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의 강마에와 기업 CEO의 공통점은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음악감독이었던 서희태는 연주자, 지휘자, 교수, 공연 연출자 등 다양한 직업을 넘나든다. 그 중에는 음악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작가라는 직업도 있다. 2008년 12월 ‘베토벤 바이러스: 서희태의 클래식 토크’를 낸 데 이어 얼마 전 또 한 권의 책 ‘클래식 경영 콘서트’를 냈다. 이번에는 클래식이 아닌 경영이 주제이다. 그에게 여러 칭호가 붙지만 경영자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된 것일까?

“작년 2009년 9월 삼성경제연구소(SERI)에서 CEO 450명을 대상으로 경영과 예술과의 연관관계를 설문조사했어요. 첫 질문이 “CEO의 예술적 감각이 경영에 도움이 되는가?”였는데, 놀랍게도 96%가 “그렇다”라고 답했어요. 또 “인재를 선발할 때 예술적 감각을 가진 사람을 선호하느냐?”라는 질문에도 86%가 “그렇다”고 답했거든요. 그걸 보고 참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옛날에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최우선이었기 때문에 강력한 리더십의 시대였는데, 이제는 예술적 감각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구나.’

그래서 음악가로서 이분들에게 길을 좀더 제시해보자고 생각했어요. 클래식의 어떤 부분이 왜 경영에 도움이 되는지. 기업은 창의적인 인재를 원하는데, 섬세함과 유연한 사고를 가진, 즉 예술성을 지닌 사람에게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잠재되어 있어요. 그래서 CEO와 직원이 예술적인 감각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좀더 논리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10개월 간 조사하고 연구해 썻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아요. 이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나는 밝은 미래를 본다. 이렇게 시대적으로 보아 ‘클래식 경영 콘서트’는 필요한 책이고, 이러한 책 출판을 내가 가장 먼저 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안의 CEO

서희태의 지론을 들으면 음악가가 경영 도서를 썼다는 점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라는 데 생각이 미친다.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는 각 연주자의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지고 위기 상황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CEO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지휘자의 악기는 바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에요. 그러므로 지휘자의 가장 큰 임무는 오케스트라 내의 소통이지요. 공연이 끝난 후 어떤 분이 말해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지휘자님을 잘 안 봐요.’ 그래서 제가 답했습니다. ‘단원들이 지휘자를 계속 보고 있으면 악보는 언제 보나요?’ 오케스트라는 시종일관 지휘자만 바라보고 연주하는 것이 아니에요. 오케스트라는 박자가 변하지 않는 한 지휘자 없이도 훌륭하게 연주해 냅니다. 하지만 연주를 하다보면 박자가 변하는 등 악상에 변화가 생겨요. 그러면 ‘점점 빠르게’ 혹은 ‘점점 느리게’를 악상을 살려 연주를 해야 하는데, 이것을 어느 정도로 빠르게 연주할지 얼마나 느려지며 연주할지 단원 한 명 한 명마다 그 기준이 달라요. 그것을 하나로 통일해주는 것이 지휘자의 중요한 임무입니다.” 
 

그렇다면 오케스트라에서 위기 상황을 조정한다는 것은 의미일까.
“오케스트라에 들어올 정도면 개인적인 기교는 제 각각 훌륭해요. 하지만 각자 자리에서 연주할 때는 본인 소리가 얼마나 다른 소리와 악상에 맞춰 흘러가는지 알기 어려워요. 따라서 지휘자가 때로는 반주 악기의 소리를 자제시키기도 하고, 주인공 소리인 제1바이올린의 소리가 작을 때는 끌어올리기도 하는 등 전반적인 톤 조절을 합니다.”

이어서 소통과 위기 상황을 조정하는 데 필요한 카리스마에 대해 그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주었다.  “카리스마를 무서운 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진정한 카리스마란 ‘자기가 해내야 할 일을 정확하게 해내는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오케스트라의 CEO이자 한 조직의 리더인 '지휘자 서희태'를 그 자신은 어떤 리더라고 생각할까. “대단히 뛰어나지도, 머리가 명석하지도, 음악적으로 완벽함을 갖춘 사람도 아닌 매우 평범한 사람”이라고 자평했다. 다만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저를 시기하는 사람은 '나는 서희태보다 공부를 더 열심히 했는데 왜 서희태가 더 잘나가느냐'라고 해요. 저도 그 이유는 몰라요. 그런데 저는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기 좋아하고 또 그것을 실천에 옮겨봐요. 실패도 많이 하지만 성공도 많이 했어요. 이러한 모습이 지휘자 서희태로서, 리더로서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요.”

