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 사회의 통합을
이번 2019년으로 16년차를 맞이하는 SBS D 포럼은 디지털 기술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마주한 문제들의 해결방안에 대해 깊이 생각해봅니다. 이번 2019년도 SBS D 포럼에서는 다원화된 사회에서의 갈등 문제에 주목했습니다. 각자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사회로 발전해가면서, 그에 따른 갈등들도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이런 갈등문제들을 포용할 수 있을까?” 점심 식사 이후 진행된 SBS D 포럼의 제 3 세션에서는 이 쟁점에 대해 더욱 깊게 말해주실 전문가들의 강연이 펼쳐졌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언론인 전문 연수기관인 하버드 니먼 재단과 SBS의 공동기획으로 진행된 3번째 세션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남겼습니다.
# 적군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카림 벤 칼리파 사진기자
종군 사진기자 카림 벤 칼리파는 중동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쟁들과 분쟁들에 주목했습니다. 다소 무겁고 다루기 어려운 주제로 인식되어 온 ‘전쟁’은 카림 벤 칼리파가 깨고 싶은 관념에 불과했습니다. VR 기술을 통해 적군을 하나의 ‘인격적’ 대상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프로젝트에서 그의 생각이 드러납니다. 대척점에 있는 군인들이 서로를 ‘공격 대상’이 아닌 각자의 사연을 갖고 있는 ‘인간’으로 마주하는 순간, 종전은 더 이상 꺼내기 어려운 단어가 되지 않습니다. 이 부분에 주목한 칼리파는 전쟁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갈등에 대해서도 이런 해결방안을 제시했습니다.
# 가장 완벽한 소셜 미디어는, 이선 주커먼 MIT 교수
MIT에서 미디어 연구를 맡고 있는 이선 주커먼 교수는 미래의 소셜 미디어 모델에 주목했습니다. 미디어관련 전문가 사이에서도 소셜 미디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선 주커먼은 소셜 미디어들을 멀리해서는 안된다는 자신의 소신을 밝혔습니다. 소셜 미디어가 갈등을 조장하는 역할을 한다는 몇몇 학자들의 의견과 달리, 주커먼 교수는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정치 참여는 공공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사람들의 의견들이 모여 활성화되는데요. 이런 정치 참여를 도모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이 바로 소셜 미디어 속의 공간이라고 주커먼 교수는 주장합니다. 주커먼 교수의 MIT 미디어 랩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고보 (Gobo)’ 는 이런 정치참여를 극대화시키는 소셜미디어입니다. 사용자가 보고 싶은 사회의 모습과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공개합니다. 사용자의 컨텐츠 결정권과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공간에서 비로소 사용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에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정치 참여가 더욱 활성화 되는 것이죠. 사용자에 따라 공개되는 컨텐츠가 다른 소셜미디어, 이선 주커먼 교수는 고보를 소셜미디어가 추구해 나가야 할 모델로 보고 있었습니다.
#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저널리즘, 이브 펄먼 대표
스페이스십 미디어의 이브 펄먼 대표는 갈등의 사회 속에서 저널리스트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정보의 홍수화 시대에서 주요한 미디어와 저널리스트들은 오로지 뉴스를 빠르게 전달하고 조회수를 올리는 데에만 초점을 둡니다. 이런 저널리즘이 사회에 팽배해지면서, 사람들의 미디어에 대한 인식과 신뢰도도 급격하게 악화되어가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 불만을 느낀 이브 펄먼 대표는 다소 색다른 저널을 만듭니다. 정보의 흐름을 늦추는 대신, 구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저널리즘을 모토로 삼고 펄먼 대표는 스페이스십 미디어를 이끌어 갑니다. 스페이스십 미디어 내의 컨텐츠는 이런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우선, 양극단의 시각에서 바라본 뉴스를 게시합니다. 그 이후, 구독자들에게 무엇이 더 알고 싶은지, 의견이 무엇인지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수집합니다. 이런 생각들을 바탕으로 스페이스십 미디어에서 추가적인 뉴스를 게시하거나, 구독자들간의 토론의 장을 만들어줍니다. 스페이스십 미디어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생각이 다른 구독자들 사이의 갈등을 완화시켜주고, 저널에 대한 구독자들의 신뢰도도 회복시킵니다. 강연의 마지막엔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굵직한 메시지를 남겼는데요. 남들이 말해주는 관례를 따르는 것도 좋지만, 항상 맞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주면서 자신의 저널리즘을 관통하는 말로 강연을 끝맺었습니다.
# 미디어가 해야 할 역할, 민영 고려대학교 교수
민영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님은 자신의 연구물들을 토대로, 미디어의 역할을 깊이 고찰해보았습니다. 기술의 진보를 통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성이 높아졌습니다. 연결성이 높아짐에 따라 자신과 비슷한 사람 간의 연결만 활성화되고, 의견이 다른 사람과는 멀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집단 간 갈등이 잦아지게 되는데, 여기서 유민 교수가 발견한 문제점은 언론이 이러한 갈등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언론에서 갈등의 당사자들만 부각하고, 개인만의 문제로만 비추면서 더욱 자극적인 컨텐츠를 양산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디어는 중재자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오히려 반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유민 교수가 느낀 중재자의 필요성은 대한민국에도 스페이스십 미디어와 같은 저널리즘이 정착되었으면 하는 소망이었습니다.
# SBS D 포럼이 남기는 메시지
제 3 세션은 각 패널분들의 토론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패널마다 생각하는 갈등의 자세한 해결방안들은 다르지만, 기술을 통해서 이런 갈등을 포용할 수 있다는 믿음은 모두 같았습니다. 이번 SBS D 포럼의 주제인 ‘변화의 시작’에서 드러나듯이,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갈등을 어떻게 포용하느냐가 사회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지 결정할 것입니다. 이번 SBS D 포럼은 참석자들과 패널들에게 깊은 고찰을 할 기회를 남겨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