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출신 한국 해커의 미국 유학 생활 적응기

해외 보안 컨퍼런스중 가장 유명한 것이 블랙햇, 데프콘이다. 2011 8월 초,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두 컨퍼런스에 참여하면서 국내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여러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해킹대회(CTF)에 참여하는 해외팀 멤버뿐 아니라 카이스트 'GON' 팀의 멤버이자 현재는 조지아텍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장영진 군을 만나 미국 유학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언어, 문화적 차이 때문에 힘든 점과 한국의 대학원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 Conference Call(전화 회의)

상대방을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면 말뿐 아니라 제스처나 다른 방법으로 전달할 수 있지만, 전화 회의로는 말로 모든 것을 전달해야 한다. 숨겨진 의미를 모른다거나, 한국식 영어 때문에 의사 전달이 제대로 안 되는 문제도 있고, 전화 상에서 누가 말하고 있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외국인 입장에서 아시아권의 말이 모두 비슷하게 들리는 것처럼 전화 상에서 외국인의 목소리, 억양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전화 회의가 있으면 한 시간 반 전부터 발표 연습하듯이 미리 준비하여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다.

# Privacy

전화번호나 집주소 같은 것은 굉장히 사적인 것으로 생각하여 지금도 지도 교수의 핸드폰 번호를 모른다. 한 번은 여러 사람이 만나기로 한 자리에서 몇 시간을 기다렸는데 한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서로 전화번호를 모르니 E-mail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전화 회의를 할 때도 약속 시간 두 시간 후에 사고가 나서 못 온다는 E-mail을 받은 적도 있다. 업무 시간에 전화로 상대방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한 편으로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문화로 생각된다.

# 6시 신데렐라

위와 비슷한 맥락으로 자기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매우 중요시한다. 공부하다가 5~6시 정도 되면 다들 집에 가고, 우리나라에서 공부하다가 다같이 술 한 잔 하러 간다거나 MT, 워크숍 같은 문화가 없다. 친한 친구 2~3명끼리 놀고, 어쩔 수 없이 모두 모였을 때 식사를 같이 하는 정도이다.


언어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한 한편, 몇 시간이나 자신의 시간을 허비할 만큼 남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다면, 미국이어서 좋은 점은 뭐가 있을까?

#  연구 환경

상대적으로 연구비가 많고 기자재 구입이 매우 자유로워 장비 지원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다. 또 연구해야 할 주제가 매우 다양해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교수와는 수평적 관계로 서로 이름을 부르고 턱도 괴면서 말할 정도로 자유롭다. 우리나라에서는 밑에서 일하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여기서는 본인이 일을 도맡아 하고 교수는 지원해주는 형태로 자기 주도 문화가 강하다.
 


# 수업 시간

흔히, 한국 사람은 사고가 닫혔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곳에 와서 왜 우리 사고가 닫혀 있다고 하는지 알게 되었다. 열린 사고의 단적인 예는 모르는 부분을 남 눈치 보지 않고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 없이 질문한다는 것. "몰라야 창의성이 발휘된다"라는 말이 있듯이, 본인이 틀려도 상관 없이 질문을 하다보면 쓸데없는 질문에서조차 좋은 내용을 건지는 경우가 있다. 실제 이런 질문에서 얻은 내용이 논문으로 작성된 적도 있다고 한다. 


금요일에는 파티 복장을 입는 자유로움과 개인의 개성을 인정하는 이들의 삶에서 우리도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남을 인정해주는 문화, 그 사람의 가치를 찾아주려는 것이다. 못하면 낙오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것을 더 북돋워주는 부분은 우리도 배워야 할 자세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화이트 햇) 해커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해커인가?

굳이 해커라기보다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어서 해킹대회에 나간 것이다. 현재는 연구하는 것이 곧 게임같이 느껴진다. 다른 취미 생활을 찾지 않아도 여기서 재미를 느낀다.
 


-우리나라에 해커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2~3명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해커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환경이다. 남들이 주목하는 것을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열심히 한 결과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주목 받는 것이 되어야 한다. 돈이 되는 대세에 흘러가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안드로이드가 대세다 하면 갔다가 하는 식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그리하여 그가 던진 마지막 메시지는 이것이었다.

많은 것을 잘하기보다, 

주변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하는 것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해라!
 
Ahn

사내기자 박정우 / ASEC A-FIRST


사람이지만 주로 '개구리'로 많이 알려져 있으며,


재밌고 따뜻한 보안세상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