음악의 세계 공용어는 오케스트라, 우리 악기로 세계화

대중 음악에 비하면 여전히 거리감이 있는 클래식 음악을 오래 해온 사람으로서 제도나 관행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터.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연간 문화예술 행사 참여 비율은 62.7%, 그 중 클래식/오페라 부분은 4.8%로 지극히 저조하다. 이에 대해 응답자들은 높은 비용을 가장 큰 문제점(비용, 위치, 행사 빈도 순)으로 꼽았다. 하지만 문광부는 예술 부분에 관광 일반 부분의 6배에 달하는 13,226억 원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희태 감독은 예술 부분 예산은 국악, 오페라, 연극 등 모든 분야를 포함하는 것 같다며, 실제로 서양 음악에 배정되는 예산은 그리 많지 않다고 답했다. 그리고 4년 전부터 추진해온 ‘다울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우리 음악을 세계화하기 위해 음악의 세계 공용어인 오케스트라에 우리 음악과 악기를 접목하는 뜻 깊은 작업이다.

“언어에 세계 공용어가 있듯이 음악에도 공용어가 있어요. 바로 오케스트라죠. 오케스트라는 어느 나라에 가도 찾을 수 있어요. 오케스트라를 우리 악기로 구성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음악의 세계화 방법이에요. 우리 나라의 여러 악기를 오케스트라로 만들고, 세계인이 읽을 수 있는 악보를 만들면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인 없이도 (우리가 이탈리아인 없이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 나라 악기를 연주할 수 있어요. 이 프로젝트에 사비 3억 5천만 원 이상을 투자했어요. 이렇게 많은 돈이 들어간 이유는 한국인의 틀에서 벗어나 세계적 화성에 맞추기 위해 세계 여러 사람에게 편곡을 부탁했기 때문이에요. 여기에 예산을 조금이라도 지원 받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서약 음악 전공자에게 필수이다시피한 유학에 대한 생각도 들어봤다. 우리나라는 클래식 음악의 근원지가 아니어서 한계가 있어서인지 음악 공부를 하는 이들은 큰 돈을 들여서라도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서양 음악의 본고장에서 수학하려는 경우가 많다. 오스트리아와 러시아에서 성공적 유학기를 보낸 서희태 감독은 유학을 하든 국내에서 하든 테크닉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에는 국내에서 서양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국제 콩쿨에서 당당하게 입상하는 경우가 많다고.

그의 경우 유럽에서 유학을 한 이유는 공부를 하러 간 것이 아니라 생활을 하기 위해서였다.
“베토벤의 음악을 하려니 그가 쓴 언어도 써보고, 베토벤과 친구는 되지 못하더라도 그 사람의 후손과 친구가 되고 싶었어요. 베토벤이 거닐며 전원교향곡을 작곡한 시냇물 곁을 걸어보고 싶고, 그가 마신 와인을 마셔보고 싶고, 또 베토벤이 숨 쉰 공기는 여기와 다를까 알고, 느끼고 싶었죠.”

덧붙여 남들이 가니까, 유명하니까 하는 이유 때문에 가는 것은 너무 재미 없지 않냐고 반문한다. “저는 세계 최고의 지휘자가 되려는 목표를 가져본 적도 없어요. 나만의 목표를 가지고 즐겨왔고, 그렇기에 지금도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어떤 선택을 하든 즐기고 행복할 수 있으면 된다는 뜻이리라. 자신이 가진 재능을 다양하게 변주할 줄 아는 서희태 감독의 이후 행보가 보는 이에게도 행복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Ahn
 

대학생기자 김혜수 / 숙명여대 경제학과

소통과 공감이 부족한 이 시대에
이렇게 먼저 손 내밀어 악수를 청합니다. 
이 글을 보는 당신, 부디 제 손을 맞잡아 주시길!




