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일 안철수 KAIST 석좌교수가 SBS 라디오 '서두원의 SBS전망대'에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 전문을 소개한다.
▷ 서두원/진행자(이하 서): 의사, 바이러스 백신 개발,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해온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가 이번에는 소셜 게임 분야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안철수 교수 연결해서 말씀 나눠봅니다. 안교수님, 요즘 새로운 직함을 더 갖게 되셨다고요? 노리타운 스튜디오라는 회사의 이사회 의장이시던데요. 어떤 회사입니까?
▶ 안: 소셜게임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 서: 소셜게임이라는 게 좀 생소한데요. 설명을 좀 해주시죠.
▶ 안: 사실 저도 개인적으로 게임을 잘 못하는 사람이 이런 설명을 드리기가 쑥스러운데요. 기존 컴퓨터 게임은 어떤 게임 프로그램을 컴퓨터에서 실행을 해서 다른 사람과 경쟁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그런 것들인데요. 소셜게임은 페이스북, 싸이월드 같은 소셜 네트워크에 들어가서 거기에서 친구관계를 이용해서 다른 사람과 함께 게임을 하는, 그래서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놀이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서: 그러면 기존의 컴퓨터 게임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이 더 필요할 것 같은데요.
▶ 안: 많은 점이 다른데요. 기존 게임은 일단은 개인 중심이죠. 자기가 컴퓨터와 싸울 수도 있고 또는 컴퓨터로 연결된 사람과 싸울 수도 있는데, 어쨌든 경쟁에서 자기가 올라서는 그런 쪽이죠. 그에 비해서 소셜게임은 친구 관계가 먼저입니다. 친구 관계가 중심이고 거기를 통해서 함께 할 수 있는, 또 경쟁이 되기도 합니다만 훨씬 더 부드럽고 다른 사람과 친화적인, 함께 바둑을 둔다든지 할 때 친구들이 친할 수 있는 것처럼 그런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게임이라고 하겠습니다.
▷ 서: 그럼 보통 컴퓨터 게임은 상대방과 싸우거나 전쟁해서 이기면 점수를 얻고 이런 방식인데 소셜게임은 너무 자극이 없어서 재미가 없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드는데 어떻습니까?
▶ 안: 기본적으로는 재미 요소도 굉장히 중요한데요. 그것보다도 다른 사람과 함께 어떤 일을 한다는 것에서 재미를 찾아가는 것이에요. 그러다 보면 사람과 사람, 친구관계가 경우에 따라서 여러 가지 다른 상황도 전개가 되지요. 전혀 모르는 사람끼리는 몰라도 아는 친구끼리 아주 짧은 함축된 말로 서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것처럼 놀이 문화를 통해서 훨씬 더 다양한 의미를 얻을 수 있고 거기에서 더 많은 재미를 얻을 수 있겠죠.
▷ 서: 페이스북에서 농장을 가꾸는 팜 게임, 그게 소셜게임이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 안: 네. 대표적인데요. 사실은 소셜게임의 원조 격이라고 할까요. 그게 미국의 징가(Zynga)라는 회사가 만든 것인데, 그 회사가 창업한 지 3년밖에 안 됐습니다. 그런 소셜게임, 일종의 아주 작은 게임들을 만드는데 창업한 지 3년 만에 올해 매출이 거의 1조원에 육박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게임 회사 중 하나로서 세계적인 회사로 자리잡은 엔씨소프트의 경우 창업한 지 10년 정도인데 아마 올해 매출이 5천억 정도일 겁니다. 거기에 비교해 보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분야인가 알 수 있겠습니다.
▷ 서: 안 교수께서 소셜게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 안: 원래는 소셜 네트워크 자체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제가 안철수연구소 CEO 사임을 하고 미국에서 공부할 때 프랜스터라는 사이트가 나오고, 마이스페이스 같은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가 나오더니 각광을 받으며 금방 1위 자리를 지키는 것을 봤습니다. 그런데 또 아주 조그맣게 시작한 페이스북이 점점 더 커지더니 다시 그걸 뒤집더라고요. 그런 것을 보면서 소셜 네트워크 자체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기회가 많다는 것을 느꼈어요.
요즘 많은 전문가가 예측하기를, 현재 인터넷 쪽에서 가장 강자는 구글인데, 아마도 최소한 5년 정도 경과하면 더 이상 구글 같은 검색 회사가 아니라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쪽이 강자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다 보니, 인간관계를 다루는 쪽이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가지는 거죠. 그래서 굉장히 발전 가능성이 많고 무궁무진하고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관점에서 소셜게임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소셜 네트워크의 발전 도상에 있는 한 분야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아주 일찍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한국에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거의 3년 전부터 저는 시작을 했으니까요.
