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태원이 '위대한 탄생'으로 바람직한 멘토로 부상했다. 대학생 사이에서는 오래 전부터 동명이인의 롤 모델이 존재했다. '죽은 열정에게 보내는 젊은 구글러의 편지', '생각을 선물하는 남자'의 저자인 '구글러 김태원'이 바로 그. 얼마 전 세종대에서 한 그의 강연을 들었다. 강의 주제는 ‘대학 생활의 두근거리는 즐거움’. 취업의 틀 안에서 학교 생활을 하는 요즘 대학생에게 그가 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어보자.
구글러가 던진 질문 세 가지
그는 청중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우리에겐 대학 생활을 바라보는 기준 및 관점이 있을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각자의 기준과 관점은 매우 유사하다. 분명 처지는 서로 다를 텐데 말이다. 그런 우리에게 김태원씨는 다른 관점으로 대학 생활을 바라보자고 제안했다. 이것이 첫 번째로 그가 제시한 것이었다. 이어서 자신이 지금 바라보는 대학 생활의 키워드가 정말 맞는 것인지를 돌아보자고 또 다른 제안을 했다.
그가 세 번째로 던진 질문은 “과연 우리는 차별화할 용기가 있는가?”였다. 많은 학생이 듣고 싶은 강의, 강연이 있어도 못 가는 경우가 많다. 영어 학원을 가야 해서, 전공 수업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그 강의, 강연을 포기하고 만다. 김태원씨는 말했다.
“자신이 듣고 싶은 강의, 강연이 있으면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대학생이다. 하지만 그것이 내 학점에 영향을 끼치면 안 가는 학생이 많다. 그들에게 정말 차별화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 묻고 싶다.”
글로벌 인재의 우선순위는 영어?
학생들과 농담을 나누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그가 네모를 보면 무슨 생각이 나는지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먼저 “글로벌 인재”를 말했다. 요즘 자주 듣는 말인 ‘글로벌 인재’, 학생 대부분은 이를 위해서 영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좀더 생각해보면 미국 학생들도 글로벌 기업에 지원할 텐데 그들도 영어를 잘한다고 말할까? 이상하게도 그 생각은 못 했던 내게 김태원씨의 이 질문은 색다른 깨달음을 입혀줬다.
즉,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우리끼리 있을 땐 경쟁력이 될 순 있어도 실제 글로벌 기업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김태원씨가 생각하는 글로벌 인재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느 나라에 가도 인재가 되는 사람이라고 한다. 어느 나라에서나 필요한 능력은 바로 분석력, 창의력인데 글로벌 인재를 영어라는 키워드로 바라보는 게 현실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가 말하길 우리는 먼저 분석력과 창의력부터 키워드로 잡았어야 했다고 한다. 그것을 열심히 기른 다음에 영어로 전달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글로벌 인재가 되는 순서라고.
"제 롤모델은 ‘가출한 곰’입니다"
학생들이 하는 대부분 고민은 “어떻게 하면 차별화를 할 수 있을까?”이다. 이는 기업들도 하는 공통된 고민이다. 이러한 고민 속에 있는 우리에게 김태원씨는 “스토리”를 가지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스토리를 가지는 것이 차별화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인 셈이다.
김태원씨는 이 점에서 우리의 롤모델은 “어린이 대공원을 가출한 곰”이라고 다소 생소한 말을 전했다. 왜일까? 몇 년 전 어린이대공원에 있던 곰이 가출해서 9일 만에 잡혀서 돌아왔다. 그 뒤 어린이대공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가출한 곰을 보기 위해서였다. 즉, 사람들은 이 곰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곰이 가진 가출 스토리에 호기심이 생겨 보러 온 것이다. 김태원씨는 가출한 곰이 차별화가 뭔지, 스토리 마케팅이 뭔지 제대로 아는 곰이라고 말했다.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던 김태원씨는 면접관의 질문에 다른 사람과는 다른 특이한 답을 해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회사에서 마케팅을 하기 위해 어떤 것을 준비했나는 면접관의 질문에 다른 사람들은 공모전, 학회, 인턴을 언급했다. 그러나 그 속에 그는 자신의 스토리를 말했다. 그는 당시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저는 마케팅을 인사동 노점상 아주머니께 배웠습니다. 노점상 삶을 조명하는 기사를 쓰기 위해 실제로 노점상 아주머니와 함께 액세서리를 팔았습니다. 그때가 여름이라 너무 더워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절묘한 타이밍에 비가 내리는 감동에 젖어 노점상 아주머니께 영화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아주머니는 ‘학생은 영화 같겠지만 여기서 생계를 잇는 나는 비 한 방울이 액세서리를 녹슬게 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바로 고객지향적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그런 아주머니께 마케팅을 배웠습니다.”
이어서 김태원씨는 우리에게 “여러분은 더 재미있고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책을 잊은 청춘에게
그가 또 물었다. “네모 하면 뭐가 또 생각나죠?” 그는 ‘책’이 떠오른다고 했다. 우리나라 대학생이 책을 너무 안 읽는다는 것이 기사로 난 적이 있다. 대부분 바빠서 못 읽는다고 말한다. 김태원씨는 이러한 현상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이제는 독서하는 사람이 차별화되겠다고 전했다. 대학생에게 독서 열풍을 불게 하는 방법은 자기소개서에 지금까지 읽었던 책의 수를 쓰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다는 김태원씨의 말에 씁쓸함이 묻어났다.
누구나 알다시피 책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 한 것과 만나지 못 할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 경험들이 김태원씨가 강조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주지 않을까. 그러니 ‘다른 친구들 스펙 쌓을 텐데 나는 여유롭게 책을 읽고 앉아 있네’ 라는 불안감은 필요 없는 감정인 듯싶다.
나만의 스토리를 찾아라
김태원씨는 스펙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진 않았다. 영어, 학점 같은 스펙도 중요하지만 이 시대는 스펙만으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에게 ‘스토리’를 키워드로 하여 대학 생활을 하라고 당부했다. 남들이 다 하는 공모전, 학회, 인턴이 아닌 좀더 색다른 것을 경험하고 보여주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었다. 예를 들면 뉴미디어 시대에 맞춰 ‘내가 올린 유튜브 영상을 10만 명이 보게 하기’, ‘SNS으로 마케팅하기’, ‘인문학 전공하는 학생이 IT 블로그 쓰는 것’도 하나의 차별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하나의 백지를 보여줬다. 그 백지가 뭔지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새를 하나 그려보면 하늘이 된다. 바로 이것이 환경이라고 김태원씨는 말한다.
“환경이 환경을 정의한다기보단 여러분의 새 같은 꿈과 목표가 환경을 정의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새가 없음을 불평하기보단 저 하늘, 저 백지에만 불평했던 내게 가르침과 용기를 주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가 대학 생활을 ‘캠퍼스(Campus)’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캔버스(Canvas)'의 키워드로 바라보라고 강조했다. Ahn
거거거중지(去去去中知), 행행행리각(行行行裏覺)
가고 가고 가는 중에 알게 되고, 행하고 행하고 또 행하면서 깨닫게 된다.
- 노자의 <도덕경> -
제 글이 조금이나마 당신이 가는 그 길에 빛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