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좋은 이유

카테고리 없음 2011. 5. 25. 05:00

웬만큼 특이하지 않고서는 다 그만그만해 보이는 빌딩(하드웨어) 안에 각기 다른 고유의 정신(소프트웨어)을 담는 작업을 인테리어라 정의할 수 있겠다. 무형의 가치를 유형의 도구에 담아내는, 고도의 창의성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공간 구성부터 가구나 소품 선택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시각과 감각을 발휘해야 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그런 일을 하는 전문가는 어떤 사람일까. 또 인테리어 분야는 어떻게 발전하고 있을까. 그 궁금증을 풀고자 안철수연구소 사옥 인테리어를 책임지는 SL&A의 CEO 조나단 김과 마주앉았다. 대학 진학 때 치의예과와 저울질하다 건축 설계 쪽을 선택한 그는 끊임없이 창의성을 발휘하는 직업이라는 점을 들어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강조했다.  

SL&A CEO 조나단 김


-SL&A를 간단히 소개해 달라.

Steven Leach Group(SL&A)은 컨설팅 기반의 인테리어 설계 및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서 최초 1974년 홍콩에 설립되었으며, 현재 싱가포르, 도쿄, 상하이 등 총 9개국 12개 도시에서 300여 명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및 프로젝트 매니저가 근무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98년부터 외국계 금융사, 다국적 기업 사무실, 글로벌 브랜드 자동차 쇼룸, 기업 브랜딩 작업, 주택 및 골프 클럽 그리고 리조트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으며, 2002년에 정식으로 상주 오피스를 개설했고 현재 SL&A 한국 지사에는 총 3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많은 인테리어 업체가 시공을 함께 하는데 우리는 디자인만 한다. 우리 회사는 여러 가지 일을 하진 않는다. 사무실과 자동차 전시장 일이 업무의 80~90%를 차지한다. 자동차 전시장은 다른 회사보다 많이 했기 때문에 노하우가 많이 쌓여 있다. 또 사무실도 작은 사무실부터 사옥처럼 큰 건물에 이르기까지 노하우 역시 많이 가지고 있다. 

-어떤 계기로 인테리어 분야 일을 시작했나?

청소년기에 호주로 이민을 갔는데, 대학 진학할 때 치의예과와 건축설계학과 두 곳 중 건축설계를 선택했다. 치대보다 1년 더 공부하고 나니 치대를 졸업한 친구가 내 연봉보다 3배를 더 받더라. 하지만 지금 그 친구가 일할 때 주로 보는 것이 환자의 치아인 데 비해, 나는 항상 새로운 디자인을 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치대가 건축 설계보다 안 좋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건축 설계가 아닌 다른 전공을 선택했다면 지금 하는 것처럼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처음의 연봉 차이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소양이나 프로그램 사용 능력은 무엇인가?

나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팔지 못 하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인테리어 하는 사람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팔 방법이 여러 가지 있다. 말로 잘 설명해서 팔 수도 있고, 컴퓨터 프로그램 활용을 잘해서 팔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마우스를 가지고 ‘10cm 길이에 두 개의 버튼이 있다’고 말로 설명할 수도 있고, 손으로 그려서 보여줄 수도 있고, 3D 이미지로 만들어서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프로그램 활용이 더 중요해졌다. 3D MAX를 비롯한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리는 스케치업을 많이 쓴다. 스케치업이 아이디어를 쉽고 빠르게 전달하기에 좋은 것 같다. 또 굉장히 다루기 쉬운 게 장점이다. 한 번도 안 다뤄본 사람도 1~2주 정도 공부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다룰 수 있다.  

가족 같은 분위기로 올기종기 모여앉은 SL&A 직원들. (사진 제공 SL&A)

-미래 인테리어 분야의 전망을 어떻게 보나?

