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여행

반전 매력! 문래동 철강 단지 속으로...

긍정맨 혀니 2014. 5. 13. 20:57


 철강 단지, 그 이름만 들어도 차갑게 느껴지고 쇳가루가 날릴 것 같은 공간이지만 그 곳에는 따뜻함이 묻어있었다. 문래역 7번출구를 통해 나와 계속 직진하면 소극장 앞에 있는 매표소 같은 건물이 있다. 여기서부터 서울 문래 철강 단지가 시작되는 것이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한 손에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줄줄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곳곳에 여기가 문래 철강 단지라는 것을 알려주는 조형물이 보였다. 망치와 못, 용접용 마스크, 각종 금속 폐기물로 만든 창작물 등도 있다.

 


 ○○ 철강이라는 제작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사이에 골목길들이 여럿 있다. 금속 폐기물로 사람이 지나다니지 못할 것 같은 골목길도 있고, 제작소 주변의 밥집에서 나는 찌개 냄새가 나는 골목길, 예술가들이 철강 단지의 이미지에 숨을 불어넣어준 벽화가 그려진 골목길 등 다양한 느낌의 골목길들이 이 단지를 이루고 있다.


 제작소에서는 한창 금속을 깎고, 누르면서 철판에 예술을 하고 있었다. 어떤 제작소에서는 라디오 속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작업을 하는 곳도 있었다. 철강 단지의 소리는 그렇게 철을 깎는 소리와 노래 소리가 섞여 있다. 



 금속 예술가 이외에도 목공, 가죽 등의 예술가들이 철강 단지로 자리를 잡았다. 각종 오픈 작업실과 문화예술 전시 공간, 매주 토요일에만 영화를 상영하는 주말 극장 등이 있다. 


  철문으로 된 대문이 인상적인 한 가죽공방에, 강아지가 창에서 지나가는 나와 눈이 마주쳐 나의 발길을 옮겼다. 이 가죽공방은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가방이나 바이크 장갑, 가죽 팔찌 등을 제작한다. 가죽이라고 함은 엄청 무거울 줄로 알았지만 전혀 무겁지도 않았다. 진열되어 있는 제품들은 샘플이라 직접 만져볼 수 있다. 조명기기에도 가죽이 들어가고, 책상보도 가죽으로 된 것이 있었다. 주인과 가죽에 대해 대화를 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가죽의 개념을 새롭게 하였다. 가죽은 사람의 피부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가죽을 오랫동안 사용하기 위해 핸드크림이나 바셀린을 발라주면 좋다고 말했다. 맞다. 가죽도 어떤 생물의 피부였던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얘기한 후 공방을 빠져나와 한 손에 지도를 들고 구석구석 걸었다


 여기서 잠깐! 철강단지는 관광지라고 하기에는 사람들의 일터이기에 구경을 할 때에는 조금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지도에 있는 조형물을 하나하나 찾는데 표지판도 잘 안되어 있고, 길도 험하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주의를 해야 한다.


옥상에서 본 문래동 철강 단지

문래동 철강 단지 내의 골목길



  옥상에서 본 철강단지의 모습은 각 건물의 옥상의 벽화나 낙서들로 눈길을 끈다. 한 건물의 옥상에는 반대되는 말들로 테두리를 두르고 있는데, 이 글들이 철강단지의 느낌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쓰레기로 가득한 골목길과 정리되고 깨끗한 골목길, 페인트가 벗겨진 건물과 그 뒤에 높게 올라가 있는 빌딩, 푸른색만 보이는 하늘과 엉켜있는 전깃줄로 푸른 하늘이 가려진 하늘 등 서로 다른 공간이 공존하고 있었다.


이러한 공간적 반전 매력뿐만 아니라 문래동 철강 단지 내에 살아가는 이들도 반전을 이루고 있다. 철강 단지 내에 철강 제작소와 더불어 현재 약 200명의 예술가들이 살아가고 있다. 

문래동 창작촌의 이웃을 소개하면,

- 문래예술공장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 1가 30]

[사진출처 - 문래 예술 공장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mullaeartspace/]


  서울시에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예술가에게 창작 공간과 창작여건을 지원하고자 서울시창작공간을 만들었다. 이 곳 문래창작촌에도 문래예술공장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시 창작공간이 존재한다. 문래예술공장은 문래동 철공소 거리의 옛 철공소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창작활성화와 시민들의 문화 향유를 위한 공간을 지원하고, 예술가 지원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공연장, 영상편집실, 예술가 호스텔 등 다양한 공간시설을 운영하여 예술가와 기획자들이 소통을 하고, 시민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비언어신체예술, 음악 등 특성화된 분야의 예술가를 선발하여 프로젝트 제작비, 공간장비, 멘토링 등 예술창작 인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운영한다.


카페 정다방프로젝트[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문래동3가 77-9 메가벤쳐타워 1F]

[사진출처 - 문래 예술 공장 네이버 카페  http://cafe.naver.com/mullaeartspace/]


  대안 공간의 하나인 대안공간 정다방프로젝트(Gallery Jungdabang Project)은 사람들의 소통공간인 ‘정다방’이 문을 닫자 이 공간을 문래동 예술촌과 연계시켜 정다방프로젝트가 만들어졌다. 신진 작가의 작품전시, 공연, 세미나가 정기적으로 열리며 어린이 물레 체험이나 핸드드립커피 배우기 등 여러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이포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3가 56-77 붉은벽돌집 1F]

  원래는 주물공장 이였지만 오랜 시간 동안 빈공간으로 방치된 후, 이웃들의 관심으로 지금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이 공간은 사진&영상미디어를 중심으로 창작하고 전시되고 노동과 예술이 어우러진 문래동 공동체 공간으로 사랑받는다. 또한 건물의 벽에 그려진 빨간모자 소녀와 대나무의 난 그림을 만나볼 수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을 더한다.


우크렐라파크 [서울특별시 문래동2가 23-1 1F]

  문래창작촌에는 여러 가지 방문객 편의시설이 있다. 문래공원사거리에 도착하면 우크렐라파크가 자리 잡고 있다. 우크렐라 레슨을 받을 수 있고, 우크렐라의 판매도 이루어지는 곳이다. 일, 월요일을 제외한 오후 2시부터 오전 12시까지 운영되고 있다.


- 플래픽[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문래동3가 54-39 2F]

  방문객 편의시설의 하나인 플래픽(FLATFIC)이 있다. 칙칙한 철강촌 사이에 입구가 하얗게 칠해진 곳이다. 작은 간판만이 걸려있어 이곳을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플래픽은 갤러리와 카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lounge에서는 커피를 즐기며 book과 magazine을 볼 수 있고, gallery에서는 전시공간이 필요한 작가 및 개인 단체에게 무료 대관을 지원하기 때문에 기증받은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어있다. 플래픽에 방문한 날에는 내부 점검으로 당분간 휴무하고 있어서 아쉽게도 들어 가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플래픽의 옥상에서 옥상의 IU벽화와 재활용 로봇벽화를 만나 볼 수 있어 아쉬움을 채웠다.


  철강단지 문래동이 더이상 철강제작소로 철가루, 쇠냄새가 가득한 곳이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와 예술가들의 예술활동을 볼 수 있는 또다른 공간으로 변모했다. 곳곳의 반전의 매력이 담긴 문래동 철강 + 예술촌으로 예술을 느껴보러 오는 것은 어떨까? Ahn

충남대학교 전자공학과 / 김재현

동덕여자대학교 컴퓨터학과 / 윤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