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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안랩!안랩인!

카메라 셔터로 시간을 포착하는 IT 프로그래머들

사진 한 장 속엔, 순간의 사연이 담겨있다.

카메라는 찰칵이는 셔터 한 번으로 그 시간의 기억을 담게 해 준다. 나이 든 할머니의 주름진 손을 무심코 바라볼 땐 그저 오랜 연륜이 묻어나는 못난 손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프레임에 담겨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될 때 그 안의 의미는 빛을 발하게 된다. 사진은 주름 하나하나 깊숙한 곳에 배어있던 수십 년의 세월 간 겪어온 땀, 자식을 위해 무한으로 쏟아냈던 큰 사랑을 전해준다. 카메라는 네모난 틀 안에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어, 평범하고 일상적이었던 소소한 것들을 하나의 새로운 예술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는 기적을 일으킨다.

사진이 무심코 스쳐 지나간 사소했던 것들을 새롭게 다시 태어나게 해준다는 점에서, 사진작가는 새로운 세상을 담아내는 창조자와 같다. 이 날 만난 안랩인들은 카메라 하나를 품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순간의 사연을 담아내는 작가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인터뷰 내내 이들로부터 사진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가슴깊이 전해졌다. 

김점갑 수석연구원

Q. 현재 안랩에서 어떤 파트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간략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김점갑 수석연구원: ASD실 기반 기술 파트에서 커널 프로그래밍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일반 애플리케이션과는 달리, 유저인터페이스가 없어 보통 사람들이 접할 수 없어요. 백조로 치면 물속에서 쉴 새 없이 발버둥치는 오리발과 같은 일을 합니다. (웃음

박성호 책임연구원 : 소프트웨어개발실에서 개인용 무료백신 V3 라이트, 개인용 유료백신 V3 365 Clinic 개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박성호 책임연구원

Q. 직장생활을 하느라 바쁜데도 사진에 끊임없는 열정을 쏟는다고 들었어요. 특별히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김점갑: 저는 4-5년 정도 사진을 찍어 왔습니다. 회사 일은 정신적인 업무라, 사진이나 등산 같은 활동은 일상과 회사를 구분지어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시작한 취미활동이에요. 회사 일이 안 풀릴 때 취미활동을 하다보면 좀 더 정리가 되는 느낌이거든요. 이런 면에선 어느 정도 사진이 회사업무에 간접적 영향은 있다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등산, 암벽타기, 여행 등 사진뿐만 아니라 가지각색의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겨요. 특히 오지여행을 좋아해서 국내든 해외든 숨겨진 곳들을 찾아다니곤 합니다. 다양한 활동을 즐기면서 그 모습을 하나 둘 사진으로 담다보니 어느새 이렇게 사진을 많이 찍게 됐네요 

박성호: 제가 사진을 찍으러 다닌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제가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도 김점갑 수석과 비슷해요. 저도 사진 외에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깁니다. 사진은 이런 다양한 취미활동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취미라 생각해요. 등산을 하던 여행을 다닐 때든 데이트를 하던 간에 사진은 이 모든 활동과 함께 할 수 있죠.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낼 때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Q. 두 분 모두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사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여행 갈 시간을 마련하기 힘들 것 같아요. 언제 주로 여행을 다니는 건가요 

김점갑: 최대한 주말을 이용하여 짧게라도 떠나 사진을 찍고, 진짜 너무 가고 싶은 곳일 경우엔 휴가를 내고 떠나요. 한창 단풍이 물들 무렵, 휴가를 내고 그 전날 밤 12시에 출발을 해서 일출 무렵, 소위 골든타임이라 말하는 시간대의 산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집에 돌아옵니다 

박성호: 평소에는 잘 못 다니죠. 이전에 한 번 가고 싶단 생각이 너무나 간절해 작정하고 회사를 그만둔 후, 12개월 동안 전 세계 곳곳을 찾아다녔습니다. 그 때 전 44개국 135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 때 세계 곳곳의 장소들을 찾아가 경험해보면서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사진을 찍으러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를 접하다보면, 색다른 일들도 많이 있을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김점갑: 저는 외국을 가든 국내를 가든 사진을 찍을 모델을 먼저 구합니다. 누구든지 상관없어요. 먼저 다가가서 손짓 발짓을 이용하면서 사진을 찍게 해달라고 부탁하죠. 가능하면 메일주소를 받아 사진을 다시 보내드리기도 합니다. 중국 티베트 쪽에 갔을 땐 즉석사진을 찍어 선물해 드렸어요. 평생 사진을 구경하지 못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굉장히 좋아하세요. 그분들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박성호: 모로코에 여행했을 때의 일입니다. 모로코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페즈라는 도시를 방문했습니다. 유명하다보니 많은 관광객들이 오는 곳이죠. 그 곳에서 만난 길거리 상인들이 인상 깊어요. 관광객들이 돈을 쓸 수 있는 사람이다 싶으면 끊임없이 말을 걸어요. 처음에 Where are you from? 이란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하여 Korea라 대답을 하면 안녕하세요란 말과 함께 김치, 경복궁 등등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그 국가에 대한 아는 지식을 총 동원하던데, 나름 인상 깊었던 경험이었습니다. 

