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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현장속으로

'아프니까 청춘이다' 저자 김난도가 말하는 성공

이상! 빛나는 귀중한 이상, 그것은 청춘이 누리는 바 특권이다. 그들은 순진한지라 감동하기 쉽고 그들은 점염(點染)이 적은지라 죄악에 병들지 아니하였고, 그들은 앞이 긴지라 착목(着目)하는 곳이 원대하고, 그들은 피가 더운지라 현실에 대한 자신과 용기가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상의 보배를 능히 품으며, 그들의 이상의 아름답고 소담스러운 열매를 맺어 우리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청춘은 인생의 황금 시대다. 우리는 이 황금 시대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기 위하여, 이 황금 시대를 영원히 붙잡아 두기 위하여, 힘차게 노래하며 힘차게 약동하자!”

중학생 때 국어 공부 좀 열심히 한 사람이라면 이 글귀가 상당히 낯익을 것이다. 화려한 수식어구와 한글 표현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줘 높이 평가받는 민태원 씨의 수필 <청춘예찬>의 일부다.

듣기만 해도 설레는 말이 무엇일까? 소설가 민태원은 청춘이 바로 그러하다고 했다. 수필 청춘예찬에서 그는 젊은이들에게 청춘의 열정·이상·생명력을 바탕으로 힘차게 도약하라고 외친다.

생각하건대 지금 현재의 청춘은 죽었다. 아니, 사회에 의해서 청춘은 청춘이 아닌 삶을 살아간다. 열정과 이상, 생명력은 먹고 살기 바쁜 현실의 벽에 부딪쳐 청춘을 누린다는 것은 정신적 사치로 여겨진다. 분명 지금 20대는 그 누구보다 치열하고 열심히 산다. 하지만 한 목표를 설정해 그곳을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닌, 앞에 보이는 길을 그냥 아무 생각없이 걷는다. 그러다가 도착점이 나오면 , 여기가 내 도착지구나하고 여기는 것이 현실의 청춘의 모습이다. 그래서 더더욱 나는 현대의 청춘이란 단어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최근 서점가를 휩쓴 베스트셀러가 뭐냐고 질문하면 두 가지를 답할 것이다. 마이클 샌댈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첫째일 것이고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마 나머지 대답이 될 것이다. 청춘은 이미 죽었는데 왜, 청춘이란 이름을 계속 되뇌어서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걸까. 선뜻 책에는 손이 가질 않는다그러던 차에 지난 813,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강연이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청춘이란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

강단에 선 김난도 교수는 대뜸 스크린에 뜬 사뮤엘 율만의 청춘이란 시를 다같이 낭송할 것을 요청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한다
20세라도 인간은 늙는 것이다
.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희망의 물결을 부여안는 한
90세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

흔히 청춘 하면 청소년기에서 대학생, 아직 사회에 혼자 나서기는 두려운 이 시기를 상상하곤 한다. 그래서 열정이 살아있어야 할 청춘은 죽었다고 단언했다. 여기서 사뮤엘 율만은 청춘을 재정의한다. 청춘은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라고. 그래서 70세 노인도 청춘이 될 수 있는 것이고 20세이지만 청춘이 아닌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청춘에 대해 삐딱하게 생각했던 나의 시각이 전환되는 시점이었다. 영화 속에서나 들을 법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내 마음가짐만 청춘이면 되니깐. 

청춘. 3 마인드를 넘어서라.

사뮤엘 율만의 시로 청춘을 재정의하고 이윽고 김난도 교수는 물었다.
,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합니까?”

꿈을 위해 우리는 어느 길을 가야하는 것일까. 그와 동시에 스크린에 직업 선택의 십계라는 독특한 글귀가 떴다.
내가 다녔던 거창고등학교에는 직업 선택의 십계가 있습니다. 남들이 흔히 가는 길의 반대로 가라고 합니다. 이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김난도 교수는 사회,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이 모두 고3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고3 마인드란 서열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 고3 마인드를 철저히 깨부순 것이 직업 선택의 십계이다. 현재 사람들은 현명하다. 3적으로 현명해서 안정만을 바라보고 살게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강조했다. “제발 어리석으라고 

그에 대한 예로 김 교수는 세계적인 카메라 회사였던 코닥의 딜레마를 들었다. 카메라 필름으로 한때 막강했던 세계적인 기업 코닥은 디카로 인해 결국 무너져내렸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세계 최초로 디카를 만든 곳은 코닥이었다는 것이다.

