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를 읽고 관계와 삶의 고유함을 생각한다

문화산책/에세이 2013.02.10 07:00

책이 귀했던 시절,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를 공부하던 한 청년은 정말 읽고 싶었던 키에르케고르의 원서가 있었다. 수소문 끝에 그 책이 모 대학 도서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곳이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청년이 필요로 했던 책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전자 검색이 되지 않았던 시절, 도서 목록을 보고 오랜 시간을 들여 청년은 그 책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한 장 한 장 손수 복사해서 제본 도서를 만들었다. 청년은 책을 찾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한 학생을 만났다. 그리고 그 학생은 지금의 아내가 되어 있다

청년에게 제본한 책은 너무나도 소중했기에 비라도 오는 날이면 겉옷의 안주머니에 이 책을 넣고 다녔다. 그리고 젊은 시절, 이 책에 담긴 내용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치열하게 씨름했다. 시간이 흘러 복사한 책의 원본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복사해서 만든 책은 새로 산 정품과 비교할 수 없이 소중하다. 왜냐하면 그 안에는 젊은 시절의 고민, 사랑, 추억이 모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과연 책의 본질이 무엇인지 말이다. 책의 내용 자체가 책의 본질인가? 아니면 책과 함께 쌓아간 추억이 책의 본질인가? 이야기의 주인공은 책과 무관하게 현재의 자신을 규정할 수 없으며 책을 소중히 여기며 성장할 수 있었다. 여기서 책의 본질, 즉 이 한 권의 책이 가지고 있는 고유함이란 단순히 책이 가진 도구적 가치 이상이다. 책은 도구의 성격을 넘어 현재의 삶의 일부분이 되었고 책과 관련된 여러 추억들이 삶 속에 중요한 의미로 남아 있다. 책의 내용을 넘어 책과 관계된 모든 것들이 그 책이 가진 고유함이다.

현대인에게 사물을 분별하고 해석하는 중요한 가치는 도구적 가치이다. 즉 주변의 사람 또는 사물이 자신에게 얼마만큼 유용한지에 따라 그것을 등급화하고 서열화한다. 그래서 현대인은 주위에 것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함으로서의 본질을 보지 못한다. 주위에 존재하는 많은 것들을 자신이 편히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도구 정도로 생각한다. 도구는 쓰다가 버리면 되고 이리저리 바꾸더라도 자신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결과적으로, 주변의 소중한 것들은 현대인의 삶과 아무 관계가 없는 무관한 사물로 지나가버린다. 진정 소중한 것은 도구로 사용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출처: YES24 홈페이지, 어린왕자>

 

'어린왕자갈매기의 꿈에는 고유함의 예시가 무엇인지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어린왕자는 자기 세계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어떤 사람을 상징한다그리고 어른은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살아가는 어떤 인간상을 상징한다. 어린왕자에 등장한 어른은 아이들에게 그림보다는 문법, 산수, 역사에 관심을 가지라고 말한다. ‘어른은 아동기가 가지고 있는 고유성을 보지 못하고 아동기를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시기로만 생각한다. 아이는 아이 나름의 고유성이 있기에 아이는 아이다운 활동을 해야 하지만 도구적 가치를 중시하는 어른들은 아이에게 유용성을 강조한다. 결국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키는 그림을 그렸던 한 아이는 멋진 화가가 될 꿈을 포기한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지리학자역시 어른과 유사하다. 지리학자는 지리 정보에 대한 많은 지식이 있지만 오로지 기록을 통해서 알게 된 지식이다. 그래서 그 지식을 참된 앎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참된 앎이란 자신이 무엇인가를 알면서 달라지는 것을 뜻하는데 지리학자에게 있어서 지식은 도구일 뿐 그것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른과 마찬가지로 지리학자에게 지식은 유용한 도구일 뿐 고유한 가치가 있지는 않다.

 



<출처: 네이버 영화, 갈매기의 꿈>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조나단은 날아간다는 것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갈매기이다. 다른 갈매기들은 먹기 위해 날아간다. 그러나 조나단에게 날아간다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유함이자 다른 것들과 자신을 구분시켜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나단은 날아가는 다양한 방법을 끊임없이 연습한다. 조나단에게 있어 날아간다는 것은 삶 그 자체였다. 조나단은 갈매기답기 위해 자신 속에 있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드러내려고 애썼다. 결국 조나단은 다른 갈매기들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날아간다는 본질을 추구하는 조나단의 태도를 통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삶이다. 내가 살아간다는 것은 나의 고유함을 찾아가는 것이고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가능성들을 발현해 나가는 삶이다. 자신 안에 있는 고유성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고 노력하는 삶, 그것이 바로 인간다운 삶이 아닐까?

도구적 가치가 삶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현실 속에서 고유성이라는 가치는 필자에게 삶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열어 주었다.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s)”라고 했던 어린왕자에 나오는 여우의 말처럼 사람 그리고 사물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노력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 대상을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고유한 가치를 보는 안목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 고유한 가치는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되어 우리의 삶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Ahn

  대학생기자 장윤석 / 청주교대 초등교육(음악심화)

  그들은

  모든 꽃들을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 파블로 네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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