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란 주제를 맡았다는 그는, 의외의 멘트로 말문을 열었다.
"솔직히 제가 오늘 꿈이란 주제를 맡긴 했지만 전 꿈과 희망을 가지라는 말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나도 먹고 살기 바쁜데(웃음)... 세상에 꿈과 희망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여느 인생 선배들 강연에 가면, 혹은 책을 보면 다 그렇게 말하죠. 왜 요새 사람들은 꿈이 없냐고."
꿈은 누군가가 '가져라'라고 해서 가지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동기로 자연스레 그 꿈을 품게 마련인데, 세상 어른들은 계속 "꿈을 가지십쇼, 꿈을 가지십쇼."라고 이 시대의 청춘에게 주입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대표는 훌륭한 사람과 유명한 사람의 차이를 강조했다.
"보통 꿈은 훌륭한 사람이 말을 해야 와~그렇구나 하는데 전 훌륭한 사람이 아닙니다. 유명한 사람일 뿐이죠."
어떠한 사람을 모델로 삼아 그 사람처럼 살고 싶은 것은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훌륭한 사람이 그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그런 사람을 보면서 자연스레 스스로 꿈과 희망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훌륭한 사람은 제가 아니라 안철수 교수님이죠. 제가 그 분 몇 년 선배인데 둘 다 참 동안이죠?(웃음) 그 분은 참 훌륭해요. 저는 인생을 쭉 모범생처럼 살았습니다. 흔히 범생이죠. 그런데 안철수 교수님은 그보다 훨씬 더 범생이 같으신 분이에요."
요새 하루가 멀다하고 여러 언론에서 거론되는 안철수 교수의 이름을 이 대표의 입에서 듣자 '역시~'라는 생각과 함께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대표 역시 우리가 아는 안철수 교수를 그대로 말했다.
"그 분은 말을 할 때도 차분차분하게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옳은 말을 하잖아요. 훌륭하신 분이에요. 전 언급했지만 훌륭과는 거리가 멀어요. 전 단지 남들 소프트웨어 복사하는 시기에 소프트웨어를 팔아서 유명하게 된 사람에 불과합니다. 저는 제가 성공했다고 생각 안 해요. 사업적으로도 큰 돈을 벌진 못 했고 이렇다할 성공을 했다고는 보기도 애매해요. 그냥 전 결혼에만 성공한 거 같아요.(웃음)"
(그의 아내는 탤런트 김희애씨)
조금 한물 간 유행어를 빌리자면 이 세상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다. 수많은 사람이 사회의 부조리함을 한탄하고, 불합리함을 비판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세상은 원래 불합리합니다. 1등만 기억할 수밖에 없죠, 사실은. 언론이나 대중 모두는 그것만 기억하거든요. 예를 들어 볼까요? 영화 시사회에 한 배우가 인터뷰했습니다. 2시간 동안 영화 얘기하다가 기자가 조심스레 최근 연인 근황을 물어봅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기사 헤드라인에 걸린 것은 그 연인에 관한 것이죠. 이처럼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세상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헤비 트위터 아니랄까 봐, 이 대표는 슬슬 트위터 이야기를 꺼냈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란 사업적 목적으로 트위터를 개설했던 그는, 트위터에서 엄청난 팔로워를 자랑하는, 트위터 하면 좀처럼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제가 매체 인터뷰에서 블로그나 트위터로 소통방향을 바꾼 것도 그와 같은 이유입니다. 사실은 그게 아닌데 제가 원하는 방향대로 가지 않더군요. 그리고 이 트위터는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소셜 미디어 시대죠. 불과 2년 전엔 세상을 바꾼다는 것에 부정적인 시선이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바뀌고 있지 않습니까? 제 꿈은 이 트위터 쓰는 사람들 수가 500만 명이 되는 겁니다. 이 500만 명만 되면 우리 사회는 반드시 발전합니다."
트위터로 사회가 발전한다는 말은 쉽게 와닿지 않는다. 140자란 짧은 단문으로 소통하는 트위터가, 단순 '새가 지저귄다'는 의미에서 나아가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길래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걸까. 이 대표는 말을 이었다.
"저는 우리나라 윗분들에게 꼭 시키고 싶은 게 있습니다. 흔히 권력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벌을 내린다면 하루 1시간씩만 트위터에 투자하라는 겁니다. 30분은 트윗들을 읽어주고 30분은 그에 답을 하라고요."
트위터 세계에선 권위가 없다. 과거 미디어에선 어떠한 권위자가 무슨 발언을 할 때 그에 대한 피드백이 그에게 도달하기까지 꽤 늦었다. 하지만 트위터는 어떠한 발언을 했을 때 그 발언에 오류가 있을 경우 즉각적으로 반응이 온다. 이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뻥까지 마세요, 그건 아닙니다" 라고.
"좋은 사회를 만들려면 Audience가 똑똑해야합니다. 그래야 정상적인 사회가 만들어집니다. 똑똑한 Audience를 만드는 방법에서 저는 트위터가 필수적이라 생각하는 것이구요. MBC '100분 토론' 보세요. 그게 토론인가요? '100분 주장'입니다. 각자 50분씩 나눠 주장만 하고 끝내죠. 그저 권위에만 의존해 으르렁거릴 뿐이죠. 하지만 트위터에선 권위가 없습니다. 저 역시 IT 전문가이지만 실수할 때 즉각 피드백이 들어옵니다. 그건 틀렸는데요 하고 말이죠. 권위가 없는 거죠. 이렇다시피 트위터 세상에는 권위가 없습니다. 체면이 깎이는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평등한 세상에서 정상적인 사회가 구축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겁니다."
현 사회는 진보-보수의 극단적 이분법으로 정치 성향을 나누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중간에 중도란 말도 생기고 선거철만 되면 서로 헐뜯기만 하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트위터 이야기를 하면서 이러한 성향을 언급했다.
"저는 진보, 보수 이런 것을 싫어합니다. 제가 안철수 교수님의 말 중 정말 좋았던 게 자신은 진보, 보수 어느 쪽도 아니고 상식과 비상식에서 상식에 서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던 겁니다. 상식적인 사회를 위해 트위터를 해야 하고, 우리는 트위터로 그들과 소통할 줄 알아야 합니다."
분명 '꿈'이란 주제의 토크 콘서트였다. 하지만 이 대표는 그 청춘의 꿈에서 나아가 크나큰 사회 문제를 이야기했다. 청춘은 '훌륭한' 롤 모델을 보고 그들의 꿈과 희망을 그려낸다. 하지만 이 사회의 훌륭한 롤 모델은 보이지 않는다. 청춘은 꿈과 희망을 그려낼 대상의 기근에 시달려 그들의 꿈과 희망이 무엇인지 애초에 보질 못 했다. 그런 청춘들에게 어른들은 그저 "꿈과 희망을 가지세요."라고 피상적인 말만 할 뿐. 이 대표는 이를 사회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했다. 청춘들의 꿈과 희망은 스스로 가질 터이니 사회가 우선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고. Ahn
'삐뚤어질 수 있으니 청춘이지'라고 항상 스스로 되새기곤 합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어른'이란 인식이 사회에 맞춰가는 바른 상(像)이라면
저는 아직까지는 사회를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청춘'이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도 제 청춘을 버라이어티하게 디자인하는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