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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라이프/IT트렌드

아이폰이 자극한 수직과 수평의 딜레마

애니메이션 ‘데스노트’에서는 상반된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 애니메이션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두 명은 바로 야가미 라이토와 L이다. 이 둘은 애니메이션 중반까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한 명이 앞서나가면 다시 한 명이 뒤쫓는 형식으로 애니메이션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두 주인공을 보면서 느낀 점은 서로 목표하는 방향과 생각은 다르지만 그 모습이 무척 닮았다는 점이다. 야가미 라이토는 악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걸림돌이 되는 L을 죽인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반면 L은 세상의 혼돈과 악의 근원인 키라를 반드시 잡는 게 목표이다. 둘의 목표는 확연히 차이가 나지만, 각자 내면의 고통 때문에 외롭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확연히 차이 나면서도 서로 오버랩되는 두 주인공처럼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뜨겁게 논의되고 이슈가 되는 두 단어가 있다. 바로
‘수평과 수직’이다. 격렬하면서도 뜨거운 두 가지의 단어를 많은 사람들은 시에서 많이 접해봤을 것이다.

예를들어 ‘아 그 어떤 잘못을 했기에 저 바다 위의 수평선은 세상을 반으로 나누어 버린 것인가!’, ‘내 가슴에 너는 떨어져 내리는 번지점프였다’ 와 같은 ‘수평과 수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표현을 한 번쯤은 접해봤을 것이다. 이렇게 추상적으로 다가오기만 했던 ‘수평과 수직’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패러다임의 변화 혹은 혁신이라는 단어와 맞물려 큰 논의거리가 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의 시발점이 된 것은 아이폰이다. 사실 아이폰을 쓰지는 않지만 워낙 뜨거운 논의거리이기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이폰이 우리 사회에 던진 중요한 키워드를 알게 되었다. 바로 수평의 발견과 수직의 한계.

사실 아이폰 출시 전까지 우리 사회와 IT 산업의 전반적 구조는 수직이었다. 예를 들어 모바일 기기에서의 인터넷 사용은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까지는 그림의 떡이었다. 통신사가 제시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인터넷 접근은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폰은 공짜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그 결과 통신사에서 수직적으로 제공한 인터넷 서비스가 아이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수평적 구조로 전환된 것이다. 
이뿐 아니라 아이폰으로 시작된 수평적 패러다임은 종교, 교육, 기술, 과학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는 여러 인터뷰에서 "스마트폰 경쟁은 기기 간 싸움이 아닌 다른 사업 모델 간의 충돌"이라며 "대기업 식의 수직적인 하도급 구조로는 현재의 수평적인 융합 추세에 대응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수직이 아닌 수평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되는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실 수평은 추상적 개념이다. 즉, 머리로 그렇게 가야 하고 그렇게 시장이 만들어져야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데서 끝난다면 아무런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많은 사람의
참여와 행동이다. 낡은 조직과 낡은 모럴, 낡은 이해관계를 떨쳐 내고 새로운 수평의 세상으로 나아기게 만드는 원동력은 참여와 행동인 것이다. 이러한 구체적이며 실증적인 모습이 사회에 큰 혁신과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다면 우리 사회의 '수직과 수평' 딜레마도 극복될 수 있지 않을까.  Ahn

대학생기자 이종현 / 숭실대학교 컴퓨터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