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가 하고 있는 게임이 다음날 이용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설령 설레는 마음으로 외국의 게임을 구입해서 시작했는데 자막이 없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물론 오늘날 한국의 게이머 중 게임 주인공이 말하는 영어를 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많을 수 있지만, 대다수는 곧바로 주인공의 의사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위의 의문이 최근 들어 구체화 됐는데,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있는 Steam (게임 유통 업체, 이하 스팀)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알아봤다.
스팀은 무엇을 하는 회사이고, 왜 이 곳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가
먼저 스팀은 미국의 유명 게임개발회사인 ‘Valve’에서 만든 게임프로그램으로써 게임 판매, 다운로드, 실행 등을 유지해주는 것이다. 만약 스팀 계정에 게임이 등록돼 있으면 인터넷이 있는 지구 어느 곳에든지 게임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최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스팀에 입점한 게임들도 한글을 지원하면 국내법상 등급분류(심의)를 받아야하나?’ 이 문제는 지난 10월 24일 국정감사에서 박주선 의원이 게임물관리위원회 (이하 게임위)에 ‘스팀에 입점한 게임들 중 한글을 지원하면서 국내법상의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채 서비스하는 게임들이 다수 있다’는 현황을 지적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한국의 게임법의 현상황은 어떠한가
현재 게임법에 따르면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을 유통, 진열, 보관하는 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돼있다. 게임법의 등급분류 관련 규정은 게임이 패키지, 아케이드 게임기. 게임팩 등 실물이 형태로 유통되는 시대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런 경우에는 각 국가별로 게임을 유통하는 유통사가 존재했고, 그 유통사가 한국 시장에 유통할 때 심의를 받으면 합법이고 받지 않고 유통하면 위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 서비스의 발달로, 실물을 주고받을 필요 없이 국가 간에 인터넷만 연결돼도 게임을 유통할 수 있는 시대가 된 오늘날, 스팀 같은 패키지 게임 다운로드 서비스가 여러 국가 업체들로부터 시도되면서 게임법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어떤 경우가 ‘한국에 대한 게임 유통’에 해당하는가
한국 게이머가 외국에 직접 가지 않고도 미국, 유럽 그리고 다른 국가의 업체가 서비스하는 웹·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되는 전 세계의 모든 게임을 한국에서 즐길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한국을 상대로 한 게임 유통’이라고 간주한다면, 한국 게임법상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전 세계의 모든 인터넷 게임 서비스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어 버린다.
현재 게임법은 패키지와 아케이드 게임기 등 실물이 있는 게임 유통을 염두에 두고 제정된 것이지, 인터넷으로 국경을 초월해서 게임을 서비스하거나 다운로드 받는 것도 염두에 두고 제정된 법률은 아니다. 또한 법률이나 다른 시행령에서 ‘한국에 대한 게임 유통’의 기준을 정해주는 것이 없는 것 또한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게임위는 (구)게임물등급위원회 시절부터 ‘어떤 경우가 한국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 유통이냐’에 대한 내부적인 기준을 스스로 정해서 외국 업체에게 적용해왔다. 예를 들어, 웹게임 ‘부족전쟁’의 한국 서비스 차단이 그 사례다. 외국 게임이지만 한글을 지원하고 한국인 운영자도 존재한다는 등의 여러 가지 정황을 보고, 당시 게임위는 그 게임이 한국을 상대로 하는 게임유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그 게임이 한국에서 심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국 게이머의 접속을 차단했다.
스팀 게임이 한글지원을 하면 ‘한국인에 대한 게임 유통’인가
스팀은 외국 서비스이며, 입점한 게임들도 대부분 외국 개발사·퍼블리셔의 게임이다. 그렇지만 서비스되는 게임들 중에는 한글을 지원하는 게임도 있는 동시에 한국인 사용자를 위한 트위터나 커뮤니티도 개설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팀 게임에 있는 개발사·퍼블리셔들이 ‘한국을 상대로 게임 유통을 하고 있다’라고 간주하고 등급분류를 요구할 근거가 현재 게임법에는 없다. 또한 ‘이 게임의 경우 한글을 지원하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유통이다’라고 간주할 수 있는 규정도 게임법에는 없다. 만약 게임위 측에서 한글이 지원된다는 점만 계속해서 물고 늘어진다면, 해당 개발사는 ‘한글 지원은 한글을 사용하는 해당 지역인들에 대한 편의를 위한 것이지, 한국에 유통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다’라고 말하거나 아예 한글 지원을 삭제해버릴 수 있기에 시간이 갈수록 갈등의 골이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 대한 게임 유통’에 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해...
지금같은 상황에서 결국 부족전쟁 혹은 스팀의 한국 서비스 차단 여부는 법률이 아니라 게임위의 자체적인 판단으로 정해진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안한 요소일 수 있는데, 지금은 차단되지 않은 외국 게임 서비스라도 언제 갑자기 게임위의 판단에 따라 서비스가 중단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결국 법률 개정이다. 일단 인터넷을 통해 국경이 없는 게임 유통이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법률 개정이 있어야한다. 그리고 어느 경우를 ‘한국에 대한 게임 유통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규정 또한 필요하다. 혹은 한국 업체에 대한 ‘등급분류’라는 족쇄를 아예 풀어버리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하여 게임등급분류 제도 자체를 전체적으로 개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어떤 방향이든 게임법이 현실에 맞게끔 법률이 개정돼야 외국 게임 서비스 업체와 게임위의 대응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과 외국 업체에 과금한 한국 소비자들의 불안을 방지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이 문제가 지금 상태로 방치된다면 제2의 스팀같은 사례가 반복됐을 때 똑같은 논란만 반복될 것이고, 소비자의 선택권은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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