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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유적지 경주로의 1박2일 힐링여행

문화산책/여행 2013.03.15 16:00

1박2일로 짧게 여행을 가고 싶을 때, 그렇다고 펜션에만 있고 싶지는 않을 때, 조용히 거닐며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그러면서도 볼거리가 많아 심심하지 않게 다녀오고 싶을 때, 딱 적당한 여행지가 있다. 바로 신라 문화 유적지 경주다. 특히나 요즘 같이 쌀쌀한 날에 다녀오기에 제격이다. 따뜻한 남부 여행지이면서 아름답고 조용한 경주, 지금부터 경주로의 1박2일 힐링여행을 소개한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가면 4시간. 경주에 도착하면 서울고속버스터미널보다 훨씬 한적하고 고요한 경주고속버스터미널에서부터 문화 유적지로서의 고요함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경주는 유적지이기 때문에 높은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규제가 되어 있다. 때문에 경주에는 유적지 주변에도 호텔이 없다. 민박이 대부분이다. 오랜만에 높은 건물에 가리는 일 없이 탁 트인 하늘을 바라보는 느낌이 새롭다. 길을 걸으면서 쭉 늘어서 있는, 기와를 얹은 낮은 집들을 바라보면 바쁜 도시의 시간을 벗어나 여유로웠던 옛날의 시간으로 돌아간 것만 같다.

 

기와를 얹고 진흙을 칠한 민박에 짐을 내리고 유적지로 나선다. 고속버스터미널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있는데, 자전거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걸어서가도 몇 십 분이 채 안 걸릴 정도로 고속버스터미널과 경주역사유적지구는 가깝다. 군데군데 외로이 서있는 고분 옆을 지나가고 까치와 까마귀가 앉아있는 논두렁을 건너가며 경치를 즐기는 맛이 있다.

 

 

사람들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다보면 어느새 대릉원에 도착하게 된다. 수목원처럼, 공원처럼 오솔길이 있고 나무가 있는 경주 대릉원. 그러나 여느 공원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고분이 있고 유물이 전시되어 있고 두꺼운 줄기로 긴 가지를 늘어뜨린 고목이 많다는 점이다. 대릉원 안에는 전 미추왕릉을 비롯해 천마총과 황남대총 등이 있다. 1973년에 발굴된 천마총에서는 금관을 비롯해 많은 유물이 나왔다.

 

벌써 어둑해진 대릉원을 돌아 나와 경주역사유적지구로 들어간다. 경주는 보통 수학여행으로나 가족여행으로 많이 가는데, 경주에 세 번째 오는 것임에도 경주의 야경을 보니 마치 경주에 처음 온 것처럼 새로웠다. 나무를 전구로 밝히고 고분을 조명으로 비춘 너른 공원 안에 구불구불한 길이 가로 놓여 있다. 길을 따라 가다보면 옛 사람들의 흔적이 남겨진 터가 있고, 별을 관찰하던 첨성대가 있고, 술잔을 띄우던 포석정이 있다.

 

 

포석정 입구에서 길을 건너면 저 멀리 안압지가 보인다. 저녁임에도 매표소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었는데, 들어가 보면 ‘저녁이기 때문에’ 그렇게 줄을 서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안압지는 신라 문무왕 14년에 축조된 신라의 궁원지이다. “궁 안에 못을 파고 화초를 기르며 귀한 새와 기이한 짐승들을 길렀다”는 기록처럼 안압지의 조경은 토속적인 고신라문화에서 벗어나 선진적인 감각을 입혀나갔던 그 때의 역사적인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당시의 실생활용품이 많이 발굴되어 실제 통일신라의 사회 문화 풍습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큰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못을 품은 채 조명으로 환하게 빛나는 안압지를 돌며, 어쩌면 풍류를 제대로 즐길 줄 알았던 옛 시대 사람들이 우리보다 행복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풍류를 즐기던 선조들의 자취를 옷자락에 묻힌 채 버스를 타고 민박집으로 돌아와 하루를 묵었다. 다음날 아침, 짐을 챙기고 경주고속버스터미널 건너편으로 가면 불국사로 가는 시내버스를 탈 수 있다. 불국사는 보다 바다에 가까운 쪽에 있었다.

“불국사는 화려하고 장엄한 부처의 나라를 이 땅에 세워 찬미하던 수도자”들이 불도를 닦던 곳이다. 풍부한 상상력과 예술적인 기량이 어우러진 신라 불교 미술의 정수로 , 1995년 석굴암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불국사에는 국보인 다보탑, 석가탑, 연화교, 칠보교, 청운교, 백운교, 비로전에 있는 금동비로자나불좌상, 극락전에 있는 금동아미타여래좌상, 불국사삼층석탑 내 유물 등이 보존되어 있어 그 자리에 서서 조용히 빛나고 있는 보물들을 차례차례 찾아보며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불국사 앞에서 셔틀버스를 타면 구불구불한 도로를 타고 약 30여분을 지나 석굴암에 도착할 수 있다. 인도나 중국의 석굴 사원과는 달리 화강암을 인공으로 다듬어 조립한 석굴암은 불교 세계의 이상과 과학기술 그리고 세련된 조각 솜씨가 어우러진 걸작이다. 직사각형의 전실과 원형의 주실을 복도 형태로 연결하고, 360여개의 네모난 돌로 둥근형태의 주실 천상을 교묘하게 축조한 석굴암은 세계에도 유래가 드문 뛰어난 건축기술이라고 한다. 수학여행 때 석굴암 앞에 길게 서 있는 게 지루해 빨리 쓱 보고 지나갔던 걸 제대로 샅샅이 훑어본 지금에서야 석굴암 앞에서 감탄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1박 2일의 짧은 여행 기간 동안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 수 있는 유적지를 둘러보았다. 경주의 유적지를 다 둘러보고 싶다면 일찍 출발해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충분히 둘러볼 수 있고, 필자처럼 경주의 향취를 느끼며 힐링하고 싶다면 그것은 또 그만의 여유로움을 느끼며 다닐 수 있다. 어렸을 때 가본 경주의 풍경이 전부라면, 짧게 시간을 내 경주를 가보는 것도 즐겁고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대학생기자 김가윤 /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정의로우면서도 가슴에는 늘 인간적인 사랑을 품은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