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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초록색 희망, 개츠비의 위대한 낭만

문화산책/서평 2013.07.28 07:00

밝고 가벼워 보이는 우리의 삶에는 깊은 불안이 숨어있다 

경쟁이 끝을 모르고 치열해진 이 사회에서 우린 이긴 사람들이 얻어낸 전유물에만 집착한다.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시간 속에서, 남들보다 좋은 직업과 더 많은 돈을 벌길 원하며 이를 당연한 현상으로 치부하고 있다. 사실 돈과 직업에 집착하는 이유는 돈이 없다는 단순한 경제적 이유가 아닌, 타인과의 비교심리에서 오는 잘못된 경쟁의식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이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에 개봉되었던 배우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이러한 우리들의 모습과 어딘가 닮은 생활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단순히 더 풍요롭고 부유한 삶만을 목적으로 살아갔던 작중 인물들과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허둥지둥 허위넘고 있는 우리. 보통 고전 작품이 새로운 문화 열풍으로 일어날 때는 그 시대의 삶에서 결핍된 가치를 반영한다고 한다. 영화의 흥행 후 40종이 넘는 번역본이 출판시장에 쏟아지고 있는 현재, 새롭게 불고 있는 개츠비 열풍은 우리가 잊고 지낸 가치에 대해 되돌아보게 해준다.

 

<The Great Gatsby> 사라진 이상과 미국의 꿈

 

스콧 피츠제럴드가 스물 셋의 나이에 집필한 소설,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1920년대 미국의 호황기를 구현한 명작이다. 소설 속 주인공 제이 개츠비는 혼란스러웠던 어린 시절, 그는 자신의 마음을 뒤흔든 미모의 여인 데이지 페이를 만난다. 미모도 가문도 완벽한 그녀의 마음을 얻음으로써 열등했던 자신을 부정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미국이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면서 그는 유럽 전선으로 떠나게 되고 데이지는 곧 시카고 출신의 부유한 남성 톰 뷰캐넌과 결혼한다. 개츠비는 자신과 잠시 떨어진 사이 결혼해버린 그녀에게서 남편을 사랑한 적 없다라는 말을 듣길 애원한다.

데이지의 결혼이 남자의 막대한 재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개츠비는 데이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부를 쌓기 시작한다.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었던 그는 부자가 되기 위해 주류 밀매, 불법 채권 거래와 같은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부를 축적해내고, 이 후 데이지가 사는 뉴욕 근교에 호화로운 집을 구입하여 매일 파티를 열며 데이지와의 재회를 시도했다.

 

개츠비의 삶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보면, 가슴 깊이 품고 있던 그만의 환상과 이상이 느껴진다. 개츠비에게 유일한 환상이자,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었던 낭만은 오로지 데이지뿐이었다. 조그만 만 건너편 데이지집이 있던 이스트에그 선착장에 켜져 있는 초록색 불빛을 가만히 응시하는 개츠비. 당시 시대상을 고려하여 해석한다면, 개츠비가 지니고 있던 꿈의 의미를 확장시켜 미국전체의 꿈을 의미할 수 있다. 아메리카 신대륙을 처음 발견했을 때 네덜란드 상인과 청교도인들이 느꼈던 신세계에 대한 초록빛 희망. 하지만 물질주의라는 모래성 위에 형성된 풍요는 그 싱그러웠던 초록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부와 물질은 사람들에게 달콤하고 허황한 환락을 가져다주었지만, 꿈과 이상이 지녔던 설렘의 빛깔은 이미 빛바래진 채 탁해졌을 뿐이었다

 

위대한 개츠비는 주제뿐만 아니라 서술 기법에서도 눈길을 끈다. 작품 속 닉 캐러웨이의 역할은 단순히 작중 인물에서 그치지 않는다. 소설 첫머리에 나오는 이 책에 이름을 제공해 준 개츠비라는 구절에서도 알 수 있듯, ‘위대한 개츠비는 닉이 집필하고 있는 책이며, 개츠비를 읽는 독자는 동시에 닉이 쓴 책을 읽고 있는 셈이 된다. 서술자이며 동시에 작중인물의 역할을 하는 닉을 통하여, 작가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당시 미국인들 대부분이 동부로 이주하여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삶을 추구하는 반면에, 닉은 그러한 향락적인 파티와 상류층의 각종 불륜과 위선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느꼈다. 그는 낭만과 이상의 수단으로 물질을 선택했던 개츠비에게 깊은 연민을 느꼈고, 개츠비가 죽은 후 동부 사회에 대한 환멸을 남겨둔 채 고향으로 돌아간다.

