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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안랩!안랩인!

우리 회사 싱글 따도남이 책과 연애하게 된 사연은

책과 연애하는 따도남.
사내에서 자리에 책이 가장 많아 안철수연구소의 대표 독서광 중 한 명에 뽑힌 전상수 차장에게서 받은 인상이다. 그만큼 그의 책 사랑은 남달랐다. 1년에 300만원 어치의 책을 구하는 양적인 사랑은 연말에 아름다운 가게에 200~400권을 기증하는 질적 선순환으로 끝이 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 전상수 책임에게는 '독서'가 그 해답이었다.

그는 사업기획팀에서 일한다. 기획 업무는 빠른 생각의 전환과 기발한 창의력을 요한다. 바쁜 직장 생활에도 그가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바로 '책'에서 의사결정에 필요한 다양한 혜안(인사이트)을 얻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직장인으로서 어떻게 연 300만원 어치의 책을 읽을 수 있을까?

그는 동시에 서너 권의 책을 읽는다. 책은 그가 가는 곳마다 놓여 있다. 회사의 책상, 서재, 침실 등 손이 닿을 만한 곳에 책을 놓고 틈틈이 읽을 필요가 있는 부분만 집중해서 읽는다. 이것이 바로 다독을 하는 비결인 셈.
장르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대부분의 책들이 마케팅에 관한 전공 서적인 만큼 선택과 집중으로 필요한 부분만 읽는다.

어릴 적 병마와 싸워준 반려자

그가 그토록 책을 사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어렸을 적 몸이 아파 한 달 간 꼼짝없이 집 안에만 갇혀있게 된 그는 병마와 싸우는 것만큼 괴로운 심심함을 이겨내기 위하여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독서'였다. 당시 그는 세로쓰기로 된 책만 빼고 그의 집 서재에 있던 모든 책을 탐독했고 그것이 책을 사랑하게 된 계기였다.

책을 고르는 그만의 까다로운 기준이 궁금하다. 그는 세 가지-목차, 작가, 그리고 편집을 꼼꼼히 살핀다. 특히 편집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로 톨스토이의 예를 들었다. 그가 고등학생 때 읽었던 톨스토이 단편선은 종이 재질도 좋지 않았고 삽화마저 없어 읽기 퍽퍽했다. 하지만 지금은 표지마저 예쁜 그림에 알록달록한 디자인, 폰트까지 개성있는 경우가 많아 에디터의 편집 수준을 통해 읽는 즐거움이 두 배가 된다고. 특히 고전은 작가나 편집 스타일, 출판사에 따라 같은 작가라도 다양한 책이 쏟아지니 더더욱 편집의 질이 책을 고르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책을 4권이나 사기도

2003년에 그는 방 안 곳곳에 쌓여 있는 책을 정리할 방도를 찾다가 6단 짜리 책장 4개를 구입하여 겨우 정리했다. 그 이후 이사할 때도 엄청난 양에 난색(?!)을 표하는 이삿짐 센터 덕에 무려 200권을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는 선행을 했다. 

때론 리스트에 적힌 다양한 책을 한꺼번에 구입하다 보니 오프라인 매장에서 샀던 책을 온라인 서점에서 재구매해 같은 책을 최대 4권이나 사기도 했다. 그럴 때는 나머지 책은 주변 지인에게 선물하는 본의 아닌 훈훈함을 발휘하기도 한다. 같은 서적을 두 번 씩 사는 일은 종종 있다니 서점에서 다독 홍보대사로 위촉해도 무방할 듯싶다.^^

직업 특성상 발표를 하거나 강연을 자주 하는데 발표, 강의 자료를 만들 때 책에서 얻은 인사이트나 책 내용을 넣어서 만드는 그는 자료를 만들 때 통시적인 흐름을 중요시한다. 그만큼 해당 분야의 역사를 전할 때 책의 힘을 빌린다. 그리고 이 순간 그동안 꾸준히 읽어온 독서의 힘을 톡톡히 맛본다고.

전 차장은 마케팅이 재밌어 박사 과정까지 마친 후 지금도 도서 구매의 40%를 마케팅 분야에 할애할 만큼 전공에 애정이 깊다. 약 10년 전부터 마케팅 관련 서적을 집필하고 싶었다. 현재는 업무 관련 분야인 인터넷&모바일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고 싶은데, 10장 짜리 분량 중 1장 쓰고 말아버릴 귀차니즘의 본성 때문에 집필을 망설이는 중이다. 그 귀차니즘만 극복한다면 언젠가 서점에서 그의 이름으로 낸 도서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도 책을 많이 읽어 박카스 병의 글자가 가물가물하다는 전상수 차장. 그럼에도 그는 끝에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디지털 시대 이후 활자가 한없이 가벼워보일지 몰라도, 저에게 '활자'가 주는 의미는 뭔가 한번 쭉 정리하고 돌아보는 느낌을 줍니다. 그 덕에 책을 읽으면서 계획하고 내용을 정리하고 그때마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습관을 길들이게 되었어요. 저에겐 참 고맙고 소중한 습관입니다."


전상수 책임이 전하는 '내 인생 최고의 도서'

1. 어린 왕자 (쌩 떽쥐베리)


내 인생 최고의 도서는 뭐니뭐니해도 '어린왕자'에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제게 영향을 주었고 큰 기쁨과 감동을 주는 책입니다. 특히 여우와 어린왕자의 조우 장면은 지금도 ‘인간 관계’에서 어떻게 사람과 관계를 맺을 것인지 해답을 주지요.

2. 이브의 사랑일기 (마크 트웨인)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으로 유명한 마크 트웨인의 비교적 덜 알려진 책입니다. 아담이 세상에 창조되자마자 쓴 일기로 시작하는데 자신 옆에 있는 이브의 존재를 조금씩 알아가고, 이브 역시 아담의 존재를 조금씩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책입니다. ‘화성에서 온 여자, 금성에서 온 남자’와 조금 비슷해요. 주제 자체가 참신해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남과 여가 서로를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책입니다.

3. 목요일의 목어 (김왕기)

마케팅에 문외한인 독자가 가볍게 시작하고 싶으면 이 책을 한번 읽어 보세요. 짧은 에세이 형식으로 기획자가 실제 업무에서 부딪히는 현실적인 고민을 풀어 쓴 책입니다.

4. CEO에서 사원까지 마케팅에 집중하라 (니르말야 쿠마르)

마케팅 전문 지식이 있는 분에게는 ‘CEO에서 사원까지, 마케팅에 집중하라.’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고객 만족에 대한 고민, 그것이 어떻게 회사 내 마케팅과 기획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과정을 그린 책입니다. 이 책을 읽은 뒤에 마케팅에 대한 수많은 이론들을 체계화하는 데에 굉장한 도움이 되었어요. 그래서 마케팅 관련 실무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Ahn


대학생기자 고정선 /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어둡다고 불평하기보다는 점차 익숙해지기를 기다려 작은 불빛을 내편으로 만드는 것이 더 낫다.  현재에 상황에 불평하기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더 즐기는 방법을 찾는 것을 좋아한다.  좋은 시절의 꿈은 위대하듯 지금의 꿈을 더 크게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대학생기자 김혜수 / 숙명여대 경제학과

소통과 공감이 부족한 이 시대에
이렇게 먼저 손 내밀어 악수를 청합니다. 
이 글을 보는 당신, 부디 제 손을 맞잡아 주시길!

  

사내기자 박신혜 / 안철수연구소 인증팀 선임연구원
사진. 사내기자 황미경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