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말한 기업가에 대한 잘못된 통념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인 안철수 교수가 아직 카이스트에 재직 중이던 4월 26일 포스텍(포항공대)에서 '기업가 정신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당일에는 비가 왔지만, 강연장인 포스코 국제관은 강연 시작 20분 전부터 북적이기 시작했다. 결국 바닥에 앉아 강연을 듣는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안철수 교수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포스코 국제관


보통 교내에서 외부 인사가 강연할 때, 외부인이 캠퍼스에까지 와서 강연을 듣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하지만 이 날은 외부인으로 보이는 사람도 꽤 보였다. 맨 앞줄부터 서서라도 강연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이 점차 늘어나 가장자리에 서 있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좌석 사이의 계단은 사람들에 가려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결국 맨 뒷자리까지 서서 구경하는 사람들로 찼고, 국제회의장이 꽉 차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제회의장에서 지금까지 많은 강연이 있었지만, 이날같이 계단까지 꽉 찬 날은 처음이다. 안철수 교수에게 관심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안내를 받으며 강연장으로 들어오는 안철수 교수

안철수 교수의 강연은 기업가, 기업가정신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깨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다음은 강의 요약. 

기업가는 새로운 가치 만드는 사람

 

기업가를 한자로 하면 아래와 같이 세 가지가 있다.

(1) 企業家

(2) 起業家

(3) 機業家

 

(1) 企業家는 영어로는 Business man, 일반적인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을 뜻한다. (2) 起業家는 일으킬 기, 업 업자를 써서 업을 일으키는 사람이란 뜻이며 영어로 Entrepreneur라고 한다. (3) 機業家는 직물업에 관련한 사람이라고 하니, 논의에서 벗어난다.

 

사람들은 보통 기업가나 기업가정신을 말할 때, (1)과 (2)를 혼용한다. 처음 Business man Entrepreneur의 개념은 일본을 통해 들어왔고, 우리는 일본에 의해 두 가지로 번역된 단어를 쓴다. 일본에서는 한자를 쓰기 때문에, 두 기업가 간의 차이가 언어적으로 가시적이지만, 우리는 한자로 단어를 표기하지 않기 때문에 혼선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논의하는 기업가정신은 Entrepreneurship이다. 기업가정신은 자기 스스로의 의지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기업활동(Entrepreneurial Activity)에는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는데, 성공을 할 경우는 성공에 대한 보상이, 실패를 할 경우는 실패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

 

3M의 포스트잇과 기업가정신의 올바른 해석


보통 기업가정신을 논의할 때
, 사람들은 창업을 해야 기업가라는 통념을 가진다3M이 포스트잇을 개발한 사례를 보면 그 통념은 잘못된 것이.

 

3M에는 직원으로 하여금 업무 시간의 20%는 업무 외의 일에 할애하게 하는 제도가 있다. 한 접착제 연구원이 쉽게 떨어지고 붙여도 아무런 표시가 없는 이상한 접착제를 만들었는데, 어디에 쓸 수 있을지 고민을 하여 마케팅 전문가를 찾았다. 여러 상호 작용 끝에 포스트잇이 발명되었고, 대대적 홍보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 회사 내부에서 그만두자는 목소리가 나왔고, 대규모 폐기 처분을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이때, 어차피 폐기 처분할 거, 푸쉬 마케팅의 일환으로 공짜로 포스트잇을 공급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직원들이 거리에 나가서 폐기 처분 대상 물품을 공급했고, 1주일 후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3M의 직원들이 창업을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냈다창업을 한 것은 아니지만, 기업가임에는 변함이 없다
 

 

Entrepreneurship의 국어 표현은 가치창조활동

리더와 리더십의 차이는 뭘까
? 어떤 명사 뒤에 –ship이 붙으면 그것은 해당 명사의 activity라는 뜻을 지닌다. 따라서 리더십은 단순한 자질이나 마음가짐으로는 부족하다. 리더는 이미 자질이나 마음가짐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실제로 조직을 맡아서 조직 전체를 잘되게 이끄는 것이다
ship은 정신을 뜻하는 것이 아닌데, entrepreneurship을 기업가정신으로 번역한 것은 오역이다. 올바른 번역은 가치창조활동이라 하겠다. 

