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컬처리뷰

소리를 상상하는 트로이카 전시회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7. 3. 03:06

  보이지 않는 '소리'의 놀라운 실현

  쏴아 쏴아, 스스스스, 지지지직. 눈을 감고 가만히 자연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듣고있으면 끝이 없다. 자연의 소리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이 무궁무진하고 신비롭다. 이런 신비로운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어떤 예술이 완성될까. 아티스트 그룹 '트로이카'는 생각을 실현해냈다. 귀로만 감상할 수 있었던 끊임없는 소리를 예술로 승화시켜 놀라운 창작품을 만든 것이다. 이제부터 그들만의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여보자.

 ▲출처 : 대림미술관(https://www.daelimmuseum.org/index.do

  트로이카(TROIKA)는 코니 프리어(독일 출생), 세바스찬 노엘(프랑스 출생), 에바 루키(독일 출생) 3인으로 결성된 아티스트 그룹이다. 2003년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만난 이들은, 런던을 기반으로 전세계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그래픽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바탕으로 현재 전세계가 트로이카의 작품을 주목하고 있다. 단순한 그림부터 전자기기까지 인공적인 기술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구현해내는 이들의 작품은 이미 뉴욕 현대미술관(MoMA), 시카고 미술관(Art Institute of Chicago)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전시 및 영구 소장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기세에 힘입어 우리나라에도 그들의 손길이 닿았다. 현재 대림미술관에서 트로이카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출처 : 대림미술관

 

  작품은 크게 여섯 가지로 나뉜다. 우선 첫 작품은 '소리로 들어가다(Falling Light)'. 이 작품은 관람객들이 직접 작품에 들어가 체험해볼 수 있는 형식으로 전시돼 있다. 천장을 보면 빛을 쏘아내는 크리스털 프리즘들이 천천히 움직인다. 관람객들은 빛의 수면 위를 직접 걸어보면서 설치작품을 느낄 수 있다.

  트로이카에 의하면 이 작품은 조명과 렌즈를 이용한 간단한 실험에서 시작됐다. 그들은 백색의 LED조명을 렌즈에 비췄을 때 조명과 렌즈 사이의 거리에 따라 투영되는 상의 크기가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상의 크기가 크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는데, 이러한 모습이 떨어지는 빗방울과 비슷하다고 느낀 것이다. 이렇게 그들은 하나의 발견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갔다.

 

  두번째 작품은 '시간을 담다(The Wheather Yesterday)'. 이 작품은 지금까지 우리의 일상을 반성하게끔 한다. 항상 '내일'만을 향한 기술의 발전에 우리에게 '어제는 어떤 의미일까'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항상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산다. 기술의 발전에 집착하고 항상 디지털 세상과 연결되어 있기를 바란다. SNS에 자신의 일상을 올리고, 자신의 기억조차 디지털 세상에 의존하려 한다. 트로이카는 이러한 현대인들을 비판하고자 이 작품을 만들었다.

  '어제는 어떤 의미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트로이카는 굉장히 정교하고 복잡한 작품을 만들었다. 이 작품은 서울의 기상청과 연결되어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지구 반바퀴나 떨어져있는 캘리포니아의 서버에 연결한다. 서울의 날씨 정보를 전송받고 다시 그 정보를 전송받아 이미 그 날짜가 지나 '쓸모없는 정보'가 되어버린 어제의 날씨를 보여준다. 즉, 과거에 이미 일어났던 일을 다시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연결장치인 것이다.

  트로이카는 이작품을 통해 '당신은 어제의 날씨, 어제 일어났던 일들을 기억하는가?' 또는 '여러 전자기기에 얽매여 있기보다는 밖으로 나가서 오늘의 날씨를 즐겨라'라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

 

  세번째 작품은 물을 그리다(Persisten Illusions). 이 작품은 처음 보는 순간 '로프분수'라는 말이 떠오른다. 로프가 각기다른 속도로 마치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형형색색의 밧줄이 물줄기처럼 뿜어져 자연을표현하고자 한 트로이카의 의도가 잘 엿보인다.  