사진. 사내기자 황미경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 부장
대학생기자 박해리 / 성균관대 문헌정보학과

대학생기자 오정현 /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夜深星逾輝(야심성유휘) : 밤이 깊을수록 별은 빛난다.
주위가 어두워질수록 별빛은 거세게 흔들립니다. 그러나 그만큼 더욱 밝게 빛나죠. 여러 기사와 소식이 당신의 세상을 어둡게 비출지라도 더욱 밝게 빛나고, 그리고 그 빛들로 그 세상을 더욱 밝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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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이너스 2011.03.30 11:14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저도 이분 공연 보러갔었는데^^
    인터뷰로보니 반갑네요.

베토벤 바이러스 서희태 음악감독 직접 만나보니

몇 해 전 방영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는 클랙식 음악을 소재로 했음에도 많은 인기를 모았다. 특히 마에스트로 강마에의 독특한 말투와 까칠한 성격과 함께 머리 모양이 시선을 끌었다. 강마에 역의 김명민 외에 주목 받은 또 다른 이가 있었으니 바로 음악감독을 맡은 서희태. 당시 그는 ‘남자의 자격-남격 합창단’의 지휘자인 박칼린 못지않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강마에의 외모가 서희태 감독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출처: MBC '베토벤 바이러스'공식 홈페이지>

그런데,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종횡무진 걸어왔고, 현재진행형이기도 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음악을 공통분모로 할 뿐, 연주자이자 지휘자에서 교수, 작가, 음악 감독, 공연 연출자 등 많은 분야에서 서희태는 단 한 번도 남 같았던 적이 없고 그러길 바란 적도 없다. 그는 남다른 목표와 생각, 의지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왔다. 그래서, ‘감독님의 뒤를 따르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해줄 조언이 무엇이냐고, 준비해간 질문을 굳이 꺼내지 않았다. 서희태 감독처럼 되고 싶다? 그렇다면 “OO처럼 되겠다”는 그 생각부터 깨야 할 듯하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그를 만나 ‘베토벤 바이러스’ 방송 당시의 에피소드와 독특한 이력에 관한 생각, 그리고 클래식 음악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들어보았다. 

-음악감독으로 활약했던 클래식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강마에의 롤 모델이이라고 들었습니다. 실제로도 드라마에서처럼 까칠하고 가까이 하기 어려운 성격인지요?

하하하하~ 인터뷰하면서 한번 맞춰보세요.^^ 극 중 ‘강마에’와 얼마나 닮았고 얼마나 다른지. 100% 똑같지는 않아요. 이 집에서 김명민 씨와 8개월 간 함께 생활하면서 음악 공부를 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캐릭터 안에 녹아들어간 부분도 있을 테고, 김명민 씨가 직접 만든 부분도 있겠지요. 

-김명민 씨가 서감독님의 헤어 스타일을 보고 ‘이대로 해야겠구나’라고 생각했다던데 언제부터 한 것인가요?

한 20년쯤 됐어요. 학부 마치고 유학할 때부터요.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의 합창단원으로 있을 때 제가 출연한 오페라를 TV방송으로 보았어요. 그런데 다른 단원과 모습이 너무 다른 거에요.  한국인으로서 처음 입단해서 그런지 옆모습은 납작하고 머리카락은 짧고 까맣고 너무 튀더군요. 그 뒤로 머리를 기른 뒤 퍼머를 하고 머리색도 갈색으로 바꿨어요. 그런데 처음 김명민 씨가 우리집에 들어오자마자 제 머리 모양을 보더니 요즘 강마에 캐릭터를 고민 중인데 헤어 스타일을 따라 해도 되겠냐고 묻기에 흔쾌히 그러라고 했지요. 그 뒤로 미용실 가서 같이 퍼머도 하고 그랬죠. 하하하^^ 

-어릴 때부터 음악과 친숙해진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머니는 음치인 반면에 아버지는 음악적으로 재능이 뛰어난 분이에요. 아버지가 음악을 워낙 좋아해서 3남매에게 모두 음악을 가르쳤어요. 누나는 피아노를 했고 저는 바이올린, 남동생은 첼로를 배웠어요. 저 나름대로 자부심도 있었고 원 없이 음악을 접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어릴 적 부산 송도에 살았는데 매우 형편이 어려운 동네였어요. 구호 병원, 맹아 학교, 소년의 집, 고아원 등의 구호 시설이 몰려 있는 곳이었지요. 아버지가 육아원 교사를 시작하면서 그곳에 터를 잡았는데 유일하게 자녀가 모두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가정이었어요. 그래서 동네 잔치가 있을 때 초청받아 연주를 하곤 했지요. 원래 집안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것은 반대했는데 우연찮게 저만 음악을 전공하게 되었어요. 

