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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전문가 초대석

구글러 김태원 "구글러가 꿈이어선 안 된다"

셔츠 한 장이 딱 알맞은 날씨의 주말, 구글코리아가 위치한 서울의 중심부는 북적대는 인파 대신 한가로운 가로수만이 눈에 띄었다. 김태원씨를 만난 곳은 파이낸스센터 지하에 위치한 카페였다. 그의 안내를 받아 건물 22층인 구글에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생각이 자유로운 어른들을 위한 장소이기 때문일까? 형형색색의 놀이방을 연상시키는 회사의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었다. 김태원씨는 일대일 인터뷰로 긴장을 많이 한 초보기자를 대신해 편안하게 취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어 주었다


그는 "
가수 김태원씨 덕분에 주옥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웃음). 저는 구글러로서 5년차이고 4년 동안 글로벌 비즈니스팀
, 현재는 미디어&모바일 부서에서 일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안철수연구소 덕분에 제 컴퓨터를 안전하게 쓰고 있고요^^ 이렇게 안랩을 통해 인터뷰를 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여유가 없을 것 같다. 매주 회사에, 강연에, 또 개인적인 일들까지. 너무 여유가 없어 짜증도 날만한데 시간관리를 어떻게 하는가?


책에도 그런 내용을 썼지만
, 좌절이나 실패라는 것들을 정의 내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지금 실패라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나면 성공일 수 있기 때문에 지금 확정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이 있고 나서 당신이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진짜 당신의 실패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의된 실패, 확정된 좌절은 없다고 생각한다
. 어느 곳에 가서 실패해봤습니다 또는 좌절해봤습니다 하기가 조심스럽다. 진짜 좌절해보고 실패해본 사람들 앞에서 나는 아직 제대로 좌절을 맛보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힘들 때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가?


오늘 인터뷰가
김태원의 어두운 면 밝혀보기인가? (웃음) 오늘 같은 날은 나는 가수다를 기대하고, 꾸준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를 생각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강의를 했을 때 보람을 느끼거나 영화를 볼 때 뭔가를 느끼는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게 좋아서 영화를 보러가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는 풀리는 것 같다.

사람들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물어보면 생각 외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명확하게 무엇을 하고싶다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주일을 기다리게 하거나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무언가가 스트레스를 이기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두 세시간의 길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지 않은가? 물론 힘든 길이겠지만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힘든 과정을 힘들다고 해석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한 노력들이 중요하다고 본다
 
 

잠시 샛길로 빠져 대학 시절 연애사를 잠깐 들었다. 

학생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연애를 실컷 해보고 싶고, 또한 다양한 연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여자친구가 있었다. (‘과거 있는 남자’로 될 수도 있을 것 같다(웃음). 무엇 때문에 헤어졌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랑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사랑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과, 그 사람을 위해서 모든지 할 수 있는 사람. 너무 사랑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 때문에 힘이 부쩍 나서 공부도 열심히, 대외활동도 열심히, 친구도 많이 만드는 사람 말이다. 나는 후자 쪽이었던 반면 여자친구는 전자였다. 다시 돌아간다면 이 두 가지를 조화롭게 가지고 있는 나를 기대한다.


-본인의 대학 시절을 떠올릴 때, 지금을 살아가는 청년들은 어떠한 것 같나?

대학 시절
, 중국집에서 음식과 술을 시켜놓고 어줍잖은 지식으로 이 시대 문제에 대해 대학 동기들과 이야기 했었다. 사실은 술을 마시기 위한 핑계가 아닐까 생각되지만, 그 때 쌓인 추억과 여태까지도 후배들을 만날 수 있게 만들어준 장인 셈이다. 윗 세대분들이 쎄시봉에 다시 열광하는 이유는 가수 그 자체인 측면도 있겠지만, 그 당시의 추억이 떠오르기 때문에 더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이 아닌가.


요즘 대학생들에게는 취업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최대 관심사일 것이다. 하지만 20년이 지나고 친구들과 대학생활을 떠올릴 때 취업얘기밖에 말할 게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고생해서 기차 여행도 떠나보는 등 추억의 자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가지 활동은 의미 있는 것이다. 만약 (인터뷰를 하고 있는 학생기자분이) 안랩 기자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만남은 없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취업 문턱에 선 학생들에게도 조언해준다면?

마음에 드는 책을 읽을 때조차 전공서적을 읽는 친구들 모습에 조바심이 날 것이다
. 독서라는 경험이 눈 앞에 있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손에 잡히지 않고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높은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 현실에서, 독서로 얻을 수 있는 소양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아 안타깝다. 하지만 언젠가는 독서 자체가 차별화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많은 학생들이 책을 읽고 있는 시간을 불안하게 여기고 있을 때, 누군가가 그 책을 손에 쥔다면!

