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당신을 위한 특별한 자장가, ASMR

문화산책/에세이 2017.07.29 14:14

  밤이 깊었다.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 떼도 고요해졌다. 하지만 당신은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다. 머릿속으론 이미 양을 수백 번도 더 세었지만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는다. 낮에 마신 커피를 탓해볼까, 열대야를 탓해볼까. 애써 두 눈을 감아보지만 그럴수록 더 말똥말똥해진다. 자장자장. 어릴 적 베갯머리에서 어머니가 다정스레 불러주신 자장가가 그리워지는 밤이다. 똑딱이는 시계 초침이 더 선명하게 들리고, 다가오는 아침에 대한 걱정이 점점 커지고 있는 이 밤. 이대로는 또 뜬 눈으로 해를 맞이할 게 뻔하다. 특효약이 필요하다.

잠이 오지 않는 밤, 당신을 재울 특별한 자장가를 소개한다.

 

 

1. ASMR, 너는 누구니?

   어릴 적 부모님의 무릎을 베개 삼아 누워 귀청소를 받곤 했다. 귀 가까이서 들려오는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묘한 간질거림. 손길에 귀를 맡기고 두 눈을 감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버렸던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미 그 때부터 ASMR은 가까이에 있었다는 것을.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이란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이다. 시각, 청각 등의 오감과 관련된 자극에 반응하여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감각적 경험을 부르는 말이다. 용어가 낯설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쉽게 생각하면 백색소음(white noise)이다. 빗소리, 에어컨 소리, 바람소리 등이 백색소음에 포함된다. 이들은 귀에 쉽게 익숙해져 작업을 방해하는 일이 거의 없고, 외려 거슬리는 소음을 덮고 집중도를 높이기도 한다.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볼 때에 완전히 조용한 곳보다는 카페 등지를 더 찾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ASMR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ASMR이라고 부르지 않았을 뿐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즐거운 소음이다.

 

2. ASMR의 세계로

   ASMR은 처음엔 미국, 호주 등지에서 퍼져 나갔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ASMR을 검색하면 컨텐츠가 무수히도 많이 나와 무엇을 봐야 할지 막막할 것이다. ASMR을 느끼게 하는 자극을 트리거(Trigger)라고 하는데 종류는 다양하다. ASMR을 나누는 기준은 크게 말을 하냐 안 하냐, 상황극이냐 아니냐이다. 이들 중 대표적인 ASMR 네 가지를 소개하겠다.

 

1) 자연 소리 (Nature sounds)

 

   자연물 자체의 소리를 들려주는 ASMR로 우리에게도 가장 익숙하다. 밤바다 파도 소리, 모닥불 소리, 깊은 숲 속 바람 소리 등 인공적이지 않은 소리다. ASMR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두 눈을 감고 귀에 들리는 소리에 집중을 하고 있자면 정말 지금 내가 누워있는 곳이 어느 한적한 풀숲인 것만 같다.

 

2) 물체 소리 (Tapping)

 

 

 

  대표적인 물체소리는 태핑이다. 손가락이나 손톱으로 물체를 두드려서 소리를 내는 기법이다. 태핑 뿐 아니라 물체를 이용해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종이를 구기거나 책장을 넘기는 등 바스락거리거나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반복해서 낸다. 이런 단순한 소리가 듣는 이에게는 편안한 익숙함으로 다가간다.

 

3) 상황극 (Roleplaying)


   상황극 ASMR은 말 그대로 특수한 상황을 설정하고 조곤조곤하게 말을 하며 이끌어가는 ASMR이다. 주로 청자가 귀 청소, 마사지, 상담 등을 받는 의뢰인 입장으로 등장한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 귀를 간지럽히는 속닥거림은 금세 잠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다만, 낯선 이의 목소리가 불편할 수 있기에 자신과 잘 맞는 제작자를 찾아야 한다.

