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제시하는 우리 사회 양극화의 해법
강지원 앵커(이하 앵커):
YTN 94.5 인터뷰입니다. 최근 안철수 교수가 대기업이 후발주자를 경계하고 양성 자체를 막는 체제를 고집한다면, 결국 망한다고 말을 해서 화제가 됐는데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연결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하 안철수):
안녕하세요?
삼성, 이대로 가면 망한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이대로 가면이 무슨 뜻입니까?
안철수 :
이대로 가면 망한다고, 그런 표현을 쓴 적은 없습니다. 여러 가지 함축적으로 표현을 그렇게 되다보니, 전후 설명없이 되다보니까 좀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만, 역사적으로 보면, 항상 보면, 자기 원래 실력을 가지고 계속 1위를 유지하는 경우가 본인들에게도 좋고, 산업 전반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그런 모습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계속 지속적으로 노력해야만 계속 잘될 수 있고, 노력 안 하면 망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긴데요.
앵커:
당연히 지속적으로 노력을 해야죠. 삼성의 경우는 어떤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주문하신 건가요?
안철수:
요즘 화두가 된 상생문제가 핵심일 것 같고요. 그래서 좀더 새로운 분야의 시도를 할 때, 기존 기업 문화로는 힘든 부분이 있으니까, 그런 역할을 생태계를 만들어서 벤처기업이 그런 시도를 하게 하고, 그런 시도 중에서 성공을 하면, 그걸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기업 내로 흡수하면서 다시 혁신적인 회사로 거듭나는 그런 것을 주문했어요. 그리고 그게 이미 선진국 또는 실리콘 밸리에서는 흔히 보이는 성공 사례이기도 하고요.
앵커:
벤처기업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성공하면 그런 것들을 흡수해서 삼성의 경우도 변화할 수 있다는 거군요.
안철수:
그게 삼성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적으로 대기업 전부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앵커:
대기업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우리나라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차이가 너무 크단 말이죠. 기업양극화 문제가 대두되는데요.
안철수:
그리고 그것이 결국은 중산층 붕괴 내지는 사회 전반적인 양극화까지 연결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기업 양극화, 나아가서 사회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풀지가 큰 과제가 될 텐데요.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기업 이야기를 먼저 해주시죠.
안철수:
서로가 노력해야 하는 것이, 기득권이 과보호되면 결국 기득권에게 치명적 독이 됩니다. 기득권도 실력을 가지고 공정하게 계속 자리를 유지하지 못하면 결국은 공멸하는 수밖에 없다는 뜻인데요. 지금 대기업도 단기적으로 이익을 많이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데요. 사실 그러려면 내부에서도 혁신이 일어나고 실력을 계속 길러야 하는데요. 지금 상황으로 안주하면 안 된다는 일종의 경고를 이야기한 셈이고, 또 그런 핵심적인 부분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이나, 또는 불투명한 시장 구조에 있으니까, 그런 부분을 대기업 스스로 바꾸려고 노력해야 하고, 정부도 시장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만, 결국 우리 다 공멸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앵커:
그런 말씀은 하이에크가 이야기한 시장자유, 거기에만 그칠 게 아니라 방금 국가가 시장 감시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자본주의 수정 쪽에 무게를 두신 그런 말씀으로 들리는데 그렇게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안철수:
그러니까 자유시장이라는 게 그냥 그대로 놔두면 원래 사람들이라는 게 탐욕이란 것을 억누르기 힘들다보니 그게 오히려 더 나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축구 경기를 예로 들면 규정들이 많으면 복잡하고 선수들도 기량 발휘를 못하니까 규정은 최소한 간단히 하는게 맞는데, 규정은 최소화하되 심판이 축구장에 없으면 반칙이 횡행하는 무법천지가 되는데요. 규제를 철폐하는 것 맞고, 시장자유를 존중하는 것 맞지만, 거기에서 일어나는 부작용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같이 일어나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앵커:
대기업 쪽에 지나치게 과보호되고 있다고 보시는 거죠?