Q. 나라를 다니다보면 문화 차이를 많이 느낄 텐데, 문화적 차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국가가 있나요 

김점갑: 저는 중국에 갔을 때 들렀던 시골에서의 생활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깊은 시골의 생활상을 담고 싶어 갔는데, 다들 외지인들을 꺼려하는 분위기라 사진을 찍기 힘들었죠. 일행 중 중국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우리를 북경에서 온 기자단이라 소개했어요. 그 곳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지방 신문에 실을 것이라 말해서 사진 찍는 것을 허락받은 적이 있습니다. 연기가 자욱히 깔린 마을로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빛이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또 저는 여행을 다니다가 느낀 거지만, 사람의 눈은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의 눈빛은 정말 맑고 깊어요. 그런 생각이 들고 나니 인물 사진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박성호 : 저는 산 풍경을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네팔에 갔을 때 가장 좋았어요. 네팔에 안나푸르나 쪽에 가면 2-3주 일정으로 안나푸르나 가장 깊은 곳까지 돌아보는 코스가 있는데, 저는 그 곳을 여행하며 히말라야를 둘러봤습니다. , 남미의 페루나 볼리비아 같은 나라에서 생활하는 원주민들의 모습도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바다 같은 경우는 카리브해 연안 멕시코 휴양지가 가장 해변이 예쁘다 생각해요. 그리고 1년 간 여행을 다니는 동안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따서 스쿠버 다이빙도 즐겼어요. 바닷 속이 가장 예뻤던 곳은 호주의 그레이트 베이어리프입니다. 

박성호 책임연구원 작품

Q. 박책임은 사진전을 열고 김수석은 그룹웨어에 직접 찍은 사진을 올려서 다른 안랩인과 공유를 한다던데, 어떤 사진이었나요? 

박성호 : 사실 사진전은 우연히 기회가 닿아 작품을 실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했지만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2월에 약 11일 동안 가회동60에서 전시를 했습니다. 전 세계를 여행 다녔을 때 찍었던 사진을 전시할 수 있었습니다 

김점갑: 그룹웨어에 올린 건 주로 국내 풍경 사진들이에요. 주로 안랩 사내 게시판에 올려서 공유를 합니다. 이번에는 제주도, 광양, 남해 다초지, 경주에 가서 찍은 유채꽃 사진과 같이 봄내음 가득 나는 사진을 찍어 올렸습니다.

김점갑 수석연구원 작품

Q. 사진에 관심이 많으니 다른 사람의 작품에도 관심이 있을 것 같아요. 다른 분의 사진도 보러 자주 다니나요?

김점갑: 가끔 함께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분들 중 몇 분은 사진전을 열기도 합니다. 그럴 때 많이 보러 다녀요. 다른 특별한 전시회는 회사 일정상 시간을 내기가 사실 힘듭니다. 그래서 저는 책으로 미술 관련 책을 많이 읽습니다. 미술 작품을 보는 것도 사진을 찍는데 많은 도움이 돼요. 추상화, 유화 등 풍경화나 인물화를 보고 배우는 거죠. 특히 저는 빛의 화가라 불리는 렘브란트의 작품을 자주 봅니다

박성호 : 저는 틈틈이 전시회를 자주 보러 다닙니다. 사진전시, 미술전시 두루두루 다니죠. 최근 봤던 전시회는 이탈리아 사진가인 마리오 쟈코멜리의 회고전이었어요. 흑백사진으로 명암대비가 분명한 사진을 찍는 분인데 정말 인상 깊었던 전시회였죠 

 

Q. 따르고 싶은 롤 모델이 있나요?

김점갑: 김영갑 사진작가를 항상 대단하다 생각해왔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제주도로 가서 20년 가까이를 그 곳에서 지내면서 제주도에 동화되었던 분이죠. 돌아가실 때까지 제주도의 바람과 오름만을 찍으신 분입니다. 그런 열정을 지닌 삶,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부러운 분입니다 

박성호: 인생의 롤 모델로는 유성용씨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행생활자라는 책을 내신 분인데, 어느 날 훌쩍 중앙아시아 오지로 날아가, 파키스탄, 티벳, 인도, 네팔, 스리랑카 등지를 16개월간 홀몸으로 돌아다닌 후 여행 책을 내신 분이에요. 개인적으로 여행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던 책은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란 책이었어요. 예순이 넘어 정년퇴직을 하고 프랑스서부터 걸어서 북경까지 실크로드를 3년간 여행한 분이에요. 그 분 책을 읽으며 한 번 따라해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습니다 

