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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안철수 창업자

안철수, 정직한 기업도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하다

3 22일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 삼성컨벤션홀에서 안철수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특강을 했다. 숙대 글로벌서비스 학부 앙트러프러너십(Enterprenuership) 전공에서 주관하는 YES 리더스 기업가 정신 특강시리즈의 둘째 연사로 나선 것. 나의 창업 이야기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특강은 앙트러프러너십 전공자들을 비롯하여 타 전공 숙대생 및 타교생, 소셜 벤쳐 사업을 추진하는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눈길을 끌었다. 500명 정도의 수강생이 몰려 미쳐 좌석에 앉지 못한 채 서서 강연을 듣는 이가 적지 않을 정도로 안철수 교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뜨거웠다.


강의 후 Q&A 시간에 숙대 법학부 학생은 질문 전 “’무릎팍 도사’ 때보다 더한 감동을 얻었다. 기억에 남을 만한 멋진 강의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그 정도로  긍정적인 자극과 귀감이 되는 강연이었다.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은 지킨다.'라는 소신과 가치를 설명한 이번 강연에서 많은 학생들이 진정한 기업가 정신과 도전 정신을 배웠을 것이다. 다음은 강연 요약문.

  *내 인생을 변화시킨 바이러스 외신보도와 후배의 요청

 

사진출처: TedRheingold, Flickr

의과대학 학생일 때 우연히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외신보도를 보고 컴퓨터 바이러스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컴퓨터에 침투하는 바이러스라니 의대생으로서 신기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집에서 확인차 디스켓을 열다가 제 디스켓도 외신보도에 나온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알았죠. 외국방송에서 소개한 바이러스가 내 디스켓 속에도 들어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의학 학부 시절 지식으로 기계어를 조금 알고 있었던 저는 ‘어디 이 놈의 정체가 뭔가 보자’ 싶어 컴퓨터 내부를 뜯어보았고 컴퓨터에 침투되는 바이러스란 사용자가 원치 않더라도 사용자 몰래 실행이 되는 복사 프로그램임을 알게 됩니다. 그 때 한 후배가 저를 찾아와 ‘중요한 자료가 든 디스켓이 깨졌다’며 디스켓을 보여주더군요. 당시 컴퓨터에서 80% 정도 디스켓이 깨지는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바이러스가 침투해 디스켓이 망가진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오죽하면  지하철의 스파크 때문에 디스켓이 망가진다는 잘못된 이야기가 돌았을까요. 고치는 게 불가능하다는 후배의 말을 뒤로 한 채  밤을 새워 복구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이후 프로그램을 만들어 886 PC통신마저 없던 시절이라 컴퓨터 전문 잡지에 최초로 V3의 첫 버전인 ‘Vaccine’의 개발을 알렸습니다.

 

  *의대교수 VS 보안 프로그램 개발자 선택의 기로에서 했던 현명한 선택


의대생이 되어 학부 과정 생활을 하면서 곰곰 생각해보니 제가 이 자리에서 편하게 공부하는 것이 선조의 지식 축적 덕에 좀 더 편하게 정보 획득이 가능함을 알 수 있었죠. 그래서 제가 알고서 실천할 수 있는 사회적 환원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학부 졸업 후 그 고민은 곧 저를 새벽 3~6시까지 백신 프로그램을 만들고 낮에는 의과대학 생활을 병행하게 했습니다. 그 생활은 큰 보람이었고 저에게 도움을 주신 주위의 모든 분들께 보답할 수 있는 길이라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7년 동안 겸업을 하던 중 컴퓨터 바이러스는 매년 2배씩 늘어나 신종 바이러스만 1년에 140개씩 늘어나기 시작했고 의대 교수와 백신 개발자 중에서 진로 결정을 해야 할 시기가 찾아옵니다. 물론 의대 교수 역시 저에게 재미와 보람을 주고 또 잘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컴퓨터 보안이야말로 15년간 혼자 구축해온 일이고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여름에도 추운 새벽 날씨를 인스턴트 커피로 버텼던 3시간의 노동은 고되었지만 그 시간이 후딱 지나갈 만큼 즐겁고 행복했기 때문에 과감하게 백신 개발자의 길을 선택했고, 안철수연구소를 세우게 됩니다.


 *수익 창출은 결과일 뿐, 목적 될 수 없어



그동안 의사, 교수, 컴퓨터 프로그래머로서 살아온 저로서는 구성, 개편하는 일에 대한 명분이 필요했습니다. 왜 회사를 차려야 하나, 하고 생각해보니 한 사람이 모여서 하기 힘든 일을 성취하기 위해, 그리고 함께 사는 사람들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일을 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 회사를 차려야 한다는 명분이 서더군요.