 

기업가(Entrepreneur)에 대한 고정관념


1.
기업가는 Risk taker들이다?
엄밀히 말해 기업가는 risk taker라기보단 risk manager이. 내가 의대 교수의 길을 접은 것은 risk take한 것이라 볼 수 있지만, 그 후 10년 이상 기업 경영한 것을 돌이켜 보면, 항상 risk take한 것은 아니다. 기업은 사장만의 것이 아니고, 여러 사람에게 관련된다. 따라서 선택에는 항상 second chance가 있어야 하고, 안철수연구소에서의 경험은 risk를 줄이는 일이었다. 결론적으로 기업가를 말할 때 더 진실에 가까운 것은 단순한 risk taker보다는 calculated risk taker 혹은 risk manager이.

2. 기업가는 전략과 기획에 능한 사람들이다?
기회를 잘 포획하고, 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하는 것은 대기업이 정한 인재의 기준이며, 벤처기업은 다르다. 벤처는 사업 계획이 제대로 될 가능성은 1%도 안 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나 바뀌는 환경에 유연하게 계획을 잘 변경하는 것이다. 종국에 살아남는 사람은 처음 계획대로 밀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주위 상황이 바뀜에 따라 adaptable하고 flexible하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3. 기업가는 빨리 성공하고 싶은 욕구에 찬 사람들이다?
안철수연구소 사임 후 1년 동안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탈 일을 했다벤처캐피탈리스트들에 따르면 한 벤처사업가가 성공하는 데는 5~7년이 걸린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돈을 벌고자 한 사람들이 아니고, 자기 재미있는 일을 하려고 기업에서 나온 사람들이다. 돈만 보고 시작한 사람은 수익이 나오지 않으면 3년이면 그만두기 때문에 끝을 보기가 힘들고, 후자는 일이 좋기 때문에 끝까지 붙잡고 늘어져 성공을 한다.

4. 창업하는 사람들은 성격이 다르다?
미국에는 한 해 태어나는 아기의 수보다 창업을 하는 사람의 숫자가 더 많으며
, 40% 정도는 어떤 의미로든 살면서 한 번쯤은 창업을 하게 된다. 특히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사회적인 능력이 좋을 것 같다는 고정관념이 많은데, 실제 성공한 창업가 중에는 내성적인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NHN, 다음, 엔씨소프트, 한글과컴퓨터의 창업자가 드렇다. 벤처기업 CEO 모임에 가면 큰 회사일수록 조용하고, 작은 회사일수록 시끄럽다
 

 

한편, 35-44세에 창업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 가장 전형적인 경우는 어떤 기업에서 일을 하다가 자기 회사를 위해 의미 있는 프로젝트나 아이디어를 제시했는데 임원이 이해를 하지 못할 때이다. 이럴 때 이 직원은 창업을 해 자신의 제안을 실체화하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는 시기가 35-44세에 많이 분포해 있다. 

 

말보단 행동이 진짜 그 사람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방어 기제 때문에 자신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 '도전과 안정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도전을 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실제 기회가 주어졌을 때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자신을 보면서 진짜 자신을 깨닫는다말하는 것보다는 선택과 행동이 진짜 그 사람을 드러낸다. 말과 생각은 얼마든지 꾸며낼 수 있지만, 진짜 본연은 행동을 하면서 나온다. 항상 고민과 성찰을 하면서 본인에 대해 깨닫고 행동을 생각과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목적보다 과정


'승려와 수수께끼(The Monk and the Riddle)'는 벤처캐피탈리스트인 랜디
코미사(Randy Komisar)가 쓴 책이다. 이 책에는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목적보다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대목이 있다.

코미사가 버마에 휴가를 갔을 때
, 심심해서 오토바이를 빌려서 타고 이동을 하다가 스님을 만났다. 이 스님은 영어 소통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지도를 가리키면서 먼 곳에 있는 절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코미사르는 그렇게 하도록 결정하고 밤새 쉬지도 않고 절에 도착해 한숨을 돌리는데, 스님이 얼마 안 있어 다시 만난 자리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할 수 없이 뒤에 태우고 천천히 가는데, 가다 보니 주위가 몹시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생 처음 보는 아름다운 경관을 급히 갈 때는 못 본 것이다. 산을 오를 때의 목표는 산에 오르는 그 자체보단 환경에 젖어드는 것이다. Ahn


대학생기자 김성환 /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
justifyan@gmail.com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할 일이 있다면 하는 게 좋다는 말이 있다. 사실 고민 따윌 할 때,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결론도 이미 낸 상태다. 그냥 끌리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게 맞는 것 같다. 아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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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자꿈 2011.06.06 09:35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모든 것이 그렇겠죠.
    산에 오를 때의 목적은 오르는 것만이 아니라
    그 환경에 젖어들어야 제대로 될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