안철수:
대기업도 과보호되고 어떤 면에서는 중소기업도 과보호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퇴출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대기업이 정말로 불공정하게 아주 싼 가격으로 내세우면 제대로 된 중소기업이라면 그 제안을 받지 않을 자유가 있고요. 그래서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대기업이 제값을 주지 않을 수 없는, 그게 시장구조이기도 한데요. 문제는 아주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거래하는데, 거기에 응하는 중소기업들이 있다는 겁니다. 왜 있냐면, 대부분이 망해가는 기업들입니다. 망해가서 돈이 없는데 그러다보니까 손해 되더라도 자기가 선금만 받을 수 있으면, 자금만 융통할 수 있으면 거기에 응합니다. 그게 정리되고 퇴출되면 그런 일들이 안 생길 텐데요. 우리나라는 속된 표현으로 눈먼 돈들이 많아요. 그런 것들이 계속 명맥을 유지하게 해줍니다. 퇴출이 안 되다보니까 오히려 산업 전체가 공멸하게 됩니다. 그래서 대기업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 관행 쪽에 대기업 쪽의 불법적 행동하는 것들은 따끔한 처벌을 하는 게 맞지만, 동시에 병행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 퇴출문제도 제대로 잘 봐야 하지 않나, 또는 최소한 눈먼 돈들은 조금씩 정리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불공정 거래 말씀하셨는데요. 예를 들면 어음 같은 것 줘서 몇 달씩 늦게 자금을 푼다든지 말이죠. 이런 것 마음에 드시나요?
안철수:
사실은 불공정 거래 관행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너무 종류가 다양해요. 가격 측면에서의 불공정 측면도 있는데, 그것보다 더 심각한게 오히려 가격 전후에 불법적인 것들, 예를 들면 구두 계약을 하고 나서 구두를 취소하면 증거가 안 남거든요. 그래서 망하는 기업도 많고요. 그리고 계약서 써놨는데도 계약서 이외의 것을 계속 요구합니다. 소프트웨어 쪽을 보면 소프트웨어라고 하면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어떤 기능들을 개발하기 위해서 개발자가 몇 명이 필요하다, 그래서 거기에 따라서 가격이 정해지고 계약서가 쓰여지는데요.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들은 계약서가 쓰여진 다음에도 추가적 기능 요구가 늘어나는 게 굉장히 많고, 그러다보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인력을 원래 예상보다 2배를 투입해야 해서, 처음 계약대로만 한다고 하면, 그나마 조금 이익이 날 수 있었던 것이 적자로 바뀝니다.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죠.
앵커:
갑과 을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비행들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앞에서 국가가 시장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부자감세 법안이라고 알려진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안철수:
그런 모습들 많이 눈에 띄죠 지금도. 결국은 우리나라에서 작년부터 정의가 큰 화두로 떠오른 것도 어쩌면 그런 것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요. 조금 더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고 좀더 잘 사는 분들은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로마의 예를 들면 지금 현재 우리 사회에서 고위층에 계신 분들이 군대를 안 간 사람들이 국민 평균보다 많으면 그건 제대로 된 모습들은 아닌 거죠.
앵커:
부자감세에 대해서는 반대하시나요?
안철수:
네.
앵커:
잘 이야기 들으셨겠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를 주장한 것 이야기를 들으셨죠.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보셨나요?
그것도 고민할 부분들이긴 한데요. 저는 우선순위 문제인 것 같아요.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면 중소기업과 나누자는 건데요. 저는 그런 이익이 많이 난 결과보다 우선 과정을 먼저 보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과정 중에 불법적인 부분이 없고 정당하게 중소기업이 무슨 적선을 바라는 형편이 아니라, 자기가 일한 정당한 몫을 받게 되면, 사실은 결과에 대해서 요구가 추가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먼저 결과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바로잡은 다음에, 그러고도 여러 가지 많은 부작용들이 있다면, 그 다음에 논의해볼 만한 항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앵커:
이 문제는 구체적 내용이 나온 건 아니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더 나아가서 대기업 쪽에 특혜를 주는 것보다는 중소기업을 더 잘살게 하는 정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발언을 하셨더라고요. 그런 방식은 뭐가 있을까요?
안철수: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지금 대기업은 튼튼하게 우리나라 국가경제를 받쳐주고 있으니까, 이럴 때, 바로 그 옆에 튼튼한 중소기업 산업들을 많이 발전시켜 놓으면 국가 경제가 장기적으로 안정된 구조로 운영될 수 있다, 우리 국민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뜻에서 말씀을 드린 거고요.
