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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여행

말로만 듣던 중국 기차 직접 타보고 실감한 중국

많은 사람이 여행을 패키지로 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패키지로 가면 현지인의 삶과, 진짜 그 나라가 겪는 문제는 놓친 채 단지 그 나라의 빛나던 과거의 한 부분만 보고 오게 된다. 그래서 나는 어디를 가든 현지에서는 꼭 기차나 버스 같은 대중 교통 수단을 타보라고 추천한다.

새삼 중국에 관심이 쏠리는 요즘이다. 중국 광저우에서는 아시안 게임이 한창이고, 지난주에 열린 G20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인 환율 문제의 중심에 중국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국은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에서 영향력이 막강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의식 속의 중국은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 지저분하다, 다시는 오기 싫은 곳이다'와 같이 부정적인 면이 적지 않다. 


기차역의 크기에서, 중국에서 기차의 중요도를 느끼다.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한 나라의 공항은 외국인에게 그 나라에 대한 첫 인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북경의 공항은 그다지 거대하고 빠른 속도로 세계를 장악해가고 있는 중국의 이미지를 어필하지 못하였다. 그러던 차에 5일 간 상해 여행을 가기 위해 북경역에 가게 되었는데, 바로 북경역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15억 중국인들의 주 교통수단은 바로 기차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차역과 공항은 그 수요에 비례하여 중요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현재 중국의 항공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대부분의 15억 중국 인민은 20시간이든, 30시간이든 기차로 이동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철도의 수요가 월등히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북경역과 상해역은 공항의 이미지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기차역이 마치 공항 같다고나 할까?

중국의 기차는 기본 10시간을 달린다.


왼쪽 사진 속 표가 바로 북경-상해 간 기차표이다. 중국에서 둘째로 빠른 기차이지만 상해까지 걸리는 시간은 14시간. 보통 30분에서 1시간 연착은 기본이기에 실 소요 시간은 15시간이다. 
 
한 단계 더 느린 기차는 20시간. 이런식으로 시간이 늘어난다. 또한 북경에서 광저우까지는 기본이 20시간이다.
실질적으로 중국에서 기차를 한번 타면 최소 10시간은 탄다고 생각하는 것이 속이 편하다. (위 사진의 표는 가장 싼 좌석이며 가격은 한화 약 3만원, 북경-상해 간 편도 비행기는 18만원.)

기차는 중국 사회의 축소판. 기차에도 빈부가 존재한다.

중국 기차에는 크게 4종류의 클래스가 있다. 가장 싼 잉쭈어. 잉쭈어는 딱딱한 90도 의자이고, 그 다음 클래스인 루완쭈어는 약간 푹신푹신한 의자이다. 즉 우리나라 일반 열차 의자이다. 그 다음부터는 침대 칸인데, 침대 칸에도 잉워와 루완워가 있다. 잉워는 왼쪽 사진처럼 3층 짜리이고 딱딱한 침대이다. 루완워는 2층 침대에 푹신한 침대라고 하지만, 그냥 얇은 매트리스가 있는 정도이다. 
 
우리나라 KTX도 일반석과 비지니스석이 구분되지만, 그에 비해 가격 차가 훨씬 크기 때문에 가히 빈부격차라고 표현할 만하다.
 가격이
각 클래스마다 2배씩 뛴다. 북경-상해의 경우, 잉쭈어는 179원이지만, 최고 등급인 루완워는 800~900원 대로 비행기로 상해에 가는 비용과 비슷하다. 

왼쪽 사진은 필자가 잉쭈어를 타고 갈 때 찍은 사진이다. 잉쭈어는 좌석뿐 아니라 입석표를 가진 사람도 탈 수 있는데. 입석인 사람은 서서 가거나 사진에서 보듯이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15시간을 버텨야 한다.
북경-상해 구간이라서 그나마 다른 열차에 비해 멀쩡해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소도시로 가는 열차는 정말 열악하다. 

이 모습을 보다 문득 반대편 플랫폼을 보니, 열차 바로 앞까지 외제 고급 승용차를 타고 와 루완워(최고 등급 칸)에 오르는 승객이 보였다. 
왜 빈부 격차의 현실이 한눈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런 기차를 15시간 동안 씻지도 못하고 화장실도 잘 가지 못하면서 가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조금 힘들고 피곤하더라도, 아직 스스로 생각하기에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면, 해외에서 현지인과 함께 부대끼며 기차를 타는 것은 그들을 알아가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최소한 15시간 동안 그들의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고, 15시간 동안 그들과 한 마디도 안 하며 앉아만 있지는 않을 테니... Ahn

해외 리포터 최시준 / KAIST Mangement Science

안철수연구소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이름'이라는 길을 향해 가고 있듯이,
저, 최시준은 '세상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이름'이라는 길을 향해 걸어갑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어떤 길을 향해 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