나 또한 중고등학생 때 책을 많이 읽지 못했기 때문에 고등학교 언어영역에서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도 높은 점수를 받는 친구를 보며, 당시 언어 점수와 책을 읽은 양의 상관관계를 믿고 싶지 않았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결국 사회에 나오면 기술도 필요하지만 잠재력이나 가능성 등을 나타내는 역량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것들을 책을 통해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남들과 차별된 공부법이 있는가?

시험을 볼 때면
, 공부한 내용을 두 세번씩 봐야 마음이 놓였기 때문에 나의 공부법은 반복에 있었다. 난 머리가 좋지 않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험범위가 만약 100장이라면 종이에 정리, 요약하는 습관을 들였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범위를 좁혀나갔는데, 예를 들어 시험보기 열흘 전쯤 시작하여 분량을 3장으로 요약하고, 시험 전에는 1장으로 줄여나가는 식으로 공부하였다. 그렇게 정리하며 공부하다 보면 요약된 한 장을 보면서 어떠한 배경에서 요약되었는지를 되짚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결국 내가 하는 강의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양의 슬라이드를 제한된 시간 안에 발표하기 전, 이 것을 5분 안에 두 장으로 요약해 보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해보자. 만약 할 수 없다면 무엇이 핵심인지,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를 잘 모르는 여지를 남기는 것이다. 실제 강의를 할 때도 시간이 적은 강의가 더 어려운데, 동일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요약하는 능력을 더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요점을 모르고 무작정 외우는 방법보다는, 키워드를 통해 배경들을 정리와 요약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출중한 외모를 가지거나, 어학연수를 다녀오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사회에서 가장 큰 벽이자 필수가 되어버린 이 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학연수를 가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외국어. 중요하지만, 구글에서도 외국에 나가지 않고서 스스로 공부한 분들이 많이 다닌다. 스스로 어떤 여건을 조성하는 것에 따라 달렸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24시간 영어에만 노출된 환경을 만들 수 있다(자꾸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싶은 유혹이 있어서 그렇지만). 외국 경험 자체에 의의를 두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외국에 가면 언어능력이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유창한 외국어 실력이 사람의 성공이나 능력을 모두 대변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의 수를 늘릴 수 있게 해줄 수는 있다. 외국어를 못하는 사람의 선택 옵션이 세가지라면, 잘하는 사람의 기회는 배가 될 수 있다. 선택의 기회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환경을 조성해 열심히 해봐!’ 라고 말해주고 싶다.

무조건적인 외모 지상주의는 글쎄- 라고 생각된다. 어느 유명한 학자가 celebrity(유명인)의 정의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유명해서 유명한 사람이다.” 라고 답했다고 한다. 어떤 유명인사가 유명한 이유는 단지 유명하다는 가치를 갖고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가치있기 위해서는 유명한 것을 넘어서야 된다.  그 사람이 왜 좋아?”라고 물었을 때 유명하잖아~” 라고 답한다면, 그것이 바로 알맹이가 없는 외모지상주의와 연결된 잘못된 시각이 아닐까? 물론 예쁘고 멋있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그 자체만 있고 알맹이가 없는 사람이라면, 순간적인 매력은 클 수 있겠지만 지속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외면과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려는 욕심이 있는 것 같다.

-구글러가 되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는가?

많은 분들이 구글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꿈이 단순히 구글에 입사하는 것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것은 마치 병원에 가서 저 아파요.” 하는 것과 같다. 아픈 곳에 따라 각각의 병원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구글에서 어떠한 일을 하고 싶다이지 무조건 구글에 입사할거야가 꿈일 수는 없는 것이다. 나의 바람은 그들이 더 크고 구체적인 꿈을 설정해서 구글보다 더 멋진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구글은 자유로운 곳인 만큼 스스로가 열정을 가지고 전진하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많은 회사이다. 여러분이 self-driven하게 자신의 열정을 주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고 꾸준히 그 열정의 경험들을 축적해 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내가 고등학생 때 지금의 대학기자처럼 누군가를 인터뷰했던 적이 있었다. 바로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 교수님이다. 나도 지금처럼 인터뷰 마지막 때에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라고 물었었다. 보통은 목표를 설정하고 최선을 다하라는 조언을 생각하기 쉽지만, 이원복 교수님은 광고를 보고도 사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마지막 조언을 해주었다. 그 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주체적으로 살라는 의미임을 깨닫고 지금까지 기억에 남았다.

다른 사람이 원하는 나를 만들지 말고 내가 원하는 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남들이 모두 스펙을 외치는 동안, ‘내가 원하는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 누구에게도 없는 나의 삶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가 해준 조언들이 사람들에게 많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그의 조리 있는 말 때문이 아닌, 진솔한 경험들을 들려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인터뷰를 마치고 한 정거장을 걸어 내려오며, 여태껏 내가 미루어 온 열정이라는 것이 지금부터는 점화를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지를, 나 자신에게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Ahn

 

대학생기자 유혜진 /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시간만이 올바른 사람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안랩인이 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