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5월 25일, 아오이의 서른살 생일날 피렌체 성당 두오모 위에서 만나자”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연인 사이인 쥰세이와 아오이가 20살 당시에 한 약속으로, 나중에 둘 사이의 만남이 이어질지 독자로 하여금 그 결말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 책은 하나의 스토리에 대하여 남자작가와 여자작가가 반씩 나누어 쓰는 릴레이 소설이라는 독특한 과정으로 만들어졌다. 남자작가 츠지 히토라니는 <냉정과 열정사이 Blu>에서 남자 주인공 쥰세이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여자작가 에쿠니 가오리는 <Rosso>에서 여자 주인공 아오이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소설 한권이 여러장으로 되어있는데 한 장을 츠지 히토나리가 쓰면 그것을 받아서 다시 같은 내용에 대해 에쿠니 가오리가 써내려가는 방식이다.
쥰세이와 아오이는 헤어진 대학 때 연인관계 였던 주인공들이다. 서로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며 지내다가 쥰세이의 아버지로 인한 오해, 갈등 등으로 인해 두 사람은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쥰세이는 자신의 아버지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도 모른채 아오이가 자신을 떠나갔다는 생각을 하며 서글퍼하고, 이탈리아 피렌체와 밀라노에서 오래된 그림을 되살리는 복원작업을 하면서 생활해나간다. 그러는 사이 자신을 열정적으로 사랑해주는 메미를 품으면서도 속으로는 아오이를 계속해서 그리워한다.
이와 비슷하게 밀라노 태생의 일본인 아오이는 자신을 데조로(보물)이라고 불러주고 삶의 안식처라고 생각하는 마빈이라는 남자와 함께 동거를 하며 생활한다. 하지만 지워버렸던 기억이 사랑에 대한 감정을 멈추어 버린 듯, 마빈 과의 관계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이러한 둘의 상황에 과거 대학친구 다카시가 찾아오고 서로의 헤어졌던 이유에 대해 생각하며 아오이의 서른살 생일은 점점 다가오게 된다. 그 둘은 결국 만나서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서로의 책을 비교해 보았을 때, 가오리의 책은 비교적 관조적이고 너무도 완벽하게 묘사된 마빈의 모습 때문에 아오이의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지만, 히토나리의 책에서는 쥰세이의 아오이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두 권을 모두 읽으면 서로가 동일한 상황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이 어떻게 다른지 더 잘 알 수 있을테지만, 하나의 책을 읽어도 그것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설렘과 마음속 깊숙이 전해지는 웬지모를 아픔은 동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냉정과 열정사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연인간에 서로에 대해 느끼는 열정과 냉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민한다.
2014년이 된지도 어느새 3월이 되었고 길거리에는 조금씩 봄에 관한 노래가 흘러나오며, 사람의 감성을 자극한다. 날씨도 어느덧 우리가 추위를 모르는 듯, 길거리에서 입던 옷들의 무게가 조금씩 가벼워 지며 따뜻해졌다. 우리가 한번 쯤 가져보았을 만한 어떤 사람에 대한 애틋한 감정, 소유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가슴 깊숙이 아파오던 그 감정을 가졌던 추억을 이 책과 함께 되살려 보면 어떨까.
대학생기자 정진우 /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굳은 결심은 가장 유용한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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