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교수와의 미래 전망 토크쇼 (2)
10월 6일 IT 포털 데브멘토 주최로 열린 ‘제 3회 대한민국 개발자 컨퍼런스’에 특별한 손님이 자리했다. 안철수 KAIST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 ‘안철수 KAIST 교수와의 미래 전망 토크쇼’에서는 현재 IT 트렌드와 중소기업 상생이라는 거시적인 주제부터 안철수 교수의 미래 계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특히 아이패드와 킨들의 차이를 지적하는 부분에서는 안철수 교수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었다. 기존의 통념을 뛰어넘는 안철수 교수의 시각은 마치 2000년대 초, 나이키가 경쟁상대로 아디다스가 아닌 닌텐도를 지목(게임을 하느라 운동을 즐기는 청소년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했던 것을 떠올리게 했다. 안철수연구소를 벤처기업에서 종합 소프트웨어 기업의 반열로 올려놓으면서, 중소기업 경영자로서 느꼈던 '대-중소기업 상생'에 관한 현장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IT 업계 종사자에게는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트렌드를, 안철수 교수를 존경하는 일반인에게는 한 곳에 안주하지 않는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다음은 안철수 교수의 스피치 요약 2회 분.
안철수 교수와의 미래 전망 토크쇼 (1)
안철수 교수와의 미래 전망 토크쇼 (3)
아이폰 쇼크가 문화 구조적인 문제이고, 우리가 못 따라잡는 것이 소프트웨어적인 사고방식이라고도 지적하신 바 있다. 현재 IT 업계의 변화를 어떻게 보나.
IT 업계 사람들이 자기 분야에만 빠져들기 쉬운데, 사실 IT 산업이란 전세계 흐름의 종속변수다. 기술은 사회 전체의 흐름을 반영해야만 살아남고, 그런 기술이 트렌드를 주도한다. IT 트렌드만이 아니라 전세계 트렌드를 봐야 한다.
세계 트렌드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지적 중 하나가 토마스 프리드먼의 저작이다.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를 보면 거시적 시각에서 세계 변화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프리드먼에 따르면, 다음 네 가지의 변화가 세계를 혁신적으로 바꾸었다.
이 네 가지 표준화한 플랫폼이 바로 21세기의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 ‘세계는 평평하다’의 핵심이다. 일부 계층이나 전문가가 정보를 독점하던 20세기와 달리 21세기에는 일반 대중이 정보를 소유한다.
‘세계는 평평하다’ 출간 이후에도 굉장히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2010년 타임지에서 발표한 10대 웹 트렌드를 살펴보자. 각각의 중요도는 다르지만 앞으로 이 10개 분야가 가능성 있는 분야가 아닌가 싶다.
아이디어가 없어서 사업 못 한다는 건 거짓말이다. 지금도 너무 많은 아이디어가 나와서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현재 킨들과 아이패드 모두 사용 중이다. 아이패드 때문에 킨들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직접 써보면 느낌이 다르다. 킨들은 LCD 대신 전자 잉크를 사용한다. 종이와 거의 비슷한 느낌의 화면이라 눈이 편안하다. 터치 스크린이 아니라 손으로 짚어가며 읽어도 괜찮다. 써보지 않으면 차이를 알 수 없다.
킨들과 아이패드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도 다르다. 애플과 아마존의 차이를 물어보면 대부분 애플은 하드웨어,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업체가 아니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가보면, 애플은 아이튠즈 운영하면서 돈을 벌 필요가 없다. 애플사 자료를 보면 70%는 개발자에게, 30%는 운영자금으로 쓰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그런데도 애플은 왜 계속 아이튠즈를 운영하는가? 애플 입장에서 아이튠즈는 하드웨어 가치를 올려주는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E-book 시장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반면 아마존은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다. 아마존은 컨텐츠로 수익을 내는 회사다. 킨들로 돈을 벌 필요가 없다. 아마존이 킨들이 있는데도 왜 아이패드용, 안드로이드용 앱을 만드는가? 그들이 “컨텐츠 비즈니스가 핵심이다. 하드웨어로 돈을 벌 필요가 없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둘의 접근 방법이 다른 것이다. 이러한 한 단계 깊은 이해가 없이는 올바른 판단이 어렵다.
개발자들의 근무 환경 개선과 IT 업계의 전반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 개발자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조금 더 나아가 IT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 방법은?
IT 업계의 문제점을 이야기한 지는 한참 되었다. 우리나라의 시장 구조적 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 때문에 빌 게이츠가 와도 성공할 수 없다는 얘기는 7년 전부터 했는데 나아진 게 없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이라기보다는 인터넷 소비 강국에 가깝다는 이야기도 2003년 무렵에 했는데 지금 와서는 나아지기는커녕 애플 아이폰에 두드려 맞는 현실이 되고 있어 안타깝다.