 

4) 속삭임(Whispering)

 

 

   속삭임 ASMR은 종류가 다양하다. 몽글몽글, 도담도담 등 부드러운 발음의 단어를 반복하며 수면을 유도하는 단어 반복 ASMR, 속닥이면서 자신의 일상을 말하는 ASMR 등 상황을 설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말하는 ASMR이 모두 포함된다. 조용조용 속삭이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잠에 빠진 스스로를 찾을 수 있을 거다.

   이외에도 먹방(eating sound), 말하지 않고 입으로 내는 소리 등 다양한 종류의 트리거들이 있으니 자신의 취향에 맞는 트리거를 찾아 ASMR의 세계로 한발짝 다가가면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3. ASMR 의 그림자

 

   앞서 ASMR의 좋은 점만 열거했지만 모든 것엔 일장일단이 있기 마련이다. ASMR에도 여러 부작용이 있고 이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어야 ASMR을 더욱 즐겁게 누릴 수 있다.

   먼저, 대표적인 부작용은 중독성이다. ASMR을 들어서 잠이 잘 오는 게 아니라 ASMR이 없으면 잠이 오지 않게 되는 것이다. 심리적 안정감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의존하게 되면서 중독에 빠질 수 있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처음에 듣던 소리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무감각해지게 되고, 더욱 더 강한 자극을 찾는 것이다. 약에 내성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로 인해 중독성이 더욱 강해진다.

   또한, 청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ASMR을 들을 때는 조용한 상태에서 소리에만 집중하기에 청각이 예민해진다. 이로 인해 작은 소음에도 잠에서 쉽게 깨거나 할 수 있다. 또한 이어폰을 이용하는 ASMR의 특성상 이어폰의 사용이 잦아지고 길어질수록 청각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선정적인 컨텐츠의 도구로 악용하는 사례다. 이 경우 ASMR은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는 본래의 목적과는 동 떨어져 쾌락만을 강조하는 사례일 수 있다.

 

 

   지금까지 ASMR의 세계로 함께 발을 디뎌보았다. 글로만 보아서는 아직 감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좋은 것 같아 보이다가도 부작용을 생각하면 겁이 날 수도 있다. 양면을 머릿속에 잘 넣어두고 적절히 즐긴다면 분명 ASMR은 당신께 편안한 밤을 선물할 것이다.  

또한 과연 ASMR이 음악, 독서 등과 같이 새로운 컨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충격 특강, 당신 문제는 너무 열심히 산다는 것

분류없음 2011.12.08 07:00
지난 11월 22일 카이스트에서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현재 건국대학교 교수이자 작가인 하지현 교수의 초청강연이 있었다. '당신의 문제는 너무 열심히 산다는 것이다.'라고 떡 하니 학교에 현수막을 걸어놨으니, 열심히 살려고만 노력하는 내가 어찌 안 가볼 수 있을까?
강연은 시작부터 파격적이었다. 하지현 교수는 열심히 사는 걸로 치자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카이스트 학생들에게, 열심히 살지 마라는 말씀과 함께 강연을 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공부 열심히 해라' '1분 1초도 헛되이 쓰지마라.'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라'.라는 말을 듣고 자라온 이 시대의 학생들에게, 열심히 살지 말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런데 이 때 한 학생이 반박을 하였다.

"교수님, 제가 보기엔 교수님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산 사람인 것 같습니다!"
과연 교수님은 뭐라고 답변을 했을까?


 태엽을 한 방향으로만 계속 감지 마라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항상 하던 것만 열심히 해왔다. 수학문제를 푸는 학생들은 수학문제만 열심히 풀었고,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은 역사만 열심히 외웠다.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은 그림만을 위해 살았고, 음악을 하는 학생들은 하루종일 음악만을 하며 살았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의 태엽을 한 쪽으로만 감아왔던 것이다. 즉 좌뇌와 우뇌 중 우리는 한 쪽 뇌만을 집중해서 발달시켜 온 것이다.

