은, 현재의 트렌드를 즉시 반영하지 못하고 늘 뒤따라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게임은 다르다. 사회현상을 바로 반응할 뿐만 아니라 사회현상을 창출하기도 하며 인간의 생활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LOL은 사회문화와의 대화를 잘하는 편이다. 

사소하면서 재밌는 사례를 바로 노홍철이라는 별명을 가진 '드레이븐' 캐릭터를 판매하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스킨판매라는 글씨를 'th킨 판매'로 표기하면서 많은 게이머들을 즐겁게 해주었다(노홍철이 '스' 발음을 'th'로 발음한다는데서 착안). 많은 사람들이 게임에 빠지면 현실세계와 단절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게임 속 세계도 일상의 연장이며 끈임없는 사회문화현상 중 하나이다. 

또 다른 사례를 희귀형 골수암을 앓고있던 미국의 한 소년 Joe에게서 찾을 수 있다. 라이엇게임즈(LOL 회사)는 LOL을 좋아하던 소년을 회사로 초청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소년이 좋아했던 캐릭터 잭스와 잭시무스 스킨을 할인 판매한 수익금 전액을 기부해 완쾌를 기원했다. 하지만 약 한 달 뒤 Joe는 사망했다. 라이엇게임즈는 Joe가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의 스킨에 "Here's to you, kid(이건 널 위한 거란다, 얘야.)"란 전용 대사를 추가했으며, 이 메시지는 현재 한국서버에서도 음역되어 한국어 음성으로도 들을 수 있다. 

 

LOL이 추구하는 주된 가치는 '사용자의 경험'이다. 개발 초기부터 이러한 가치관은 많은 부분에 영향을 주었다. 개발 초기에 게임 그래픽을 사실과 같이 구현하기 위해 그래픽 개발팀은 '샤이니 프로젝트' 진행한다. 그러나 진행 중에 게이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욕구는 현실과 같은 그래픽이 아니라 다양한 LOL을 즐기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샤이니 프로젝트'를 폐지한 후 그 역량을 다른 맵 개발에 투자한다. 그렇게해서 만들어진 맵이 바로 도미니언 맵이다. 

사실 국내에서는 비인기 맵이긴 하지만, 많은 게이머의 만족을 주려는 LOL의 노력이 게이머로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또, 미국에 있는 라이엇게임즈사 내에는 한국 PC방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곳이 존재한다. 여기서는 한국 PC방과 마찬가지로 한국 컵라면, 과자 등도 판매한다. 개발자들은 언제라도 그 곳에 들려 게임도 하고 이야기도 한다. 이러한 시도가 한국 PC방 문화에 적합한 게임이 나오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예전에 LOL이 서비스점검 시간을 넘긴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LOL은 사과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게이머들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을 게임 내 혜택으로 제공한 적이 있다. 보상에 대한 가치를 제쳐두더라도 국내 게임회사와 다른 대응에 많은 게이머들이 사소하지만 진한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홈페이지>

 
<출처: 인벤 http://www.inven.co.kr/webzine/news/?site=lol&news=46343>

LOL이란 게임은 인문학과 디자인, 그리고 기술의 접점에 존재한다. '통섭'과 '융합'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가치를 가장 잘 실현시킨 형태를 LOL이 보여준다. 게임의 선천적인 특성상 인문학과 디자인, 그리고 기술의 조화를 추구하지만, LOL은 그 이상을 보여준다. 

LOL은 그들만의 역량으로 인문학과 디자인, 기술의 조화 가운데서 수익을 창출했다. 그 예가 바로 스킨이다. 많은 게이머들이 스킨을 현금으로 구매한다. 스킨은 캐릭터의 힘에 영향을 주지않아 게임 내 승패와는 관계가 없고, 디자인 측면에서의 변화만 있을 뿐이다. 스킨이 과거의 캐릭터들이 입는 의상과 다른 점은 단지 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캐릭터의 움직임, 사용 마법 등의 분위기 전체가 바뀐다는 데 있다. 캐릭터와 의상이 분리되어 이질적으로 보이던 과거 게임과 달리 스킨은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구매한 듯한 느낌을 준다. 이것이 바로 라이엇 게임즈의 기술개발팀이 가능케 했다. 

또, 국가만의 스킨이 존재한다. 바로 '탈 샤코'라는 스킨이 그것인데 '신바람 탈 샤코'를 구매하면 캐릭터는 전통 탈인 화회탈을 착용하고, 우리나라의 전통 춤인 탈 춤을 추면서 공격한다. 추후에 업데이트에서는 캐릭터가 소녀시대 춤이나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았던 '강남 스타일' 춤을 출 것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또한 판매금과 기부금이 더해진 5억 원을 문화재청에 기부하는 등 다양한 문화 공언 활동을 하고 있다. 그 나라의 문화를 생각하는 힘에서 인문학을 주시하는 라이엇게임즈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오늘도 많은 게이머들이 LOL을 할 것이다. 나 또한 과제가 산더미같이 쌓였는데도 기사를 쓴다는 명목으로 오랜 시간 LOL을 했다. 그러나 그 시간은 늘 즐겁다. 당신이 여자라면 LOL의 매력에 빠져있는 남자친구와 '소환사의 협곡' (LOL의 맵이름)을 거닐어보는 데이트도 즐거울 것이다. 그렇다면 남자친구도 LOL의 매력에서 잠시나와 여의도의 벚꽃길을 걷자고 하지 않을까. Ahn


대학생기자 노현탁 건국대 기술경영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