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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안랩팀워크

안철수연구소의 정보보안은 누가 책임질까?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칭찬받아 마땅할 일은 아무도 모르게 마음 속에 담고, 괴로운 일도 아무에게도 불평하지 않고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는다. 
안철수연구소에는 유독 많은 것 같다. 

아무에게나 쉽게 말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보물을 가지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옮겨적는 나도 그것을 쉽게 보여주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담아본다. 

 -“목소리 크고(?), 밥을 빨리 먹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11시 40분경, 점심식사를 하러 엘리베이터로 가고 있으면 어김없이 엘리베이터에서 올라오는 서비스운용팀을 마주칠 수 있다. 식사하셨냐고 물으니 이미 마쳤다고 한다. "10~15분 사이 다 먹고 일어나요." 아니 왜? 왜 점심을 빨리 먹느냐고 물었더니, '일본전산 이야기(김성호 지음)'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힌트를 준다.

 

 


78년 지방 소도시의 작은 기업 '일
본전산'의 획기적 입사시험이 있었으니 바로 “밥 빨리 먹기”였다. 성적도 전공도 묻지 않았다. 도시락을 10분 이내에 먹은 서른세 명을 무조건 합격시켰고, 합격한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 이 입사전형과 관련해 일본전산은 대대적인 빈축을 샀지만, 나가모리 사장은 이제까지 치른 시험 중에서 가장 획기적이고 성공적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밥 빨리 먹기 시험을 도입한 이유는 간단했다. '밥을 빨리 먹는 사람은 일하는 것도 빠르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런 유형은 대부분 결단력이 빠르고, 동작이 빠르며, 일하는 속도도 빠르다. 더불어 위가 튼튼해서 소화도 잘 시킨다. 건강한 신체를 포함해, 갖춰야할 기본기는 다 갖추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 일본전산 이야기, 김성호 지음, 쌈앤파커스


이와 같이 기상천외한 입사시험과 같은 팀 문화가 서비스운용팀에 녹아들어 있었다. 
 


- 서비스운용팀은 어떤 일을 하나요?

 

"고객 서비스로 사용되는 외부 서비스가 입점해 있는 IDC의 모든 인프라에 대해 기획 및 운영을 담당하는 IDC파트, 사내에서 운영되는 네트워크,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사내 운용파트가 있습니다.

또 사내 모든 DB의 구축부터 운영까지 개발지원과 장애관리 등, DB와 관련 된 모든 부분을 담당하는 DB운영파트와 마지막으로 그룹웨어, ERP, 안디스크 등 사내에서 사용하는 서비스들을 운영하는 개발운영 파트가 있습니다.






보통 IT 부서의 주요 업무는 사내 전사 인프라를 관장하고 서버, 네트워크, 보안장비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다. 안철수연구소 서비스운용팀은 사내 네트워크 및 서비스의 운용은 물론, 외부 고객의 서비스까지 양쪽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서비스운용팀의 업무를 이해하는 데 디도스 일화를 생각해보면 쉽다. 디도스 당시 서비스운용팀의 역할은 응급실에서 환자를 수술하는 동시에 외부 공격을 막아내는 의사와 같다고 할 수 있었다. 특히 보안이 기반인 기업이다보니 다른 회사에 비해 보안 측면에서 더욱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간 취약점 점검과 보안 컨설팅, 사내 유관 팀들과 연계하여 보안 대책을 세우기도 한다.

"그때 당시 두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안랩닷컴이 디도스 공격 대상이 되었는데 그것을 막는 게 하나였고, 다른 하나는 전용백신을 받고자 하는 접속자가 폭주하는 가운데 전용백신을 원활하게 배포하기 위해 인프라(가용성)을 지키는 일이었죠." - 박제석 팀장

 

 

쉽게 말해 가용성을 지키는 것이란,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릴 때 서버가 폭주되기 때문에 미리 대응용을 준비해놨다가 사용자들이 충분히 많이 접근해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서버를 증설하고 성능을 보존하는 것이다.


IDC파트는 24시간 서비스 체제로 운영된다. 이슈가 터지면, 
출퇴근 시간에 구애없이 바로 연락이 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업무 특성상 24시간도 모자라 48시간까지도 지새울 때가 있다. 
 

"자다가 일어나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눈 비비고 핸드폰 켜서 바로바로 해결하기도 합니다. 한밤중 터지면 한밤중에 대응을 하는 거죠. 디도스 때는 24시간, 거의 48시간. 이틀 동안 나와서 고생했죠." 


"밤 새고 새벽에 잠깐 집에 들어갔다 나오는데 어머니가 지금 출근하냐며 물어보더라구요. 밥은 먹고 다니냐며. 가끔 새벽에 전화받고 나오게 되면, 한 번씩 그럴 때가 있어요." - 최재욱 연구원
   
“디도스가 끝나고, 제목이 '디도스 공격자여, 그대는 상도덕도 없소?' 라는 글이 있었는데 너무 가슴에 와닿았어요. 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100% 싱크로율의 기사가 아니었나 싶어요. 월요일이나 수요일에 터졌으면 좋았겠는데 하필 금요일 터트려서...월화수목금금금.” - 김대호 연구원

 
- 디도스 공격자여, 그댄 상도의도 없소?