저는 기업의 목적이 수익 창출이라는 일부 주장에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하는 무서운 존재이지요. 예를 들어 중국의 불량재료를 가지고 이룬 이윤창출을 생각해 봅시다. 무자비한 이윤창출로 어떤 결과가 생길까요? 수익창출은 결과이지 목적이 결코 될 수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세 가지 원칙으로 기존 상식과는 180도 다른 결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선택들은 단기적으로는 손실이어도 거시적으로는 이익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펜실베니아대학 경영대학원 학생으로서의 새로운 도전


그렇게 겁없이 무작정 창업한 후 기업이 잘 굴러가지 않아 애를 먹었습니다. 문제는 CEO인 ‘나’인데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최단시간 내에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해서 시행착오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학문으로서의 경영학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당시 안철수연구소 백신 제품의 마케팅 및 판매 전권은 당시 떠오르는 소프트웨어 기업인 한글과컴퓨터사가 맡고 안철수연구소는 R&D(연구 및 개발)만을 맡았습니다. 저는 그 당시 CTO(Chief Technology Officer; 최고기술경영자)로서 기업 부설 연구소라는 특수한 여건의 창업을 한 셈입니다.

결국 펜실베이니아의 MOT(Management of Technology; 기술경영) 대학에 들어가 경영학을 기초부터 배우기 시작, 배운 것을 바로바로 시차를 이용하여 기업 혁신에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곧 한글과컴퓨터사에 위기가 찾아오고 안랩은 독립을 합니다. 그 후 곧바로 IMF가 터졌죠.

 

  *IMF의 위기 그리고 CIH 바이러스; 위기를 기회로


사진출처: 연합뉴스


막 독립을 한 후에 닥친 IMF 위기를 잘 대처하기 위해서 몇 가지가 필요했습니다. 먼저 자기자본을 최대로 하여 빚을 최소화했습니다. 위기의 시기에 우리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기회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었습니다. 기회와 준비가 만나면 그것이 곧 ‘운’이 되는 것이지요. 기회는 내가 만들 수 없지만 준비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곧 기회를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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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6 CIH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9시 뉴스 사상 처음으로 컴퓨터 바이러스가 메인 뉴스로 뜨게 됩니다. 그 후 바이러스의 존재를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했죠. 이 일 이후 시장이 4배 성장하여 창립 이후 매달 직원들 월급 지급이 밀릴까 노심초사했던 걱정이 없어졌습니다
 

  *Y2K 사태에 대한 안랩의 솔직한(?) 대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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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말 바이러스 창궐 및 전산오류로 컴퓨터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이른바 Y2K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자, 바이러스 백신업체들은 천 년에 한 번 오는 대목이라고 여겼나 봅니다. 곧 많은 업체가 보안 관련 제품 보도자료를 쏟아냅니다. 컴퓨터 보안회사 중 안철수연구소만 예외였습니다.

면밀한 분석과 조사 결과, Y2K로 인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있지도 않을 일로 고객들을 괜히 걱정시켜 자사의 제품을 사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양심과 공익의 문제에서 아주 중요한 가치였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관성이란 무서운 것이어서 이 보도자료는 많은 매체에 실리지는 못했습니다. 이 뒤로도 2003-2004년에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옵니다. 좋은 시기에 조금 더 잘되고 덜 잘되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거시적인 관점에서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안철수연구소 소셜 벤쳐의 벤치마킹 모델이 되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저는 정직하게 승부하면 결국 이긴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이런 자신감을 토대로 세 가지 원칙을 세우게 됩니다.

1.     분식회계 같은 편법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라.
2.     회사가 어려워지면 회사의 고질적 문제를 고치는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라.
3.     어려운 시기를 뚫고 나갈 무기는 차가운 머리뜨거운 가슴이다.


사진출처: 한경비즈니스

이러한 원칙에 충실한 결과 10년 동안 CEO를 하면서 가장 가슴 벅찬 날이 찾아옵니다. 한경비즈니스지 2004 9 27일자에 '한국에서 가장 명성 높은 기업' 10개 중 안철수연구소가 9위에 뽑혀 국내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입니다. 평균매출 40, 기업의 평균연수 40년인 대기업들 사이에서 연매출 400억인 기업은 안철수연구소밖에 없습니다. 또한 2004년부터 올해까지 벤처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0위 안에 꾸준히 들고 있습니다. 이를 보며 사회적 관점이 많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백신 무료 배포를 7년 동안 하여 사회적으로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뽑힌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는 공익적인 일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제가 느낀 3가지는 이렇습니다.
1.     소프트웨어 사업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
2.     국내에서 정직하게 사업하더라도 자리를 잡을 수 있다.
3.
     소셜 벤처(Social Venture;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 모델이 가능하다. 
Ahn               

 대학생기자 김혜수 / 숙명여대 경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