인테리어 디자인뿐 아니라 모든 디자인의 목표는 브랜딩이라고 생각한다. 회사나 개인 모두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디자인이 들어간다. 광고, 로고 디자인도 마찬가지고. 브랜딩은 쉽게 얘기해서 같은 가격에 물건을 많이 팔든지 아니면 비슷한 물건을 더 비싸게 팔 수 있도록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안철수연구소도 사옥을 이전하는 것이나 직원을 뽑는 것, 인테리어 디자인 등 모든 것의 목표는 안철수연구소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일 것이다. 따라서 어떤 디자인이든 브랜드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디자인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옥션이나 이베이가 생기면서 일반 상점이 다 없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오히려 점점 더 많이 찾는다. 그에 따라서 리테일 스토어 디자인도 더 중요해졌다. 그곳에서 물건을 사는 것뿐 아니라 물건을 만지고 듣는 체험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아울러 인테리어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디자인은 중요도가 높아질 것이다. 

최근 준공한 SL&A 사옥 전경. (사진 제공 SL&A)

-요즘 친환경이 화두인데, 건축 분야에서는 어떤 움직임이 있나?

요즘 화두 중에 미국에서 만든 친환경 인증 시스템인 LEED가 있다. 그 시스템을 따라 설계하면 포인트를 얻는다. 그래서 포인트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그 건물은 LEED 인증을 받는다. 그 인증을 받으면 세금이나 전기요금을 줄여준다. LEED의 내용을 보면 의외로 굉장히 상식적이다. 예컨대, 건물은 채광이 잘돼야 한다, 자재나 페인트는 인체에 해로우면 안 된다, 조명은 LED를 쓰고, 밝을 땐 센서가 작동해서 저절로 어두워져야 한다, 등이다. 우리가 갖고 있고 알고 있는 것만 잘 적용하면 충분히 친환경적인 건물이 나올 수 있다.  최근 새로 설계하는 건물 중에 이런 친환경 시스템을 도입한 경우가 늘고 있다.  

건물을 처음 짓는 비용이 100이라면 이 건물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대략 30~40년 동안 들어가는 비용은 1000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지을 때 105가 들어도 나중에 들어가는 비용이 900이 된다면 건물에 일생 동안 들어가는 비용은 훨씬 줄어드는 셈이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려면 디자인하는 사람보다 건물 소유주가 이런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어떤 클라이언트는 지금 당장 비용이 늘어난다면 실행하지 않겠다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이런 것을 잘 설득하는 것도 디자인하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인테리어 전문가로서 직업병 같은 게 있다면?

다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걸 얼마 전에 안 게 있다. 드라마나 영화 볼 때 스토리나 인물, 그 인물이 입은 의상과 액세서리보다 인물이 있는 공간이나 인테리어 소품에 먼저 눈이 간다. 공간 구성이 어떤지, 어떤 소품이나 자재를 썼는지를 보며 공을 많이 들였는지 아닌지 판단한다. 그러니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나도 어떤 내용인지, 주인공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안철수연구소 사옥 프로젝트가 SL&A에 어떤 의미로 남을까?

프로젝트가 끝나면 가고 싶은 곳이 있고, 지나가다가도 들어가고 싶지 않은 곳이 있다. 디자인이 잘되고 못되고의 문제는 아닌데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그 진행 과정이 중요했던 것 같다. 우리에겐 안철수연구소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이 모범이 될 만하다.  

안철수연구소 판교 사옥 인테리어를 맡은 SL&A 꽃미남 수사대^^

우선 실무진과 굉장히 많은 대화와 조율을 했다. 그리고 다시 그 부분을 경영진이 충분히 검토했다. 사옥 로비에 만들 계단만 해도 다른 회사였다면 제안을 하지 못 했을 거다. 안철수연구소는 이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 아이디어가 한번 실행이 되면 디자인하는 사람으로서 더 무언가 해주고 싶어서 다시 한번 더 검토하게 된다.  

이렇게 과정이 좋았기 때문에 끝났을 때 다른 프로젝트보다 더 특별하게 다가올 것 같다. 또 그 계단이 생각했던 것처럼 잘 쓰이는지, 여러 아이디어가 실현되는지, 혹은 우리가 전혀 생각 못 했던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을 텐데 그런 것을 볼 날이 기대가 된다. Ahn


대학생기자 김준일 / 국민대 신소재공학부

 

사진. 사내기자 황미경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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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이너스 2011.05.25 12:47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대단하신분이네요.
    역시 전문가만이 살아남는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