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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현재 서울역에는 복숭아 꽃이 피었습니다

현재 서울역에는 복숭아 꽃이 피었습니다

 

'프로젝트284 복숭아 꽃이 피었습니다' 전시를 다녀와서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주요무대이자 교통과 교류의 관문이었던 구 서울역의 자리에는 다양한 문화예술이 창작되고 교류가 이루어지는 '문화역서울 284'라는 복합문화공간이 생겨났다. 서울역에서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284 : 복숭아 꽃이 피었습니다는 전시, 공연, 영화, 토크쇼,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을 엮어 관객이 직접 참여하고 즐기면서 이상적 삶에 대한 작가들의 다양한 관점을 살펴볼 수 있는 예술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284 : 복숭아 꽃이 피었습니다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의 소개와 함께 후기를 전하고자 한다.

 

과거의 서울역 자리에 들어서 복합문화공간인 '문화역 서울 284'

 

국형걸 <Compact City>/ 이희원 <INFINITY II>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중앙홀 가운데에 웅장하게 자리 잡은 플라스틱 조형물이었다. 이 조형물들은 마치 미로 길을 연상케 하는데, 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대형 스크린 속의 폭포를 볼 수 있다. 폭포의 절경을 자세히 감상하다 보면 물이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폭포의 절경을 보며 관습에 얽매어 사고하지 않는 작가의 독창성과 조용함 속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김명범 <Untitled> 

 

  땅에 박혀 있어야 할 것만 같은 나무의 뿌리가 붉은 풍선더미로 인해 열매 가득한 나무가 되었고, 붉은 풍선 나무는 마치 천장을 뚫고 올라갈 기세이다. 붉은 풍선 나무가 뿌리 째 뽑혀 공중에 떠있는 이 작품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비현실적인 세상과 미래 이상적인 공간에 대한 소망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풍선과 나무뿌리라는 우연한 사물의 조합을 통해 신비롭고 고풍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상상력을 자극시켰다.

 

양아치 <성진은 복숭아꽃 한 가지를 꺽어 팔 선녀에게 던지는데>

 

 

  계단을 따라 2층으로 가보면 가장 넓은 공간에 위치한 성진은 복숭아꽃 한 가지를 꺾어 팔 선녀에게 던지는데라는 설치 미술 작품은 마치 꿈속에서 탐스러운 복숭아밭을 거니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어디선가 오묘한 소리들이 들리고, 아기자기한 복숭아들이 줄지어 놓여져 있다. 그리고 곳곳에 비디오 화면이 설치되어 있는데 화면에 나타나는 영상은 작가가 창작한 판타지 소설을 시각화한 장면들이 연출된 것이라고 한다.

 

 

이병찬 <Urban Creature-Fake Plastic Tree>

 

 

유토피아라는 주제와는 역설적이게 디스토피아적인 상황을 표현한 이 작품은 이병찬 작가의 Urban Creature-Fake Plastic Tree이다. 이 작품은 소비사회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비닐봉투나 각종 플라스틱, LED조명 등 산업폐기물을 활용해 제작되었다. 작품 속에서 우리는 일회용 비닐봉지로 만들어진 도시생명체를 만나볼 수 있었다. 형형색색으로 이루어진 화려하고 역동적인 조형물을 통해 작가는 현실의 부조리와 욕망, 불안, 정체성에 대한 고민들을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 있으며, 또한 욕망의 도시에서 탄생한 괴기하고 기형적인 돌연변이를 출현시킴으로써 도시 속 판타지 세계를 표현한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전시작품 이외에도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는 이번 프로젝트에는 공연, 영화, 토크쇼, 워크숍 등이 열리는데 지난 5월 13일~14일에는 프로코피에프(Gabriel Prokofiev)클래식, 현대적으로 즐기기’ 라는 클래식 음악을 대중음악과 결합시켜 디제잉 방식으로 새롭게 들려주며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브리엘 프로코피에프의 공연과 토크 콘서트도 진행되었다. 그의 클래식 음악 리믹스는 고전적인 클래식에 다가가기 어려웠던 현대의 젊은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전 날 개최된 가브리엘 프로코피에프의 클래식 현대 음악공연 넌클래식 나잇(NonClassic Night)’에서는 클럽음악보다 더 경쾌한 소리로 유토피아를 클래식 음악으로 재현하여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추상적인 작품들이 많아서 짧은 시간내에 대충 감상을 한다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작품들마다 친절히 설명을 들으면서 느낀다면 작가들의 다양한 관점에서 인간의 이상적 삶의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공통점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현실에는 실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유토피아를 재현한 이번 전시회에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피부로 접하는 감각에의 몰입을 통해서 작품들을 감상하고 체험하면서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현실의 끝자락과 맞닿아 있으면서 동시에 도저히 현실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이상적인 유토피아, 그것은 이상이긴 하지만 어쩌면 현실이기도 하다.

 

 

융복합 예술 프로젝트 복숭아 꽃이 피었습니다는 오는 626일까지 오랜 역사의 숨결을 머금고 있는 역사 문화 공간 문화역 서울 284’에서 만나볼 수 있다.

 

참고 문화역서울 284(seoul284.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