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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컬처리뷰

영화, 불법 다운로드보다 편하고 매력적인 건 없나?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한 후 강산이 두 번 변할 시간이 지난 지금, 홍수같이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콘텐츠가 우리의 관심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과거 90년대에 영화를 보는 방법은 몸소 영화관에 발걸음을 하는 방법, 비디오 테이프를 빌리거나 가끔씩 TV에서 특선으로 해주는 영화를 챙겨보는 것이 전부였다. 이젠 영화 보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않는 이상 주 단위로 개봉하는 모든 영화를 챙겨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시간이 날 때, 한편을 골라서 보더라도 빠르고 편리하게 제공받고 싶은 욕심이 모두의 마음에 자리를 잡았다. 

 


21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방식들 중 인터넷을 사용해서 편당 가격을 지불하고 PC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는 스트리밍(Streaming방식과 IPTV 방식이 있지만 초고속 인터넷망이 가져온 역기능인 ‘불법 다운로드’에 가로막혀 큰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 영화인의 생존과 발전을 좌지우지하는 사안을 개개인의 양심에 호소(불법 다운로드 근절 운동)함으로써 변화시키기엔 무방비로 방치되어 온 시간이 너무 길었다. 이미 나쁜 습관이 굳어 버려 마땅히 지불해야 할 금액을 ‘손해’라고 생각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불법 다운로드보다 더 편하고 매력적인 건 없을까?


그러나 관계자 대부분의 관심은 불법 다운로더의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데만 쏠려 있다. 처벌하다 보면 언젠간 올바른 풍토가 형성되리라 굳게 믿는다. 하지만 이는 더 없이 안일한 생각이다. 자신은 결코 적발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사라지지 않는 한 종전의 풍토가 자연스레 바뀌는 미래는 상상하기 어렵다. 불법 다운로더는 영화인들의 피해와 고통을 별개의 것으로 간주한다. 누군가에게 다급한 상황은 멀찌감치 서서 지켜보는 제 삼자에겐 그저 ‘남의 일‘로만 여겨질 뿐이다.


불법 다운로드가 이렇게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지불할 금액이 더 저렴해서, 그리고 이용하는 절차와 방식이 더 편리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일단 합당한 가격을 지불했다고 생각하면 금액의 크기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적정 가격은 제작과 배급 간 수익 분배 절차에 입각해 업계가 산정할 부분으로 치부한 채 본인의 편리와 매혹될 만한 이익에만 주목한다. 


불법 다운로더는 원하는 작품을 찾기 위해 일차적으로 검색을 해야 한다. 또한 언제 자신이 범법자로 검거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늘 갖고 있다. 따라서 지금보다 이용하기 쉽고 편리한 방식이나 소비자를 강하게 끌어당길 요소가 제공된다면 현재의 절망적인 판도는 분명 변할 수 있다.



<출처: 네이버 영화>

명작으로 꼽히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역작인 ‘
A Clockwork Orange'를 검색한 결과 국내 IPTV 서비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수익을 창출하기에 힘들다고 판단되는 부분에서 미래를 바라본 선행투자가 없다는 방증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으레 명작을 감상하고 싶은 법인데 구할 방도가 없어 불법 다운로드와 DVD 대여/구매 사이에서 망설여야만 한다.

이미 대여되었을지도 모르는 불확실성을 지닌 대여점, 배송을 기다려야 하거나 출타를 해야만 하는 현장구매와 비교했을 때 켜놓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편리한‘ 다운로드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다양하게 즐기려는 고객의 수가 많지는 않다고 하나 꾸준히 이용하는 고객이 관건인 서비스에서 이러한 갈증을 시원스레 해소해줬으면 하는 잠재적인 수요자가 꽤 있으리라 예상된다. '그곳에 가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라고 생각되는 검색 엔진이 소비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점을 미루어보아 결코 헛된 수고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콘텐츠의 다양성은 곧 꾸준한 이용과 직결된다.

 



 

실제 사례로 한 블로그 글 'Netflix vs. Blockbuster: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케이스'에 소개된 기업인 넷플릭스(Netflix)를 보자. 이 회사는 기존 대여점에서 물어야 했던 연체 비용이 없으며 심지어 첫 달 이용은 무료라는 매력적인 옵션을 제공한다. 원하는 작품을 선택하여 주문을 하면 배달이 된다. 국내에도 유사한 형태의 대여 사이트가 있지만 이용자 수가 많지는 않다.


사용자, 제작사 모두 만족은 꿈?  


사람이 어떠한 습관에 길드는 데는 최소 3주 간의 지속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는 이용하는 데 익숙해진다면 그 이후로 잠재 고객은 꾸준히 방문하는 충성 고객으로 탈바꿈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계약에 따라 강제로 연체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소비자는 부가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데 불쾌함을 느낀다. 한편 원하는 작품이 대여되어 있어 허탕을 친 고객은 불신을 하게 된다. 한 가지 계약 조건이 양쪽 모두의 불만을 초래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고객은 당연히 두 번째 이용을 꺼리게 된다. 

‘불법 다운로드’가 초래한 위기에 심하게 흔들리는 영화계의 돌파구를 사람들의 이타심에 호소해 찾으려는 시도는 이미 충분히 했다고 본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범죄에 언제까지 처벌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이젠 관점을 전환해서 확실하게 노릴 수 있는 '경쟁력'에 공을 들이고, 현재의 난국을 대여/공급 분야와 제작 분야의 상생으로 해결하는 것은 어떨까. 

고객은 걱정없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받아서, 제작사 측은 꾸준한 수익 창출을 보장받을 수 있어 만족스러운 일은 꿈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양질의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이젠 고객의 심중을 꿰뚫는 서비스가 활로를 마련해주리라고 본다.
Ahn

 

대학생기자 허윤 / 한국항공대 전자 및 항공전자과

"영혼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향을 품고 있을까." 어린 시절 대답을 구했던 소년은 어느덧 한적한 시골의 버들강아지의, 햇살을 가득 머금은 나뭇잎의, 비 온 뒤 젖은 흙의 향기를 가진 이들을 알아가며 즐거워하는 청년이 되었다. 새로운 혼의 향기를 채집하기 좋아하는 이에게 영혼을 가진 기업 '안철수 연구소'는 어떤 향으로 다가올지. 흥미로 가득 차 빛나는 그의 눈빛을 앞으로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