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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에세이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 : 삶의 성찰


  몇 년 전, 자신의 죽음을 미리 체험해보는 이른바 죽음 체험이 성행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VR과 결합하게 되어, 가상현실을 이용한 죽음체험 프로그램까지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은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섭리인 만큼, 과거에도 현재에도 사람들의 관심사 중의 하나입니다. 사람들은 왜 자신의 죽음을 체험해 보고 싶어 할까요? 죽음에 대한 원초적인 궁금증 때문일까요?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삶을 되돌아보고자 하는 욕망은 과거의 사람 역시 가지고 있었습니다. 조선의 문인들은 어떤 방식으로 삶을 회고했을까요? 그것은 바로 자전(自傳)’입니다.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자전(自傳)’의 전통은 한나라 사마천이 사기<자서(自序)>를 적으면서 자기 인생을 개괄하는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은 사람의 일생을 다루는 글쓰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한 편의 완성된 글에 인물의 의미있는 삶을 그려내는 것입니다.

  조선의 백탑시파인 박제가(朴齊家)의 자전인 <소전(小傳)> 일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선이 개국한 지 384, 압록강에서 동쪽으로 1천여 리 떨어진 곳이 그가 태어난 곳이다. 신라의 옛 땅 출신으로 밀양을 관향으로 하는 집안이 그가 태어난 가계다.

  (출처 : 나는 어떤 사람인가 선인들의 자서전-. 이가서. 한국사데이터베이스. 2010-04-00. 심경호)

  현대의 자서전의 보편 양식인 1인칭으로 자신을 지칭하는 것과 달리, 자신을 3인칭 라고 표현하며 객관적인 대상으로 놓고 전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현대에 와서 생겨난 죽음 체험과 같은 프로그램은 직접 관 속에 들어가는 것과 같이 죽음이 눈앞에 닥친상황을 직접적으로 겪게 되는 것이므로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인들이 택한 방법인 스스로를 객관화하여 어떠한 생을 살아왔는지를 글로 적어내려가는 것은 스스로에게서 한 발자국 떨어질 수 있으므로 삶을 회고하기에 더욱 적절합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일기랑 자전이랑 무엇이 다른가?”

  자전은 일기와는 다릅니다. 일기는 자신만이 보기 때문에 내면의 깊숙한 곳까지 살피고 곱씹는 내용을 쓰는 반면, 자전은 내면의 깊은 곳을 성찰하고 쓰는 것은 맞으나 모든 이가 읽을 수 있으므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게 되는 글쓰기입니다. 이는 현대의 SNS와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각자가 본인의 일상을 기록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는 곳인 만큼 허구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서양과 동양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서구의 자서전과 한자문화권 자전은 어떻게, 무엇이 다를까요?

  서양과 한자문화권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를 먼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서양의 경우, 기독교를 근간으로 하여 죽음에 대해 생각할 때 내가 어떤 심판을 받을 것인가에 대해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서양의 자서전은 반성과 고백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그러나 한자문화권에서는 죽음을 자연의 섭리로 보았기 때문에 두려워하기 보다는 사는 동안의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추구하는 인간상을 입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의미있는 삶에 대해 논한다는 의미입니다.

  선인들은 이처럼 글쓰기를 통해서 스스로의 삶을 고백하고 자신의 인성을 성찰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은 따뜻한 커피 한 잔과 부드러운 조명 아래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분명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