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산책/에세이

첫눈에 반하다? NO 첫코에 반하다? YES

사람이 사람에게, 특히 이성간의 호감을 느끼는 것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5감, 즉 시각, 후각, 청각, 미각, 촉각 중 나는 후각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일반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사람들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특유의 체취들이 있다. 그 체취는 좋을수도 혹은 나쁠수도 있다. 예를들어 특히 시험기간 등 누군가가 씻지 못하여 냄새가 날 것이라고 생긱이드는 경우에도 그 특유의 체취는 여전히 사람을 자극시킨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MHC라는 특유의 유전자로 인해 상호 보완적인 향기가 서로를 성적으로 끌리게 한다고 하니, 이렇게 후각에 민감한 사람들의 경우는 체취를 통해 상대방과 나의 유전자가 서로 상호 보완적일 것이라는 점을 본능적으로 알고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MHC(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란?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는 주요 조직적합유전자 복합체(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에다. 이는 6번 염색체에서 볼 수 있는데, 사람마다 이 MHC 유전자가 다르다. 유전적으로 가까운 친척과 번식을 하면 선천적 결손증이나 낮은 지능, 기타 문제들이 유발되면서 자식들에게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MHC 유전자가 상호보완적인 사람과 짝짓기를 하면 태어나는 자식의 면역 기능이 더 우수하다. 질병을 야기하는 다수의 기생충을 자식들이 더 효과적으로 물리칠 수 있게 된다. 


반면 클럽과 같은 밤문화를 즐기는 공간에서는, 서로간의 목소리나 얼굴은 알고 있었으나 공간의 특수성으로 인해 각자의 체취는 느낄 수 없었던 곳에서는 끌렸지만 그 후 개인적인 만남이 이루어졌을 때 느끼는 괴리감 등은 조금 과장된 것일 수는 있지만 면대면 상황에서야 알게 되는 체취가 자신에게 맞지 않음을 느끼기에 호감도가 다소 떨어지고 실망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한 소셜데이팅 회사에서는 20세 이상 미혼남녀 1047명(남성 563명, 여성 511명)에게 ‘불쾌지수를 높이는소개팅 상대의 모습’을 조사한 결과 남성의 경우는 체취를 2위로(19%), 여성은 1위로(30.5%) 꼽았다고 하니, 상대방의 첫 인상에서 각자의 체취가 호감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약 5년 전 즈음 우리나라에 한 영화가 개봉하였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라는 영화는 천재적인 후각의 소유자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가 파리의 여성들을 살해하며 그 여성들의 체취를 훔쳐 기적의 향수를 만들지만, 그로인해 오히려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영화이다. 이 영화의 줄거리나 그것이 시사하는 바에 집중하기 보다는 주인공이 여성들의 체취를 훔친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우리가 사람을 처음 보게 될 때, 상대방에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다. 그 사람의 외모, 목소리, 그리고 체취이다. 외모라는 것은 눈으로 직접적으로 인지되는 것이라 언제나 다시 볼 수 있고 목소리 또한 현대 사회에서 여러 매체를 통해 전달되므로 저장될 수 있는 것이지만 아직 체취에 대한 것은 저장가능한 것이 아니다. 또한 흥미로운 사실은, 인상이나 소리는 여러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만 각자의 체취는 각자에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공유하기 힘든 부분이다. 가령 우리가 소개팅을 한다고 하였을 때, 우리가 흔히 물어보고 알아가는 것에서 그 사람의 체취는 굳이 물어보지도, 먼저 말해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호감도에 관하여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과거 파리가 악취가 들끓었던 특수성을 제외하더라도 현대에 이르기에까지 향수라는 상품이 지금까지도 많은 판매가 이루어진다는 점으로 미루어보아도 알 수 있다.

어느 논문을 통해 더욱 고찰을 해 보자면, 사람들은 향수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미지를 상대방에게 표현하며 자신의 이미지를 기억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고 하니, 단순한 만남을 넘어서 이성간의 호감과 관계에 있어서는 향수보다 근본적인 개개인의 체취가 서로에게 인식되는 이미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는 많은 후각관련 광고들을 접하게 된다. 가령 사랑하는 연인과의 무드를 잡기 위해서는 아로마향초를 켜라거나, 이성과의 만남 성공을 위해 페로몬 향수를 쓰라는 등 사람과의 관계, 특히 연인과의 관계를 위해서는 후각이라는 것의 중요성이 무척이나 강조되고 있다. 그렇기에 사람과의 만남에서, 특히 이성과의 만남에서 외향적으로 자신의 이상형과 아무리 적합하더라도 끌리지 않는 상황이라면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그것이 결국 추후의 만남이 좋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기 자신이 스스로에게 내리는 경고메세지이기 때문이다.

박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