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의문,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책 한 권으로 소설책과 심리학책 두 권을 읽은 느낌을 받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었다.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이미 드 보통이 유명한 작가이듯 저명한 사실이다. 어느 날 내가 좋아하는 가수인 ‘짙은’의 twosome이라는 노래를 듣다가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출처: 다음 책>
이 노래 가사 중에 ‘알랭 드 보통을 아직도 읽고 있네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제목도 왠지 야릇해~’ 이런 대목이 있는데 내가 이 노래를 즐겨 듣던 때라 관심이 가게 되었던 참에, 서점에서 우연히 책을 보고 고민하지 않고 바로 구입을 하게 되었다.
보통 나는 책을 읽기 전에 제목만 보고 내용을 대충 추측해 보곤 하는데 이 책은 제목에도 사랑이라는 단어가 대놓고 보여 그냥 일반적인 사랑 이야기이겠거니 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다르게 일반 소설 같은 사랑 이야기가 아닌 제목 그대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알랭 드 보통의 관점에서 이론적, 철학적, 감상적으로 표현한 책이다.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5840.82 분의 1의 확률로 클로이의 옆좌석에 앉게 된 '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희박한 확률로 만났다는 '낭만적 운명론'에 빠져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작가는 처음 ‘나’와 클로이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이 사랑이 막을 내리고 클로이에게 다른 연인이 생기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차례로 보여준다. ‘나’와 클로이가 함께 하는 순간 순간에 대한 드 보통의 생각과 이에 철학적 해석까지 더해져 세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사실 앞 부분을 읽으면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을 어떻게 이론적으로 철학적으로 설명하고 표현해 낼 수 있지? 하는 의문도 들었고, 드 보통이 단순히 책을 써내기 위해서 만들어낸 생각들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했다.
사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나’와 클로이의 사랑이 다른 연인들의 사랑과 비교해서 드라마틱하다거나 지극히 특별한 부분은 없다. 오히려 어떤 사랑의 과정보다도 뻔하고 평범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연애라는 것이 어쩌면 너무 뻔하게 되어버린 소재거리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그 동안은 없었던 사랑의 과정, 그 감정 하나하나를 드 보통만의 단어로 표현하고 철학적으로 풀어나가는 새로운 시도로 독자들에게 그에 대한 공감과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