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중심 경영에 인문학이 중요한 이유
"기업은 직원들에게 기계 조작법이나 마케팅 계획 수립 방법은 손쉽게 가르칠 수 있지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정말 골치 아픈 일이다."
루 거스너 전 IBM 회장의 말이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점점 복잡해지고, 글로벌화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단편적 지식보다 인문학적 소양이 높고, 종합적인 사고력과 문제해결능력, 국제적 감각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효율과 생산성에 매달려온 기업이 인문학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인간에 대한 이해, 폭넓은 지적 시야
인문학은 특히 조직의 리더와 경영자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인간을 이해하는 리더가 진정한 리더이며, 자기 전공 분야를 초월한 폭넓은 지적 시야를 갖추어야 기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적 가치와 지식을 통해 성공을 이뤄낸 기업인의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CEO가 존경하는 CEO'라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KYOCERA) 명예회장은 1995년 27세의 나이에 교토세라믹을 창업했다. '일 잘하는 방법'이 아니라 '왜 일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직원의 정신적, 물질적 행복을 추구하고 인류사회의 발전에 공헌한다'는 사명(社命)을 정하고 기업을 경영해왔다. 이 사명에는 불교의 자비와 유교의 경천애인(敬天愛人) 정신이 담겨있다. 종교와 철학 사상을 경영에 반영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칼리 피오리나 전 HP회장은 대학에서 역사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그는 경제학이 아니라 중세 철학에서 비즈니스에 대한 분석력을 키웠다. 유럽의 르네상스에서 디지털 시대의 도래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 것은 유명하다.
유비쿼터스, 지식 통합의 시대
인문학은 창의적 발상을 이끌어내는 상상력과 통섭(通涉)의 자양분이다. 문학은 언어와 인간유형의 보고이며, 역사는 체험의 보고이고. 철학은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정신의 보고이다. 경영은 철학, 문학, 종교, 역사와의 통섭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끄는 경영이념, 리더십, 인재경영, 마케팅전략, 고객관리, 사회적 책임의 방향을 제시한다. 인문학은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서로 연결해 새롭고 더 가치있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상상력의 원천이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인문학적 상상력이 더해져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 사례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텔링은 제품이나 브랜드에 꿈과 이야기를 담아 고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스타벅스, 나이키, 디즈니랜드가 대표적인 예다. 브랜드에 담긴 이야기는 품질이나 디자인 못지 않은 매력적인 상품의 속성이 되었다. 상품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꿈을 사고 파는 세상이다.
인문학적 소양은 훌륭한 커뮤니케이션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은 역사적 사건을 예로 들면서 연설을 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 사람과 비즈니스 할 때 중국 고사성어나 역사의 한 소절로 대화를 시작하면 일이 한결 쉽게 풀린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의 저서는 경영현장의 목소리와 이론을 잘 접목시킨 것으로 평가받지만 그의 글이 사랑받는 이유는 문학, 철학, 역사,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 영역을 넘나드는 혜안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경영을 위한 인문학? 인간을 위한 경영!
"우리는 기술 회사인가? (Is this a technology company?)"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인 페이스북 본사에 걸린 문구다. 전직원이 항상 볼 수 있도록 눈에 제일 잘 띄는 곳에 걸어두었다.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와 고민이 담긴 이 물음은 초현실주의 화가 마그리트의 그림에서 시작되었다.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상상의 세계' 바로 페이스북이 추구하는 기업의 정체성이다. 페이스북의 놀라운 성공 비결은 결코 기술력이 아니었다. 기술력만 놓고 보면 구글이나 야후보다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없다. 페이스북의 성공은 바로 인간과 그들이 맺는 관계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26살에 페이스북을 설립한 마크 저커버그는 "사람들이 가장 흥미를 갖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해왔고, 기업은 그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속도전 속에서 한 가지 놓친 것이 있다면 기술과 경영이 '인간의 행복'을 위해 발전해왔다는 사실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이 '경영을 위한 인문학'에 머물지 않고 '인간을 위한 경영'으로 돌아갈 때, 경영은 인문학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Ahn
대학생기자 허건 / 고려대 행정학, 경영학
"사람을 좋아하고, 도전을 즐기는 감동적인 삶을 사는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