▷ 서: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500만 명이 넘어섰다는 하는데요. 스마트폰은 전화 기능은 기본이고 손 안의 컴퓨터인데요. 달라진 모바일 환경이 사회 전반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 같은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안: 빌 게이츠가 약 10년 쯤 전에 미래는 이런 세상이 될 것이라고 예측을 한 적이 있죠.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편리하게 정보를 접하고 또 많은 다른 사람과 편리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올 것이고 컴퓨터가 중심에 설 것이다. 그런 말을 했던 적이 있는데요. 지금 그런 것이 구현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빌 게이츠가 예측했던 그런 컴퓨터라기보다 그게 스마트폰 형태로 나타나는 건데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 캐피탈리스트인 존 도어는 현 시대를 가장 핵심적으로 나타내는 키워드 4가지를 꼽았습니다. 소셜, 모바일, 커머스, 클라우드가 그것인데요. 즉, 소셜 네트워크와 스마트폰, 그리고 상거래와 클라우드 컴퓨팅, 이 네 가지가 서로서로 영향을 미치고 같이 묶여서 나타나는 그런 현상이 세상의 경향인데요. 아마도 이 네 개의 조합만 생각해도 앞으로 가능성이 굉장히 무궁무진할 것 같습니다.
▷ 서: 시대가 이렇게 달라지면서 인재상도 좀 달라지고 있지 않습니까?
▶ 안: 물론입니다. 이제는 위아래의 권위가 허물어지는 탈권위주의 시대에다가 좌우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즉 국가와 국가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세계화, 그리고 영역과 영역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융합의 시대입니다. 이제는 한 분야만 잘 파고들어가는 것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지만 다른 분야 전문가와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사람, 한 사람이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으니 내가 모르는 분야가 있을 수 있다는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과 협조할 수 있는 그런 인재가 앞으로 굉장히 필요하고 인정받을 것 같습니다.
▷ 서: 안철수연구소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같던데요.
▶ 안: 네. 여러 가지로 하고 있습니다. 노리타운도 사내 벤처로 제가 먼저 만들어서 시작한 것이고 그 성과가 굉장히 좋아서 분사를 했습니다. 현재 모바일 쪽으로도 사내 벤처가 있고 가시적인 성과가 있다면 또 분사를 해서 여러 가지 분야에서 활동을 하겠죠.
▷ 서: 지금 한국에 벤처기업 열풍이 분 지가 10년이 넘었는데 당시와 비교해서 현재 한국의 기업 환경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 안: 10년 전만 해도 그때 가장 큰 문제점 중에 하나가 벤처기업가나 창업자 스스로 실력이 부족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었어요. 지금은 새롭게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을 만나보면 예전에 비하면 굉장히 준비가 많이 된, 정말 앞길이 밝은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그런데 반면에 주위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데요.
최근 실리콘밸리에 가서 보면 초기 창업 기업의 투자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소셜, 모바일, 커머스, 클라우드의 그런 조합들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아이디어가 나타나고 새로운 창업이 많이 생기고 거기에 투자가 많이 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이런 커다란 세계적인 IT 흐름과는 동떨어져서 마치 갈라파고스 섬에 있는 것처럼 완전히 잠잠합니다. 그것은 창업자의 실력이나 아이디어가 부족해서가 아니고 사회적인 여건이 굉장히 열악하다는 그런 반증이죠.
사회적인 여건은 크게 보면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관행, 요즘 국가적으로도 대통령께서도 말씀하실 정도로 큰 이슈이니까요. 그 문제가 아직도 안 고쳐지고 있고요. 그리고 다른 분야로 기업을 도와주는 지원 조직, 지원 구조가 있는데요. 인력을 공급하는 대학이나 투자를 하는 벤처캐피탈, 또 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권, 그리고 아웃소싱 산업 분야와 정부 정책 등 기반 인프라가 하나같이 열악합니다. 이런 것이 10년 전에 비해서 거의 나아진 부분이 없어요. 따라서 정부에서도 신경을 많이 써서 개선을 해야 우리가 앞으로 희망이 있지 않을까. 지금 싹이 없습니다. 싹이 없으면 5년 10년 후에는 희망이 없다는 말이거든요. 그래서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합니다.
▷ 서: 안철수 교수께서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해오셨는데요. 이런 새로운 아이템을 선택하는 데 원칙이랄까, 정신, 이런 게 어떤 것이었는지 들려주시면 취업이나 창업 준비를 하는 분들한테 상당히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 안: 아이디어를 낼 때 흔히 자기 아이디어 자체에 매몰이 돼서 굉장히 시야를 좁게 그쪽만 바라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중요한 건 오히려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전세계적인 흐름, 또는 전 분야를 아우르지는 못하더라도 IT 분야의 커다란 흐름을 먼저 바라보고 그런 경향 하에서 내가 만든 아이디어가 어떤 위치에 있는가 생각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또 이런 커다란 흐름을 알려면 끊임없기 공부를 하고 자료를 수집해야죠. 요즘 저는 매일 한 시간씩 이런 전반적인 IT 분야 흐름을 공부하는데 그래도 시간이 모자라거든요. 거의 매일 엄청나게 많은 뉴스가 쏟아지고 발전을 하니까요. 한국만 지금 정체되어 있는 거지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거든요. 먼저 전반적인 경향을 분석하고 자기의 아이디어를 그 속에서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 서: 우리도 창의적인 발전을 앞서서 가는 그런 문화가 생겨야 할 텐데 지금 애플이나 이런 걸 흉내내서 쫒아가기 급하니까요. 안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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