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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김홍선 前 CEO

CEO의 대학 특강이 오래 여운으로 남은 이유

지난 4월 7일 숭실대와 안철수연구소의 정보보호 협력 MOU가 있었다. 숭실대를 다니는 학생으로 정말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MOU 협약식이 끝나고 숭실대 정보과학관에서 김홍선 대표의 '스마트 시대를 사는 지혜'라는 강연이 있었다.
정보과학관은 숭실대 캠퍼스 바깥에 있기 때문에 저명한 사람이 강연을 해도 사람이 많이 참석하지 않는다. 하지만 안철수연구소 CEO의 강연이라 그런지 여느 때와 달랐다. 평상시 정보과학관에서 볼 수 없었던 많은 사람이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약 1시간 15분의 강연이 끝나자, 인생을 살면서 생각하고 젊은이라면 생각해야 할 너무 많은 것을 들었기 때문일까? 강연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껴졌다. 그리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강연의 여운이 프로젝트실, 그리고 강의실에서 메아리가 되어 퍼지고 있었다.

"자신에게 기회를 주라"

친구들과 과제를 하기 위해서 프로젝트실 컴퓨터 앞에 앉았다. 프로젝트실은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 사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항상 뜨거운 곳이다. 여기저기서 버그를 잡고, 아름다운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서 불철주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날도 프로젝트실은 뜨겁게 타올랐다. 그런 뜨거운 분위기에서 학생들 입에서 오늘 강연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가 오고갔다.

그 중 한 학생의 말.
"그 말 정말 와닿지 않냐? 나 자신한테 기회를 주라는 말."
멀지만 가까이서 들려온 이 말은 내 귀를 사로잡았다. 이윽고 그 친구들의 대화에 푹 빠져들었다.
"나 사실 이렇게 열심히 살면서 나 자신한테 그럴 듯한 기회를 못 준 거 같아"
"지금까지 그저 취업 취업만 생각했는데, 오늘 강연 들으면서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
두 친구의 대화는 사뭇 진지했다. 평상시 웃음 많고 장난 많았던 그들이기에 약간은 놀랍기도 했다.
김홍선 대표는 강연에서 안철수 교수가 출연했던 '무릎팍 도사' 동영상을 보여주며 안 교수의 말을 빌어 "자신에게 기회를 주세요."라고 말했다. 강연 당시에도 참 감명 깊은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나 보다. 그 친구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정말 뜻깊은 강연이었구나 생각했다. 

"어떻게 4년을 보냈는지가 학점보다 중요"

네트워크 시간이었다. 과제가 많고 빡빡한 수업이기 때문에 약간은 싫은(?) 과목이기도 하다. 교수님도 수업 얘기 외에는 별다른 얘기를 한 하는 편이어서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았다. 그런 교수님 입에서 김홍선 대표의 강연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김 대표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성적은 보지 않는다고 했다. '성적을 보지 않는다고?' 사실 의아했다. '어떻게 성적을 보지 않고 사원을 뽑는다는 말이지?' 이런 의문은 곧 해결되었다.
"요즘은 학점이 다 좋아서 성적으로는 평가하지 않아요. 자격증도 마찬가지예요. 그런 것보다는 그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4년을 보냈는지 보는 편입니다." 

네트워크를 가르치는 교수님은 이 말을 언급하며 정말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라고 말했다. 나를 포함한 요즘의 대학생은 4년의 시간을 자신의 스펙을 쌓고 점수를 만들기 위해서 보낸다. 그렇다보니 4학년이 되면 전공을 듣지 않고 점수를 높이기 위한 교양 위주로 수업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올바른 방법이고 선택일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제품을 만들어내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중심이 될 것"

김 대표는 강연 도중에 지금의 스마트 기기들이 무엇을 중심으로 흐르는지 나타내는 동영상 하나를 보여주었다. 100세의 노인이 아이패드를 가지고 책을 읽고, 각종 컨텐츠를 즐기는 동영상이었다. 동영상 속 할머니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이패드로 많은 일을 쉽게 사용했다. 김 대표는 강조했다.

"요즘의 스마트 기기는 하드웨어가 굉장히 간단하다. 아이폰만 보더라도 메인 버튼은 하나밖에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사용하기 간단한 스마트 기기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그것이 가진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때문이다. 높은 화소의 카메라, 살아 움직이는 듯한 액정화면 등은 더 이상 스마트 기기를 선택하는 기준이 아니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가 무엇이고 그것을 썼을 때 얼마나 재미있고 유용하냐가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는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IT와 관련된 많은 지식과, 플랫폼을 넘나드는 기술력, 창의성, 노력까지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 

스마트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강력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나 중심의 스펙트럼"

"야 축하해 너 ## 들어갔다며?"
"아이고 우리 딸 최고다."
2010년에 은행에 들어간 친구가 들은 말이다. 그리고 정확히 1년 후 그 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 그 친구는 이직을 고려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부모, 친구도 인생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최고라고 여기는 직업, 직장이 미래에는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내가 중심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고 길을 개척해 나가는 스펙트럼이 필요한 것이다. 은행에 입사한 친구처럼 많은 젊은이가 사회가 가진 그릇된 시각으로 인해 자기가 진정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한 성찰 없이 직업과 직장을 선택한다. 인생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다. 가족, 친구, 연인이 자신의 행복을 결정하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김홍선 대표의 강연을 들으며 지식만 얻었다면 머리로만 느끼는 강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식뿐 아니라 지혜를 얻었기 때문에 가슴으로 느끼는 강연이었다. 앞으로도 많은 강연에서 수많은 젊은이가 새로운 길과 방향을 찾을 때 그 길을 안내해주는 등대로서 좋은 메시지를 전해주시길 바란다.
Ahn


대학생기자 이종현 / 숭실대 컴퓨터학부
감성이 없었던 시절 유일하게 브라운 아이즈를 참 좋아했습니다. 
그런 브라운 아이즈의 2집 앨범명은 'Reason 4 Breathing?'이었습니다. 
지금도 10년이 지난 지금도 저 자신에게 'Reason 4 Breathing?'라고 외치며 하루 하루를 가슴 떨리게 살고 있고, 그 정답을 찾을 때까지 계속 가슴 떨리게 살고 싶습니다.

사진. 사내기자 송창민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