즉, 하지현 교수의 '열심히 살지 말라'라는 뜻은 우리가 늘 해오던 것을 지금까지 해왔던 것 처럼 계속해서 매달려서 죽기 살기로 하지 말라는 것이다. 신체도 균형이 맞아야 하듯이 우리의 뇌도 좌뇌와 우뇌의 균형이 맞아야 하는 것이다.

 GREEN  RED  BLACK
 ORANGE  BLUE  PINK
 GRAY  YELLOW  WHITE
 NAVY  PURPLE  BROWN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얼마나 균형잡힌 뇌를 가지고 있는 걸까? 간단하게 테스트를 해보자. 처음에는 글자의 색과 상관 없이, 글자를 순서대로 소리내서 읽어보자. 잘 되는가? 그렇다면 이제는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글자는 무시하고 각 글자의 색깔을 소리내서 읽어보자. 예를들어 처음 GREEN은 GREEN이라고 안 읽고 글자 색이 파랑색이니, BLUE라고 말해야 한다. 잘 안되는가? 그렇다면 독자인 당신의 뇌도 한 쪽으로만 태엽이 감긴 것이다.
 
 양을 세면 절대 잠을 자지 못 한다
 

요즘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불면증에 시달린다. 그럴때면 흔히들 포근한 양을 세보라고 권한다. 양 한마리, 양 두마리, 양 세마리... 양 백마리, 양 백한마리 과연 도대체 언제까지 세야 하는 것일까?
 
많은 이들이 이 양을 세다가, 아마 모르긴 몰라도 양을 수천마리는 키웠을 것이고, 어쩌면 양떼목장보다 더 큰 목장을 만들었을 것이다. 이런 이들에게 하지현 교수는 잠을 자기 위해 양을 세는 것은 잠을 깨는 지름길이니 절대 양을 세지마라고 충고했다. 대신에 진짜 잠을 자고 싶다면, 양을 세지말고, 처음부터 잠들 때까지 계속 양 한마리, 양 한마리, 양 한마리만 생각하라고 권했다. 교수님의 말인 즉슨, 양을 세는 것은 우리의 뇌가 지속적으로 숫자를 세는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뇌가 쉴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양을 세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어? 내가 양을 몇 마리까지 셌더라?'라고 하는 그 순간부터 당신은 그날 하루 잠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정신과 의사가 개업한 심야 식당 이야기
 

지금까지 살펴본 이야기들은 사실 하지현 교수님의 책 가운데 몇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소개한 것이다. 하지현 교수님의 '심야치유식당'은 만화책 심야식당, 그리고 바텐더와도 많이 닮아있다. 정신과 의사가 식당을 개업하면 생긴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데, 그 이야기들이 대부분 식당에 찾아온 손님과의 대화를 통해 손님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문제를 풀어주는 형식이다. 
 
예를 들어, 한 잘나가는 컨설턴트는 모든 것을 분석하여 최선의 답을 찾을려는 일종의 직업병을 가지고 있는데, 이게 일 상생활에까지 작용하여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생각해보자, 아내가 아들의 학업문제 때문에 그 컨설턴트에게 "요새는 어느 학원이 좋대~ 학원을 옮겨야 할까봐.."라고 고민을 털어놓는데, 남편인 그 컨설턴트는 "음... 그럴땐 말이지, 옮기면 이런 이런 장점과 기회가 있고, 옮기지 않을 땐 이렇고 저런 약점과 위협이 있으니, 이럴 때는 이렇게 하는게 좋을 것 같네"라고 인간미 없게 분석하여 답을 내려준다면... 이 가정은 어떻게 될까?


사회가 발전하고 사람들이 바쁘게 살수록, 어쩌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작은 심리적 문제를 안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제는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한번 쯤 나 자신을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Ahn


대학생기자 최시준 / KAIST Mangement Science

안철수연구소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이름'이라는 길을 향해 가고 있듯이,

저, 최시준은 '세상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이름'이라는 길을 향해 걸어갑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어떤 길을 향해 가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