3월 8일 Bloter.net에 올라 온 도안구 기자의 센스있는 하소연에 월화수목금금금을 보낸 서비스운용팀을 비롯 백만(?) IT인이 공감의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전문 보기 : http://www.bloter.net/archives/52551
 

- 복구센터에서 사탕, 음료수, 연극 티켓 받은 사연

디도스로부터 꼭 일주일 후, 안철수연구소에서는 V3 백신 업데이트 과정 중 장애가 발생했다. 사고 첫날부터 전사원이 비상대응체제 하에서 대응에 나섰다. 죄송하다는 말을 하느라 고개가 땅바닥에 붙을 정도였다. 피해 고객은 먼저 프로세스에 따라 전화로 대응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는 PC를 수거했다. 

당일 아침부터 내방 고객 PC의 수리가 시작됐다. 이때 대응에는 전사원이 동원되었지만, 복구센터에 투입된 팀 중 하나가 서비스운용팀이다. 첫 날 10명의 고객이 화가 난 얼굴로 찾아왔고 그 이후로도 2주 동안 찾아왔다. 화가 난 고객을 대하는 것은 죄송하고 곤혹스런 일이었지만, PC 수리를 마치고 돌아갈 때쯤이면 고객에게서 고맙다는 문자나 메일을 받기도 했다. 
사탕과 음료수를 건네는 것은 직원에 대한 작은 성의의 표현이었다.
 

 3일 동안 3대의 PC를 수리하고 연극 티켓을 주고 간 고객도 있었다. 
 


"저희가 직접 고객을 만날 일이 없었는데 만나서 그 분들의 애환사항을 들어주면서 대응했던 적은 처음이었어요. 고객이 바로 옆에 앉아 있는데 대응 하는 게 되게 힘들었어요. 옆에서 보고 있는데 여유롭게 천천히 할 수 없거든요. 최대한 빨리 하되 많이 뭔가 보여주면서 해야 하니까요. 처음이었지만 두려움을 갖지 않았어요. 그런 걸 갖고 일을 하면 고객 만나는 게 어렵거든요. 저희가 대응한 고객이 50명 가까이 되더라고요.
 
일단 일을 시작하면 다른 걸 신경 안 썼어요. 밥은 제가 챙겨먹었어야 하는데 밥도 제때 챙겨주셔서 다 먹고, 제 일 열심히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못 먹은 사람도 있었어요. 한 번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이 오시더니 저 연구원처럼 돼야 한다며 '선생님처럼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기분이 좋았지요." -정하권 주임 

 

 

긴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건도 있었다. 양양에서 자정 가까운 시각에 서울로 올라온 분의 PC 복구를 빨리 마쳐 기차로 7시간 걸리는 귀가길을 무사히 보내드리기도 했다. 

"제가 볼 때 연봉 이유 때문인 건 아닌 거 같고, 애사심으로 열심히 응대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진심이 묻어나게끔 말을 해요. 인성이 좋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심영진 선임이 말한다.  


 형제라기보다 삼촌과 조카처럼 가까운 콩가루 집안?  

"저희 팀은 20대와 40대의 격차가 없어요. 남들이 보기에는 잘 안 어울려 보일 수 있는데 격의 없고 나이 차 없는 형제들 같은 분위기에요." 라는 고대웅 선임의 말에 박제석 팀장은 "형제라기보다는 삼촌과 조카 정도로 벌어지고 있죠."라고 덧붙인다. 

  

 

서비스운용팀 역사상 거의 최초의 여직원인 채주희 주임과 입사 3개월을 맞는 김경란 주임은 이 팀의 홍이(2)점이다.
 

"제가 몇 년 만에 처음 들어온 여직원이었어요. 사실 전혀 그것이 걱정되지 않았어요. 워낙 잘해주셔서요. 제일 큰 걱정거리는 김경란 주임이 밥을 다 못 먹는 것입니다. (웃음)" - 채주희 주임

"다른 분들은 마시는 수준이지요." - 김경란 주임
  

20대와 40대가 동고동락하면서도 편안하고 부드러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서비스운용팀 만의 묘약을 알 것 같았다. 그 비법은 '웃음'이 아닐까. 팀장의 썰렁한 농담과 분위기 메이커 고대웅 선임까지 주고받는 농담에 어색해질 틈도 없이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주변을 둘러보면, 내게 이미 당연한 것들이 만연해 있다.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이 응당 당연해야 할까? 의문을 던져본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란 사람들의 소리없는 노고가 기울여 있는 것이 아닌가 한번 더 생각해본다. 누군가의 소리없는 희생과 노력이 ‘당연’이라는 말의 진짜 뜻이라면, 그 당연함을 귀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Ahn

사내기자 이하늬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