 

<The Great Gatsby> 미국의 재즈 시대(Jazz Age) 


 

1920년대는 적어도 경제대공황이 발생했던 1929년까지는 순풍에 돛 단 듯이 발전과 성장을 거듭했다. 문명의 이기가 생활 속에 자리 잡으면서 미국 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물질주의와 쾌락주의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러한 1920년대는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 또는 재즈 시대(Jazz Age)’라고도 한다. 번영과 즐거움의 시대라는 뜻으로, 표현 속에 진실이 존재하고 있다. 실업률은 감소했고, 일반적인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도 올라갔다. 국민은 자동차나 라디오, 냉장고 같은 물건들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수백만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질적으로 향상되었다. 이렇게 경제 호황을 누리던 1920년대 당시, 1920116일 자정부터 미국 전역에 선포되었던 금주법은 술집을 폭력배와 주류 밀매업자의 지하실로 옮겨놓았다. 술집에서 일하던 재즈 음악가들과 폭력배들은 협업하게 되면서, 재즈는 주류음악이 되었으며 불법 음주, 도박 등 향락적이고 퇴폐적인 것들과 함께 음지로 들어가게 되었다.

금주법이 시행되던 이 시기, 개츠비는 불법으로 밀주를 판매하여 막대한 돈을 모은 범법자였다. 개츠비가 가슴속에 지녔던 낭만과 이상주의는 물질을 그 표현수단으로 삼게 되면서 변질되고 타락했던 것처럼 처음 신대륙을 발견했던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초록빛 희망 또한, 몇 백 년도 지나지 않아 쓰레기 계곡의 잿빛 땅으로 변해버렸다. 꿈과 이상은 미국인들 스스로에 의해 거부당했으며, 당시의 미국은 정신적인 가치보다는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는 비전 없는 물질주의적인 사회로 변질되어 버렸다 


<출처: 네이버 영화>

저자 F.스콧 피츠제럴드는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허상만 가득한 목전의 물질에 취한 당시 미국 상류사회를 조롱했다.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던 American Dream은 근면하고 성실하게 생활한다면 누구든지 미국에서 물질적인 부를 쌓을 수 있다는 청교도적인 믿음 하에서 널리 퍼진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그 의미가 변질되어 물질주의, 결과주의의식으로 변해갔다. 저자는 과거의 미국을 모든 가능성이 존재했던 신선한 초록빛 땅이라고 표현한 데 반해, 1920년대 당시의 미국은 웨스트에그와 뉴욕 사이의 잿빛 황무지로 표현한다.

 

피츠제럴드는 소설 속 에클버그 박사가 세워놓은 거대한 두 눈의 광고판을 통해 물질주의적 사회에 대한 무언의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불편한 시선은 작품을 넘어 독자인 우리들한테도 던져진다. 자본주의 시대 속에서 성공에만 목말라 있는 우리들 또한 작품 속 허황된 부만을 좇았던 이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성공과 돈에 대한 모든 집착들이 우리를 벼랑으로 몰아세우고 있는 현재, 우리가 숨 가쁘게 달리고 있는 이 길이 진정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로 향하는 길인가? 앞으로 가다보면 지금보다 나은 생활이, 현재보다 빛나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 애써 자위하며 걷고 있던 것은 아닐까. 개츠비가 위대한 이유는 어쩌면, 데이지란 유일한 꿈을 품은 채 온 몸을 다해 좇았던 그 순수한 열망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가 망각해버린 가치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Ahn 

 


대학생기자 윤덕인/ 경희대 영미어학부

항상 배우는 자세를 잊지 말고 자신을 아낄 것

온몸을 던져 생각하고, 번민하고, 숙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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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림림이 2013.07.29 03:31 신고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진격의 리뷰네요...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한 번 읽고 싶게 만드는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