-지휘자로서 혹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악기는 무엇인가요? 
지휘자의 악기는 오케스트라, 저는 ‘오케스트라’를 좋아해요. 모든 악기를 다 좋아합니다. 딱히 편애하는 악기는 없어요. ^^ 

클래식, 아는 사람만 즐길 수 있다?

-크로스오버 연주 등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것에 ‘클래식 음악의 순수성을 떨어뜨린다’ 혹은 ‘클래식만의 고유함을 침범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곱지 않은 시선에도 이런 작업을 계속 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대중 음악과 클래식 음악은 소주와 와인에 비교할 수 있어요. 소주를 마시는 사람은 ‘소주의 맛이 심오해.’ 하면서 마시지 않아요. 그러나 와인을 마시는 사람은 포도가 자란 토양이며 몇 년 산인지 등 여러 가지를 공부하고 마시죠. 대중 음악은 쉽고 스트레스를 주지 않아요. 그러나 클래식에 대해서는 학창 시절 베토벤, 모차르트 등을 지겹게 외우던 스트레스의 잔상이 있어요. 이게 바로 제가 대중적 지휘자가 되고 싶은 이유예요.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클래식 음악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거죠. 

이것을 보고 누구는 “클래식 음악을 대중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당신 같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라고 칭찬해주는 반면, 비판하는 사람은 품위가 없다고도 해요. 그런데 저는 그 품위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똑같이’ 클래식 교육을 받고 나서 클래식의 음악가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전과 ‘똑같이’ 밟아 나가 ‘똑같은’ 끝으로 나아가는 이들도 필요하겠지만, 저처럼 다른 것을 시도하는 사람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클래식, 댄스를 입다'라는 공연을 만들었어요. 연주자가 클래식을 연주하고 뒤에서 댄서들이 춤을 추는 공연이에요. 대중음악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도 충분히 댄서들이 함께 어울려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 공연을 만들었는데 보는 사람들이 다들 재미있어해요. 

저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했는데, 우선 클래식의 고정관념을 깨는 데 대한 쾌감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클래식은 고상하다, 우아하다, 공연 중간에 박수 치면 주위에서 눈치 주고 눈 흘긴다.’ 등의 엄격함이 사라지니, 관객이 마음 놓고 공연을 즐기는 겁니다. 또 다른 하나는, 음악과 춤의 조합이 주는 즐거움을 순수하게 만끽하는 관객을 보았습니다. 

-학교 수업으로 ‘서양음악의 이해’를 들었습니다. 모노포니, 레치타티보, 오라토리오 등 낯설기만 한 용어와 음악사에 좌절하곤 했지요.
간혹 어떤 음악을 들려주며 작품 관련 지식을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답을 모른다고 하면 ‘지휘자 맞아?’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저는 이제 46년을 살았지만 서양 음악은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유명한 음악가만 해도 수천, 수만 명에 이릅니다. 그것을 다 아는 것은 불가능하죠. 음악을 포함한 예술은 지식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가 시장에게 음악을 들려주며30초 동안 떠오르는 것을 다섯 가지만 말해보라고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질문에 시장은 ‘좋네요’, ‘아름답고요’라는 통상적인 말로 얼버무립니다. 그러나 강마에는 ‘아이들이 엄마를 찾고 있네요,’ ‘구두를 닦는 아저씨가 솜씨를 뽐내고 있네요’ 등 여러 감정을 이야기합니다. 음악을 들으며 작곡가, 제목 같은 정답만 알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은 생각입니다. 자신이 느끼는 느낌이 바로 정답일 수 있습니다. 이게 바로 내가 라디오의 한 코너를 진행할 당시 ‘작품 이름은 알려드리지 않을 테니 음악을 들으며 감상에 충실해 보십시오.’라고 했던 이유입니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포레의 ‘파반느’를 싸이월드 배경음악으로 걸어놓으니 주변 반응이 ‘너도 이런 음악 듣니? 취향이 고상하구나~’였어요. 클래식에 대한 대중의 일반적인 반응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포레의 ‘파반느’는 공작이 뒤뚱뒤뚱 걸어가는 발걸음을 형상화한 곡이에요. 어찌 보면 친구들의 그 반응이 옳은 거죠. 제 둘째 딸이 고3인데, 수능 문제 답지를 보니, 100% 맞는 답, 70~80% 맞는 답, 50% 맞는 답 이렇게 세분되어 있더군요. 요즘 트렌드가 정답은 없다는 거죠. (클래식) 음악은 지식이 아니라 느끼는 객체에요. 음악을 듣고 누군가 “이 음악은 ‘포레’의 ‘파반느’야.”라고 말한다고 해서 이 음악을 100% 안다고 할 수는 없죠. “이 음악은 고상하고 우아하구나.” 이런 반응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반응이지요. 

