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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서평

감동적인 이야기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나서


"엄마를 부탁해"
작가 신경숙이 쓴 독특한 제목의 이 소설을 라디오 광고 방송으로 처음 접했다.
당시엔 '무슨 책 제목이 이러지?' 하는 생각에 무심히 지나쳤지만, 요즘 날씨가 쌀쌀해지며 가을을 느꼈는지 메마른 마음에 따뜻한 감정을 심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 책을 구입했다. 책을 펼쳐보기 전 제목을 다시 본 나는 '아.. 이거 읽고 눈물 한번 쏙 빼겠네.' 라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그렇듯 엄마라는 단어 속에는 가슴 뭉클한 그 무언가가 들어 있는 듯하다.
 
이 소설은 총 네 개의 장과 하나의 에필로그로 구성된다. 각 장마다 시선의 흐름을 주도하는 화자가 교체되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각 장의 화자는 '너', '그', '당신'으로 바뀌면서 '엄마'의 존재성을 입체화한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이런 독특한 문체 때문에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 하는 생각이 들어 어려웠다.

하지만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이런 복잡한 생각이 들기보다 단어 하나하나 속에 가슴 따뜻한 작가의 내면과 우리들의 엄마의 모습을 투영해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책을 읽으며 작가의 문체에 익숙해 질 때쯤 딸, 아들 , 남편 등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구성에 푹 빠져들었다. 




책의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를 잃어버린 가족의 이야기이다. 아버지와 함께 자식들을 보기 위해 서울로 온 어머니.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혼잡한 지하철 역에서 아버지의 손을 놓쳤고, 이를 몰랐던 아버지는 홀로 지하철에 오른다. 어머니를 찾는 과정에서 자식들은 때론 서로를, 때로는 자신을 비난하기도 하고, 자신과 어머니의 모습을 돌이켜보기도 한다.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잔잔한 감동이 몰려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극적인 장치나 자극적인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코끝이 찡해짐을 느낀다.

특히 넷째 장에 펼쳐지는 엄마의 회상이 인상 깊다. 소설 속에서 유일하게 1인칭 화자로 시선을 주도하는 넷째 장은 엄마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통합된 전지적 시각의 이야기다. 가장 슬프고 기억에 많이 남는 장인 듯하다. 이곳에서 엄마는 시간과 공간의 구속을 벗어나 자유로이 이동하며 딸, 아들, 남편 그리고 시어머니 같았던 시누이에게 가 그들과 독백을 나눈다. 이 내용을 통해 엄마라는 존재가 어머니이기 전에 마음 약하고 여린 여자였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구개월째다.
..........
나는 넋을 잃고 성모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눈물이 한 방울
너의 감은 눈 아래로 흘러내렸다.
너는 비틀거리며 뒷걸음 치듯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미사를 보려는지 사제들이 줄을 지어 네 곁을 지나갔다.
너는 성당 입구까지 걸어나와
긴 회랑과 눈부신 빛에 둘러싸인 광장을 망연히 내려다 보았다.
그제야 여인상 앞에서 차마 하지 못한 한 마디가 너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                                     
<에필로그 '장미 묵주' 부분>


 

소설의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도 감동 그 자체이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구개월째다'로 시작하는 에필로그 <장미 묵주>는 마지막을 깔끔하게 정리해 독자들의 울적하고 슬픈 마음을 다스려준다. 미켈란젤로의 명조각상 피에타상 앞에서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라며 애원하는 큰딸 '너'의 마지막 명장면은 세상의 모든 슬픔을 두 손으로 보듬는 모성에 대한 사랑이다. 울적해지는 가을, 감동적이고 가슴 따뜻한 책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며 마음을 살찌우길 바란다. Ahn 


대학생기자 곽승화 / 전북대학교 화학과 

작은 실험실 안에서 그보다 더 작은 비커 안에 수많은 화학물질을 혼합하고 있던 어느 날, 문득 사회와 멀어지고 있는 것만 같은 불안함이 엄습했다. 나의 손끝에서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한 방법은 나부터 사회에 나아가 다양한 사람들과 어우러져 새로운 경험을 담는 것이라는, 그 속에서 큰 방향이 제시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보안세상'이라는 또 다른 실험으로 멋진 꿈을 제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