앵커:
어떤 정책이 있을까요?
안철수: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 관행 문제가 있고요. 사실은 불공정 거래뿐 아니라 심각한 것 중 하나가, 공공기관 내지는 정부 납품 쪽입니다. 그런 쪽은 불공정한 거래 관행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먼저 나서서 해야만 하고, 또 대기업들에게 요구하기 이전에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들인데요.
앵커:
정부 납품에 불공정이 있다는 뜻인가요?
안철수:
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 관행 구조를 오히려 이용하는 부분도 있어요. 오히려 이런 납품 부분에 있어서 많은 부분을 대기업에 몰아서 주고, 대기업에서 알아서 처리하라고 하면 대기업은 스스로 이익을 내고 손해 보는 부분은 중소기업으로 전가하는 이 구조를 악화시키고 고착화시키는 측면이 있어요. 정부의 납품 구조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나쁜 대기업 중소기업 간의 거래 관행을 악화시키는 데 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주체니까요. 그런 것을 바꾸려는 노력은 스스로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요.
앵커:
스스로요?
안철수:
정부 스스로 노력을 할 수 있고 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고요. 그리고 여러 가지 산업 지원 인프라들이 있어요. 중소기업들이 나름대로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을 도와주는 인프라에는 인력을 공급하는 대학이나, 또는 직접 투자를 하는 벤처 캐피탈, 자금 대출해주는 금융권, 여러 가지 기능을 대행해주는 아웃소싱 사업이나 또는 정부의 환율 정책, R&D 정책 등이 있어요. 이런 부분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서 경쟁력이 약한 부분은 바로잡는 게 필요하고요. 기존 중소기업의 성공 확률을 높이고 잘되게 하는 것 못지않게 심각한 것 중 하나가 새로운 창업이 안 일어나는 문제, 젊은 사람들이 전부 안정지향적으로 가고 새로운 새싹이 생기지 않는 문제인데, 그에 대한 정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앵커:
젊은이들의 창업을 돕기 위한 정책은 어떤 게 있을까요?
안철수:
지금 젊은 사람들이 도전정신으로 따지면 옛날 못지않아요. 대학에서 제가 가르쳐보면요. 그런데 그보다 더 큰 구조적 모순 때문에 숨통이 막혀서 새롭게 도전을 하지 않습니다. 왜 숨통이 막히냐면, 한번 도전을 해서 실패하면 새로운 도전 기회가 안 주어지고 오히려 그 상황에서 평생 재기하지 못 하게 매장당하는 모습들인데요. 거기 중심에 뭐가 있냐면, 대표이사 연대보증제가 자리잡고 있고요. 한번 회사가 망하면 그 순간 회사의 빚이 100% 사장 개인의 빚이 되어버리는, 그래서 개인이 감당 못 할 빚이니까 금융사범이 되어버리죠. 그래서 평생 다시 제기 못 하는 문제가 있고요. 그보다도 더 근간에는 뭐가 있냐면, 새로운 위험도가 많은 창업에서는 항상 투자를 받아서 사업을 해야 안전한데,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여건이 안되다보니까 빚을 얻어서 씁니다. 그래서 대표이사 연대보증제를 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 부분들이 왜 그런지에 대한 원인 파악 내지는 거기에 따른 정책이 필요하겠죠.
앵커:
안철수 교수님은 닮고 싶은 롤 모델, 멘토로, 다 1위에 오르시고 있어요. 그런데 한나라당 모 의원이 말이죠. 안철수 교수나 김제동 씨 같은 급의 사람을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만날 들으셔서 지겨우실지 모르겠는데요. 정치 참여 제의를 많이 받으실 것 같은데요. 입장이 어떤가요?
안철수:
한 편으로는 굉장히 답답합니다. 정치에 대해서 제가 사실 잘 모르고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기에 혼자 한 사람이 가서는 절대로 뭘 의미있게 바꿀 수 없다, 그러니까 결국 방법은, 같은 생각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들어가서 그나마 조금 바꿀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가능성이 있을지, 암담한 심정입니다.
앵커:
오죽하면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겠습니까.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함께 했습니다. 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