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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컬처리뷰

영화 써니가 우리 엄마에게 더 특별한 이유

서울로 학교를 진학한 이후 나는 부모님과 떨어져 산다. 오랜만의 고향 방문 기념으로 엄마와 오붓한 시간을 가지고 싶어 영화관을 선택했다. 무뚝뚝한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에게 시집와서 결혼 이후 처음 영화관에 간다는 엄마는 꽤나 설레어보였다.


<출처: 네이버 영화>

우리 엄마는 386세대이다. 386세대는 1990년대에 30대였으며, 80년대 학번 그리고 60년대 생을 의미한다. 흔히 이 세대를 가리켜 학생 운동과 민주화 운동을 통해 역사를 이끈 주역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러나 우리 엄마는 그런 거창한 수식어와는 관계가 먼 그저 수학을 꽤나 잘하는 평범한 시골 여학생이었다. 여자에게 교육의 혜택이 적었던 시절, 6남매 중 셋째인 우리 엄마에게 교육의 혜택이 돌아올 리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외할아버지 몰래 학교 한 번 더 나가고 외할머니 몰래 농사일 내팽개치고 친구들이랑 꽃구경 다니는 것이 큰 낙이었다. 그런 우리 엄마에게 영화 써니는 어떤 의미였을까?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써니1980년대를 배경으로 지금 우리 엄마 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학창 시절, 죽고 못 살던 칠공주 써니가 졸업 이후 각자의 인생을 살게 된다. 그 후 친구 춘화의 죽음을 계기로 써니의 멤버들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짝사랑으로 아파도 해보고 여자들끼리 있는 괜한 질투로 싸워도 보고 전영록의 노래에 미쳐도 본다. 하지만 그 소녀들은 어느새 사회인이 되고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 자신들의 삶을 잃어버리고 살게 된다. 그러다가 써니 멤버들을 만나면서 다시 자신의 삶을 재조명하게 되는 것이다
.

 



<출처: 네이버 영화>

춘화
하고 싶은 거나 되고 싶은 거 없어?”

나미

없어, 이 나이에 무슨........ 그냥 사는 거지.”

춘화

어떤 인생이든 그 인생에는 자신만의 역사가 있는 거야.”


엄마는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동창회에 나가는 것 말고는 학교 친구들과 연락을 잘 하지 않는다
. 서로의 생활이 바쁘다 보니 연락을 못 한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렇다. 학교도 같이 가고 밥도 같이 먹고 화장실도 늘 같이 다니던 둘도 없던 친구들이 학교 때문에 다 뿔뿔이 흩어졌다. 언제나 늘 항상 붙어다닐 것 같았는데 각자 삶에 집중하다보니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하는 사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엄마, 왜 울어?”
얼마나 좋냐, 한참 뒤에도 저렇게 다시 만나고 연락하는 거 보면.”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엄마도 지난 20년 넘게 수백 번은 자기의 인생을 살아보고 싶었을 것이다. 좋은 아내로 좋은 엄마로 사는 게 당연한 엄마의 인생일 거라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다. 엄마도 예전엔 나처럼 미래에 대한 꿈도 꿨을 것이고,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깔깔 웃어대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단순히 스토리뿐만 아니라 의상이나 소품 하나하나, 심지어 영화 속 OST마저도 엄마에게는 과거를 회상하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춘화의 장례식장에서 춤을 추는 것으로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는 순간까지 엄마는 눈가가 촉촉해져 일어나질 못 했다. 엄마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이야기는 써니의 이야기이자 우리 엄마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Ahn

대학생기자 변정미 / 세종대 식품공학과
대학 입시에 실패한 후, 방황하던 저에게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20대의 1년은 30대의 10년과도 안 바꿀 만큼 소중한 시간이다. "
머나먼 미래에 찾아올 10년 보다 더 소중한 2011년, 안철수연구소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올 한 해, 10년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년 뒤, 더 성장한 저를 기대해주세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