-클래식 공연장에서 하품하지 않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평양감사도 제 싫으면 무용지물이듯, 회당 30만원 40만원 하는 빈 필하모니의 공연 티켓을 손에 쥐어줘도 그 공연의 가치를 모르는 이라면 영화 티켓보다 나을 게 없죠.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에 달렸어요. 직접 열정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는 거죠. 

공연이 끝나면 3,40대의 아주머니들이 이런 말을 해요.
“학창 시절 억지로 등 떠밀려 갔던 음악회의 기억이 지금 새록새록 납니다. 그때라도 들었기에 이만큼이라도 음악에 대한 교양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정서의 완성기가 고등학교 때인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음악, 미술 과목이 없어요. 저는 두 아이가 음악 덕에 사춘기를 큰 방황 없이 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음악은 정서를 완성하고 IQ는 물론 EQ도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1993년 캘리포니아대의 논문 ‘모차르트 이펙트’는 “모짜르트 음악은 IQ를 높여준다.”는 연구 결과를 담았습니다. 또한 2009년 오하이오 주립대의 연구 결과는 “어렸을 때 음악에 활발하게 참여했던 아이들이 커서 미국의 주류 사회를 구성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같은 해 이스라엘 텔아비브 의과대학 산부인과 드로르 만델 박사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미성숙아, 조산아를 임신하고 있는 산모에게 모차르트 음악을 들려주었더니 정상아로 분만하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음악의 다양한 세계 보여주는 게 꿈

-감독님에게 ‘꿈’이란 무엇인가요?
꿈은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아닐까요? 원래 제 꿈은 교수였어요. 아버지가 교수여서 저도 교수가 되고 싶었고 그래서 공부를 더 하기 위해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갔고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여 마침내 교수가 되었어요. 그래서 나름대로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다양한 일을 할 기회를 계속 만나게 되었어요. 저는 많은 세계를 봐왔고 제가 하는 음악 안에도 여러 가지 세계가 있어서 그걸 다 펼쳐보고 싶어요. 그래서 드라마 감독도 했고, 영화음악 감독 제안이 들어왔을 때도 전혀 거리낌없이 했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이 기대됩니다. 현재 계획 중인 것을 소개해주세요.

오는 3월26일부터 tvN에서 매주 토요일 밤 11시에 생방송하는 ‘오페라스타’에 심사위원장을 맡았고요. KBS 특집 다큐멘터리 ‘꿈을 그리는 오케스트라(베토벤 바이러스의 리얼 버전)’에 지휘자로 출연하여 연말에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리고 한국능률협회(KMA)에서 제가 진행하는 최고경영자 과정 ‘클래식에서 경영의 신세계를 찾다. 클래식 경영 아트 콘서트’를 만들어 5월부터 12월까지 계속 강의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우리 음악을 세계화하고자 진행 중인 다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다울음악회’를 4월28일 저녁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합니다. 많은 분의 관람을 부탁드립니다. 현재 다울 프로젝트의 음악이 MBC드라마 ‘짝패’의 OST로 사용되고 있고, 김연아 선수의 세계선수권대회의 음악으로 사용됩니다. 아주 좋은 콘서트가 될 것입니다. Ahn
 

 

대학생기자 김혜수 / 숙명여대 경제학과

소통과 공감이 부족한 이 시대에
이렇게 먼저 손 내밀어 악수를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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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내기자 황미경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 부장
대학생기자 박해리 / 성균관대 문헌정보학과

대학생기자 오정현 /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夜深星逾輝(야심성유휘) : 밤이 깊을수록 별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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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이너스 2011.03.24 11:04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이분 콘서트에 다녀온적이 있었죠^^
    말씀도 재미있게 하시고, 멋지시더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