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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안랩!안랩인!

안철수연구소를 감동시킨 청소부 아주머니

'아름다운 토요일'의 기증품 접수가 한창이던 어느 이른 오전이었다. 

한 분이 큰 가방을 들고 오시고는 이리저리 둘러보시며, 
'아름다운 토요일' 행사에 물품을 기증하려는데
누구에게 주면 되냐고 물으셨다.

그 분은 평소 내가 이모님이라고 부르던 임복순님이었다.
안철수연구소의 청소와 시설 관리를 담당하고 계신 분들 중 한 분으로,
마주칠 때마다 언제나 따뜻한 미소로 인사해주시는 분이다. 

이모님이 건넨 가방 안에는 외투와 바지 등 옷가지 5점이 가지런히 들어 있었다. 너무나 뜻밖인 큰 선물에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당황하고 있는 나를 뒤로 하고, "그럼, 나 간다." 하고 웃으면서 떠나시는 것이었다.

다음 날, 8시 반에 출근을 한 내 책상 위에 한 꾸러미의 짐이 있었다.
'누가 이렇게 아침부터 기증품을 갖다 놨지?'

내용물을 살펴보니 얼마 신지 않아 새것처럼 보이는 구두 3켤레가 있었다.
그리고 책상 한쪽에 떨어진 포스트잇.
'임복순'이라고 적혀있었다. 

문득 생각했다.
'회사에서 이모를 본 지 4달이 넘었지만 나는 이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자리에서 일어나 무작정 이모를 찾았다.

이모는 회의실 청소를 하고 계셨다.
청소가 끝나길 기다려 약간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모, 이모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쉰다섯. 많이 먹었지?"
"와, 그렇게 안 보이는데. 훨씬 젊어 보이세요."
"젊어 보이기는. 우리 큰아들이 31살이여. 둘째 아들놈도 28이고."

"아드님들이 다 장성했네요."
"그치, 우리 남편이 스물넷에 낳은 거니께. 내가 남편보다 1살 많어."
"와, 그 당시 연상연하 커플이면.. 이모, 그러면 여기서 일하신 지는 얼마나 됐어요?"
"한 2년 됐나? 여기서 일하기 전에는 남성복 공장에서 10년 일했어. 그 전에는 출판사에서 일했고."  

"그렇구나... 이모 그런데 아름다운 토요일 행사엔 어떻게 참여하시게 된 거에요?"

"그냥... 평상시에 그런 거에 관심이 많았어. 봉사나 기부 같은 거. 그래서 이런 행사 있으면 무명으로 기부도 하고 그랬지. 교회에서 교도소나 고아원으로 선교도 많이 나가봤고."
"일하시느라 힘드실 텐데 정말 대단하세요."
"이게 뭐가 대단혀다고. 바이러스 잡느라고 고생하시는 분들이 더 대단하지."

"앞으로도 이런 행사 있으면 계속 참여하실 거에요?"

"그럼, 기부나 봉사 같은 거는 자신을 위한 것 같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 기쁘고 기부함으로써 얻는 게 더 많고, 그런 거지. 앞으로도 기회가 있으면 계속 참여하고 싶어."

이모님은 날 향해 웃어보이시고는 청소 도구를 챙겨 회의실을 나가셨다.

이모님께 보답을 하고 싶어서 책상을 뒤져 봤지만 드릴 거라곤 'V3 365 클리닉'밖에 없었다. 그 작은 선물에도 이모님은 기뻐하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다음 번엔 민망해서 기부 못하겠다며 웃으셨다.

아름답지 않은 기증이 어디 있겠냐마는, 나는 이 특별한 기증 이야기를 사내 게시판에 올렸고 안철수연구소는 올해, 작년보다 약 1,000여 점이 증가한 3,400점의 기증품을 아름다운 가게에 전달했다. Ahn



- B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