이 코닥과 비슷한 것이 바로 현재의 우리라고 한다. 우리 모두 코닥같이 생각하게 된다. CEO들이 좋아하지 않는 제품은 꺼리고 그들의 수요에 맞춰 움직인다. 코닥처럼 디지털이란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지 않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처럼 여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위인은 모두 안정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영역을 시도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 수 있는 그 마음 상태, 그것이 바로 청춘입니다.

성공이란 것은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되는 것  

희한하게 우리나라는 줄세우기를 참 좋아합니다. 심지어 학문과 전공도 줄을 세워놓죠. 대표적으로 그것을 만드는 곳이 고3 수험생 사이트인 대성과 메가스터디란 곳이죠.”
편입과 재수, 전과에 대해서 그는 잘맞은 공이 안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수비수가 없는 곳에 떨어진 공이 안타다라고 표현했다 

성공한다는 것은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즉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되는 것이지, 서열로 매겨진 조금이라도 더 높은 전공과 학문을 이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과나 편입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스펙의 사다리를 오르는 기분으로 한다면 분명히 망한다는 겁니다. 누군가 말합니다. 저는 학벌 때문에 취업이 안 돼요. 그런 사람에게 저는 꼭 말합니다. '네 학벌, 영어 점수가 문제가 아니라 그 부족하다는 학벌과 영어점수를 만회할 네 브랜드가 없어서'라고 말입니다.”  

조급해하지 마라

내게 나무를 벨 시간이 8시간 주어진다면 그 중에 6시간은 도끼를 가는 데 쓰겠다.

링컨의 말을 인용하며 김 교수는 현대 사회의 조급성을 비판했다. 흔히 말하는 자기 계발의 기본은 날을 가는 데 있다. 날이 제대로 서야 나무가 잘 베어진다. 6시간 동안 도끼날을 제대로 갈아 2시간 만에 나무를 벨 수 있는 것을, 우리는 마음이 급해 2시간 동안 도끼날을 갈아 제대로 서지 않는 날로 6시간 나무를 베고 있다는 것이다.

제가 재밌는 질문 하나 할게요. 제가 1000명의 대학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당신의 인생의 전성기는 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요?”

결과는 평균 29세였다. 그저 담담하게 놀랄 만한 수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난도 교수는 이 결과에 경악했다고 한다.

아니, 왜 자신의 전성기를 그렇게 빨리 보는 건지. 전성기가 29세 정도에 올 것이라고 사람들이 생각을 맞추니깐 29세가 되기 전에 내 모든 것을 이룩하겠다 하고 마음이 급해지죠. 그래서 29살에 고시 붙고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어하죠. 하지만 꽃마다 자신이 피는 계절이 있습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전성기, 즉 내가 어디로 어떻게 방향을 나아가야 할지 모를 때 해답은 성찰이라 말했다. 이때의 성찰은 공상이 아니다. 허구한 날 이런 공상, 저런 공상들로 하루를 보내는 것과 끊임 없이 고민하며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또한 사람을 키우는 것은 선택의 중요성이 아니라 실패와 반성이라는 것을 김 교수는 강조했다 
선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택을 한 후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의과대학교를 가지 못해 동물학과를 갔는데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된 사람, 수능점수가 부족해 역사학과를 들어갔지만 인문학의 배움으로 터득한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광고회사의 일인자가 된 사람 등의 예를 들며 실패와 반성이 사람을 키운다고 역설했다.

너라는 꽃이 피는 계절은 따로 있다.

김난도 교수는 마지막으로 청춘의 가슴을 뛰게 하는 시 한 편을 보여주며 90여 분 간의 강연을 마쳤다. 죽은 듯한 청춘의 마음을 다시 뛰게 만드는, 한 편의 글은 계속해서 기억에서 맴돈다.

그대, 좌절했는가.
친구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그대만 잉여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가.  

잊지 마라.
너라는 꽃이 피는 계절은 따로 있다.
아직 그 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대, 언젠가는 꽃을 피울 것이다. 다소 늦을지라도
너의 계절이 오면 다른 어느 꽃 못지않게
그 기개를 뽐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고개를 들라. 너의 계절을 준비하라.
Ahn 

대학생기자 김마야 / 아주대 경제학과


'삐뚤어질 수 있으니 청춘이지'라고 항상 스스로 되새기고 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어른'이란 인식이 사회에 맞춰가는 바른 상(像)이라면
저는 아직까지는 사회를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청춘'이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도 제 청춘을 버라이어티하게 디자인하는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