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전보다 흥미로운 카이스트와 포스텍 교류전

문화산책/현장속으로 2013.11.24 19:00

전세계의 많은 대학들은 서로 교류를 하고 있다. 영국의 옥스퍼드대와 캠브릿지대의 교류전, 미국의 하버드대와 예일대의 교류전, 일본의 와세다대와 게이오대 간의 교류전 등 많은 국가에서 대학 간 교류전을 통해 화합과 경쟁,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교류전은 바로 고연전(연고전, 가나다순 표기)으로 서울에 위치한 두 대학 간에 매년 각종 스포츠 경기의 대결을 통해 경쟁을 하는 행사이다. 최근에는 유명 방송 프로그램에서 응원단에 참여하는 모습이 방영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조금 독특한 교류전이 있다. 바로 카이스트와 포스텍 간에 열리는 카포전(포카전, 가나다순 표기)이다. 카포전은 2002년부터 카이스트와 포스텍에서 번갈아 가면서 열리는 행사로 공식 명칭은 POSTECH-KAIST 학생 대제전(POSTECH-KAIST Science War)이다. 정식 명칭은 홈 그라운드를 가지는 학교의 명칭이 뒤쪽에 가게 되고, 각 학교에서는 연고전, 고연전과 마찬가지로 각 학교의 명칭을 앞에 쓴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았던 포카전에서 카이스트가 우승, 포스텍이 준우승을 하게 되어 통산 KAIST 우승 6, POSTECH 우승 5회로 서로 호각지세를 이루고 있다. (2009년에는 신종플루 때문에 취소되었다.)



고려대와 연세대가 모두 서울에 있어서 서울에서 모든 것이 진행되는 고연전과는 달리 대전과 포항, 서로 다소 먼 곳에 있다보니 카포전에서는 조금 특별한 모습이 있다. 매 대회마다 장소를 바꿔가면서 진행하는데, 홈팀이 되는 학교의 학생들의 참여도보다 원정팀이 되는 학생들의 참여도가 더 높다. 그 이유는 홈팀이 되는 학교에서는 카포전이 있는 날 휴강을 잘 해주지 않는데 반해, 원정팀이 되는 학교에서는 서포터즈 등을 모집하여 몇백명 규모로 공식적으로 방문을 하게 되어 일정 인원 이상의 학생들이 카포전 기간 내내 꾸준히 참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각 학교의 자존심이 걸려있는 대회이기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다. 또한 각 학교 밴드/공연 동아리와 초대 가수의 공연이 이뤄지며, 두 학교 간 교류행사가 카포전 첫날밤에 준비되어 있어 비슷한 동아리별로 교류 활동이 이뤄지곤 한다.


두 학교 학생들이 같이 응원하는 모습 / KAIST 신문사 제공


카포전은 두 대학의 특성 때문인지 고연전과는 다르게 종목이 스포츠 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에그드랍, 다리만들기, 루브 골드버그, 적분미로 등 독특한 종목들이 있었다. 2013년에는 농구, 야구, 축구, AI(Artificial Intelligence), 해킹, e-스포츠, 과학퀴즈 이렇게 7가지 종목이 열렸다.


- 해킹

1990년대 초반부터 카이스트와 포스텍에는 '사과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두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해킹 사건이 자주 발생하였다. 그러한 영향 때문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제1회 카포전부터 해킹대회가 종목 중 하나로 채택되어 진행되었다. 초기의 카포전의 해킹대회는 안랩에서 후원과 문제 출제, 시스템 구축 등 관리를 한 적도 있으며, 이후에도 공공기관이나 단체에서 출제와 관리를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해킹 대회는 빙고판에서 문제를 풀어서 더 많은 빙고를 하는 팀이 이기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빙고가 전혀 생기지 않으면 더 많은 문제를 풀어서 점수를 따낸 팀이 승리하게 된다. 보통 해킹대회는 개막식 전날 밤 10시부터 새벽까지 심지어 개막식 당일 오전까지 진행된다. 올해는 카이스트가 4:3으로 승리하였다.


AI 경기 모습 / KAIST 행사준비위원회 상상효과 제공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프로그래밍)

AI 경기는 자체적으로 개발된 게임을 이용해서 진행되는 경기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팩맨과 유사한 형태의 'Roaming Slime'이라는 게임으로 진행되었다. 슬라임을 잘 운용해서 영토를 확보하는 동시에, 폭탄을 전략적으로 움직여 상대 슬라임을 견제하여 보다 넓은 영토를 확보하면 승리하게 되는 방식이며, 인공지능 프로그래밍을 통해 경기가 이뤄진다. 카이스트가 2:1로 승리하였다.


- 과학퀴즈

과학퀴즈는 이전에도 단순히 점수를 많이 따내는 방식이 아니라 매년 색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올해는 퀴즈와 더불어 모두의 마블 형식으로 각 학교에 있는 건물들의 명칭을 활용하여 진행되었다. 각 학교의 주요 건물 명칭은 물론 게임에 사용되는 용어도 각 학교 학생들에게 친숙한 용어로 사용되었다. 카이스트의 경우 카이스트의 상징인 까리용이나 KI빌딩, 파팔라도 메디컬센터 등의 건물 이름이 사용되었고, 포스텍의 경우 가속기연구소, 지곡회관, 통나무집 등의 건물 이름이 사용되었다. 또한 '장짤(장학금이 짤린다)'이라는 표현을 경기 중 돈을 지불해야 할 때 사용하였다. 경기는 712만원:526만원으로 카이스트가 승리하였다.


LOL 경기를 관전하는 관중들 / KAIST 행사준비위원회 상상효과 제공


- e스포츠(LOL - League of Legends)

이전에는 스타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2 종목으로 열렸으나 시대의 변화에 맞춰 현재 전세계적으로 인기있는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장르의 게임인 LOL 대회로 바뀌었다. 3전 2선승제로 진행되었는데, 포스텍이 2:0으로 승리를 거두었고, 번외 경기로 열린 3번째 게임도 포스텍이 이겼다.


- 농구, 야구, 축구

스포츠 경기는 일반적으로 진행되는 것과 비슷하게 진행된다. 농구는 62:55로 카이스트가 승리하였고, 야구는 16:9의 점수로 카이스트가 6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었으며, 축구는 1:0으로 포스텍이 승리하였다.


농구, 야구, 축구 경기 / KAIST 신문사 제공


이렇게 제12회 포카전은 500:200으로 카이스트의 우승으로 끝났다. 두 학교 간의 경쟁 이전에 또 하나의 축제가 되는 카포전. 다소 생소하지만,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교류전과는 다른 재미있는 점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앞으로도 두 학교 간의 교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많은 학교들이 다른 환경에 있는 학교, 그리고 전 세계 대학 간에 서로 많은 교류가 일어나서 큰 시너지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Ahn




대학생기자 방기수 / KAIST 항공우주공학전공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해 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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