 

Q. 갖고 계신 카메라. 카메라를 여러 대 갖고 계실 것 같아요. 어떤 카메라가 좋은 카메라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점갑: 좋은 카메라는 비싼 카메라겠죠.(웃음) 사실 전 좋은 카메라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캐논 보급형 DSLR 한 대와 캐논 필름카메라 eos5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카메라 바디보단 렌즈가 중요하다 생각하여 렌즈를 예닐곱 개 가량 가지고 있습니다. 투자비용 대 효용으로는 렌즈가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박성호: 저도 비슷합니다. 예전에 필름이면 모르겠지만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바디의 중요성은 기자와 같은 특별한 목적을 지니신 분들이 아닌 이상, 카메라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저도 캐논 카메라를 사용합니다. 대신 렌즈를 6-7개가량 지니고 있습니다. 여행 다닐 때 카메라 렌즈와 삼각대까지 챙기고 나면 거의 20kg 정도 무게가 나가는 것 같아요.

 

Q. 지나가다 정말 담고 싶은 장면이 있는데 카메라가 없을 경우, 휴대폰 카메라도 쓰나요? 

김점갑: 사용합니다. 사실 제대로 된 카메라를 들이댈 땐 찍히는 사람들이 많이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아요. 일본 여행을 갔을 때 게이샤들을 찍으려고 했는데 DSLR을 들고 찍으면 얼굴을 돌리지만, 핸드폰과 같은 카메라로 찍을 경우 함께 웃으며 찍어주곤 했어요 

박성호: 물론이죠. 요새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카메라는 사실 아이폰이에요. 정말 좋은 카메라라고 생각해요. 뉴욕대학교 사진학과 교수 한 분은 아이폰으로만 찍은 사진으로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고 해요. 진짜 좋은 사진은 찍는 사람이 얼마나 잘 찍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장비가 많이 중요한 건 아니라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사진 계획? 사진동호회를 만들 계획은 없나요?

김점갑: 앞으로 사진에 대해 배울 것은 아직도 너무나 많아요. 그리고 사진은 혼자 찍으러 갈 때가 가장 좋다 생각합니다. 

박성호: 흔히 외로운 늑대라고 하죠.(웃음) 사진은 혼자 찍으러 가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앞으로도 틈틈이 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곳들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싶습니다.

   

Q.초보자에게 사진 잘 찍는 법을 조언해준다면?

김점갑: 저는 지금도 많이 찍고 있어요. 많이 찍는 것, 정말 그 이상의 방법은 없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장 기본은 좋아하는 열정이죠. 남들 다 하니까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다는 갈망이 내부에서 솟구쳐야만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전 남들이 멋진 장소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안달이 납니다. 그 곳에 가고 싶단 생각에 사로잡혀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내서 그 곳으로 가려 해요. 하고 싶은 열정과 갈망이 가장 기본으로 있어야 합니다. 사진 찍는 걸 진정으로 즐기지 못한다면, 사진만큼 힘든 취미도 없을 거예요. 

박성호: 마찬가지에요. 정말 많이 찍으세요. 사진을 잘 찍고 싶으면 하루에 200장씩 100일 동안 찍으세요. 그러면 못 찍고 싶어도 못 찍을 수가 없어요. 가장 정답이죠. 무슨 일이든 그것에 미쳐 많이 하는 사람은 절대 못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현대 사회의 직장인들은 항상 가득 쌓여있는 업무 속에서 극심한 피로를 느끼며 살아간다. 퇴근 후 일터에서 벗어나 가정으로 들어가서도 지친 상태는 계속된다. 하지만 이 날 뵈었던 김점갑 수석과 박성호 책임은 사진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품은 채, 사진으로 큰 삶의 에너지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들은 일생에 스쳐가는 수많은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여 사진으로 담아낸다. 바쁜 업무 속에서도 일과 취미 간의 밸런스를 맞춰 나날이 꿈을 발전시켜나가는 삶은 더욱 큰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는 어떨까?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어떤 갈망이 존재하는가? 꼭 사진이 아니어도 괜찮다. 하고 싶다는 갈망이 드는 일을 좇아가도록 하자. 일상 속에서 스스로한테 활력을 주는 일을 추구한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롭고 활기차게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Ahn 

 


대학생기자 윤덕인/ 경희대 영미어학부

항상 배우는 자세를 잊지 말고 자신을 아낄 것

온몸을 던져 생각하고, 번민하고, 숙고하자

대학생기자 이수진 /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되자!

언젠가 제 일에 대하여 대가를 얻을 때, 

"저 사람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

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만큼 스스로를 성장시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