  이 작업을 통해 트로이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접근하는 방법과 사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물론 그 방법의 수는 굉장히 여러가지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과학과 기술에 굉장히 의존한다. 모든 것을 수량화하려 하고 그것을 또다시 효율적으로 재생산하려 한다. 오직 '효율적'으로 바꾸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트로이카는 작품을 통해 묻는다. 과학과 자연, 과학과 예술, 과학과 종교. 흔히 함께 놓이기 힘든 요소들이 융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찾으려 한다. 현실과 환상을 동시에 마주하려 하는 것이다.

  

  네번째 작품은 자연을 새기다(Light Drawings). 이 작품은 다른 작품과 달리 설치작품이 아닌, 4점의 드로잉 작품이다. 강력한 전기 불꽃이 흐르며 종이를 태운 흔적을 새긴 이 작품은 보고만 있어도 전기가 얼마나 강렬한지를 알 수 있다. 대림미술관에는 4점의 드로잉외에도 여러 스케치들이 전시돼 있다.

  다섯번째 작품은 바람을 만지다(The Sum of All Possibilities). 이 작품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조각난 막대의 형태로 나눠져 있는 검은색의 구, 두번째는 그 위에 있는 기계장치다. 이 설치작품은 언뜻 보면 무난해보이지만 계속해서 패턴이 변화하면서 움직인다. 우선 기계장치는 복잡한 톱니바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 움직임이 절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래에 매달린 조각난 나무 막대들은 다르다. 나무 막대들은 가능한 모든 경우의 속도로 회전한다. 그 결과 이 나무 막대들은 다양한 형태를 가진다. 거의 완벽한 구의 형태, 반구의 형태, 3/2의 형태, 1//4의 형태 등 계속해서 변하지만 결국 '구'의 형태로 되돌아온다.

  트로이카는 이렇게 무한한 듯 변화하는 패턴이 결국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과정을 통해, 시공간의 유한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은 기독교사상의 우주 생성론을 예로 들었다. 만약 창조주가 시계장치처럼 완벽하게 작동하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냈고 그것이 다른 모든 창조된 것들을 이루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과연 이 작품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알고싶었다고 한다.

  마지막 작품은 빛으로 나오다(Arcades). 이 작품은 공간을 이용한 설치작품답게 대림미술관 마지막층 전체를 차지하고 있다. 작품에 쓰인 재료는 오직 '빛' 하나다. 관람객들은 굴절을 이용한 빛의 갈라짐과 그 빛이 만드는 아치 형태의 공간 속으로 걸어들어가면서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트로이카는 이 작품이 환영에 불과하다고 소개했다. 보통 거대한 행성이나 은하계가 아니라면 빛을 휘게 할 수는 없지만, 휘어 보이도록 만들 순 있다. 그들은 인간의 감각으로만 보면 빛이 구부리고 휘어져 보이게 작품을 만들었다. 고딕 양식의 아치와 빛이 만들어낸 공간을 통해 어떤면에서는 과학과 종교가 서로 마주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또한 트로이카는 관람객들에게 그들이 보고 있는 세상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들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무엇을 모른다고 생각하는지, 그들이 생각하는 확실한 것은 무엇인지를 다시한번 떠올려보라고 당부했다.

 

  이렇게 트로이카는 우리에게 작품을 통해 소통한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 작품을 통해 세상에 질문을 던진다. 꼭 정해져 있는 답이 아니라도 다른 방식으로 생각한다면 그 또한 답이 될 수 있다고 정의한다. 우리는 감정처럼 매우 본능적인 순간들을 경험한다. 그것이 답이 될 수도 있지만 답이 아닐 수도 있다. 일상을 벗어나 다른 세상으로 떠나고 싶다면 위와 같은 설치작품이 담긴 대림미술관 트로이카 전시장을 찾아보자. 당신은 트로이카의 작품을 통해 잠시나마 환상 속 세상으로 빠질 수 있을 것이다. 

대학생기자 주윤지 /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신문방송학과

내가바른 곳에 발을 들였음을 확신하라. 그리고 꿋꿋이 버텨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