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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IT맨을 찾아서

배틀넷 유명인사 핵 감지기 개발자 원순철 만나보니

얼마 전 추억을 상기하고자 오랜만에 스타크래프트를 켰는데 사람들 대화 속에 원순철이라는 단어가 여러 번 오가고 있었다. 그래서 원순철이 무엇인지 또 게임 중에 아래와 같이 계속 뜨는 저 원순철이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서 조사를 해보았다.


<출처: 스타크래프트>

검색창에 "원순철"이란 이름만 쳐도 여러 관련 자료가 나오는데... 과연 "원순철"이라는 이 고유명사는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출처: 네이버>

알고 보니 원순철은 사람 이름이었다! 올해 25살 대학생으로 스타크래프트 핵 방지 프로그램인 'wDetector'의 개발자. 프로그램 이름인 'wDetector'보다 '원순철 핵감지기'가 더 유명하다. 'wDetector' 덕분에 많은 게임 유저가 핵 걱정 없이 원활히 게임을 즐긴다. 배틀넷에서 그의 이름이 수없이 오고가니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터. 참 고마운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를 안철수연구소에 초청하여 게임 보안 솔루션 '핵쉴드'를 개발하는 연구원과 담소를 나누었다

그가 프로그램 개발과 연을 맺은 것은 아주 어릴 적에 286 PC를 운 좋게 얻어서 부모님의 권유로 컴퓨터 학원에 다닌 것이 계기였다. 비주얼 베이직(visual basic) 등 언어에 재미를 느껴 꾸준히 컴퓨터 공부를 하게 되었다.

보안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는 했지만 원래 보안에 관심이 많았던 건 아니다.
"보안과 해킹은 목적에는 차이가 크지만 기술에는 차이가 크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에 항상 관심이 많았고 목적 면에서는 솔직히 보안보다는 해킹 쪽에 관심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 그가 정의로운(?) 일을 한 이유는 본인이 당해봐서였다. 어렸을 때부터 종종 스타를 즐겨 했는데 핵을 쓰는 상대가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증거가 없어 안타까웠다.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핵 패턴을 감지해서 알려주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200812월에 처음 개발해 200912일반 사용자에게 공개했. 
 

스타크래프트는 워낙 유명한 게임이다 보니 골치 아픈 핵이 수두룩하다. 무보수로 프로그램을 계속 업데이트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만두고 싶기도 할 터. 그러나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처음부터 제가 좋아서 만들기 시작했고, 유지보수도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스스로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계속 해왔습니다. 다른 일로 바쁘거나 스타에 질렸을 때는 잠시 손을 놓기도 하지만, 누가 강요해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컴퓨터공학 전공자로서 'wDetector'가 스타크래프트 핵을 막는 원리가 궁금했다.
"게임 플레이를 할 때 플레이어끼리는 서로 계속 데이터를 주고받습니다.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절대로 발생할 수 없는, 발생이 불가능한 데이터를 체크하는 방식이 바로 핵 감지 및 방어의 기본 원리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 손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컨트롤 명령이 데이터로 들어온다든가, 정상적인 플레이에서는 절대로 발생할 수 없는 데이터가 들어온다든가 하는 것을 감지하고 방어하는 것입니다."

핵 방지 프로그램에 굳이 실명을 쓴 이유를 물으니, 남에게 피해를 주는 해킹이 아닌 보안 툴이기 때문에 당당할 수 있었고 당당해지고 싶었다고 한다. 보안이 사람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을 새삼 다시 생각하게 한 답이었다. 칼이냐, 방패냐? 남을 찌르는 무기냐, 나를 지켜주는 보호막이냐? 사람에게 칼을 쥐게 할 것인가, 방패를 쥐게 할 것인가? 사람에게 칼을 주었을 때 받는 사회적 시선과 방패를 쥐게 했을 때 받는 사회적 시선을 고려한다면, 역시 칼을 쥐게 한 사람은 실명은 공개하지 않을 것이다. 즉, 보안은 '떳떳함'과 '자부심'이 묻어나오는 하나의 강력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해킹 툴은 게임 해킹 툴이 아니다. PC의 정보를 사용자 몰래 외부로 유출하는 백도어 트로이목마의 일종인 백오리피스이다. 윈도우 운영체제를 우습게 만든데다 수많은 기능이 들어 있어서다.

 

가장 힘든 일은 인터넷의 익명성을 무기로 뒤에 숨어서 욕하거나 그를 사칭하는 사람을 대하는 것.
"배틀넷에 들어가 보면 저를 사칭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 번은 그런 사람을 채널에서 제가 직접 보게 되어 서로 자기가 저라고 우기고 싸운 적이 있습니다. 홈페이지 글쓰기 인증으로 승리(?)했지요."

스타2가 현재 인기를 끌면서 동시에 핵도 많이 나왔는데, 스타2 핵 보안 프로그램도 혹시 만들 생각은 없을까? 사용자로서는 안타깝게도 아직 계획이 없다고 한다. 본인이 아직 스타2를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원래대로라면 핵 보안은 블리자드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 같은 맥락에서 'wDetector'가 모든 핵을 100% 막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한편 "블리자드가 직접 나서서 보안 패치하지 않는 한 써드 파티(3rd party) 프로그램이 모든 핵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인터넷 상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그의 꿈은 의외로 소박하다. 돈을 많이 벌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사는 것.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추후에 나이를 조금 먹은 다음에 할 생각이라고Ahn

사내기자 이제훈 / 안철수연구소 모바일개발팀
사진. 사내기자 황미경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 차장

 


대학생기자 장효찬 / 고려대 컴퓨터학과
학창시절 때 녹화된 나의 연기와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내가 쓴 일기장은 누구에게도 공개할 수 없을 만큼 부끄러운 자료다. 하지만 그 자료에 대한 부끄러움이 나의 발전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쌓아갈 미흡한 자료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