(당시 지적한 것들이) 나뿐 아니라 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사실이다. 정책적으로 받아들여졌으면 고칠 수 있었을 텐데, 국가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우선순위와 선택의 문제에서 IT가 항상 뒤쳐진다. 그러다 보니 문제는 제기했는데,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우선순위 책정에서 번번이 좌절된다. 그런 것들이 안타깝다. 구조적인 문제는 중소기업, 개발자가 직접 풀 수 있는 게 아니라 정책 분야에서 풀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들이 제대로 안 된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상생도 이야기한지 꽤 됐는데, 이제 화두가 된 것이 보람이 있기는 하지만 불안하다. 이번에 해결에 나섰는데 현실적으로 나아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핵심은 기업 총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기업 부서 내에서 중소기업 파트너와 일하는 실무팀장이 키를 쥐고 있다. 그들의 인사평가 시스템은 연간 수익과 연계되어 있다. 중소기업 파트너 봐주다가 잘리면 어떡하나. 대기업 총수 불러 회의하고 선언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 가지만 고치면 된다.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해주고 언론에 홍보해서 인사고과 기준을 바꾸면 실제로 바뀐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나도 잘 모르겠다. (웃음) 인터뷰에서 몇 번 같은 대답을 한 것 같은데, 의대 입학하는 순간에는 아버지처럼 백발이 될 때까지 환자를 돌보는 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1%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열심히 살다 보니 눈 앞에 나타난 다른 의미 있는 기회를 버릴 수가 없더라. '죽을 때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 없겠는데' 하는 생각에 의사를 그만두게 됐다. 그러면서 '장기적인 계획이 참 덧없구나. 오히려 장기적 계획 없이 눈앞에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며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기회가 떠오르는 것 아니겠나.' 하고 생각하며 열심히 회사 경영했다.
그런데 회사 경영을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안철수연구소는 건실하게 성장하는데 주변 소프트웨어, 벤처, 중소기업이 힘들어하는 걸 보니 '내가 경영하는 한 회사만이 아니라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업계 전반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게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꿈과 도전 정신을 잃은 청년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한 사람이라도 차이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누가 쫓아낸 것도 아닌데 스스로 창업한 회사에서 나가리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미국 유학 마치고 교수 임명장을 받는데 임용 기간이 2008년~2027년(만 65세 정년 퇴임 시기까지)으로 되어 있더라. 그걸 보면서 ‘내가 그때까지 정년 퇴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자신이 없다.
살면서 안정되고 보장된 것이 나를 붙잡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그건 중요한 판단 기준이 아니다. 물론 학생 가르치는 일도 보람을 느낀다. 카이스트에서 정년을 맞을 수도 있고, 다른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아무리 나이가 들더라도, 어떤 일을 하든 그 당시에 가장 의미있고 보람있고 재미있는 일을 계속 하고 있을 것이다. Ahn
10월 6일 IT 포털 데브멘토 주최로 열린 ‘제 3회 대한민국 개발자 컨퍼런스’에 특별한 손님이 자리했다. 안철수 KAIST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 ‘안철수 KAIST 교수와의 미래 전망 토크쇼’에서는 현재 IT 트렌드와 중소기업 상생이라는 거시적인 주제부터 안철수 교수의 미래 계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특히 아이패드와 킨들의 차이를 지적하는 부분에서는 안철수 교수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었다. 기존의 통념을 뛰어넘는 안철수 교수의 시각은 마치 2000년대 초, 나이키가 경쟁상대로 아디다스가 아닌 닌텐도를 지목(게임을 하느라 운동을 즐기는 청소년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했던 것을 떠올리게 했다. 안철수연구소를 벤처기업에서 종합 소프트웨어 기업의 반열로 올려놓으면서, 중소기업 경영자로서 느꼈던 '대-중소기업 상생'에 관한 현장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IT 업계 종사자에게는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트렌드를, 안철수 교수를 존경하는 일반인에게는 한 곳에 안주하지 않는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다음은 안철수 교수의 스피치 요약 2회 분.
안철수 교수와의 미래 전망 토크쇼 (1)
안철수 교수와의 미래 전망 토크쇼 (3)
킨들의 라이벌은 아이패드? 정말 그럴까?
아이폰 쇼크가 문화 구조적인 문제이고, 우리가 못 따라잡는 것이 소프트웨어적인 사고방식이라고도 지적하신 바 있다. 현재 IT 업계의 변화를 어떻게 보나.
▲ 토머스 프리드먼의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
세계 트렌드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지적 중 하나가 토마스 프리드먼의 저작이다.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를 보면 거시적 시각에서 세계 변화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 프리드먼에 따르면, 다음 네 가지의 변화가 세계를 혁신적으로 바꾸었다.
1. 베를린 장벽 붕괴 : 체제 간, 국가 간 물리적 장벽이 허물어져 전세계가 하나로 통일된 대표적 사건.
2. 90년대 중반 PC의 표준화와 윈도우의 보급 :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3. 인터넷과 넷스케이프
4. 표준화한 프로토콜
: 3, 4로 인해 전세계의 누구와도 공동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2. 90년대 중반 PC의 표준화와 윈도우의 보급 :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3. 인터넷과 넷스케이프
4. 표준화한 프로토콜
: 3, 4로 인해 전세계의 누구와도 공동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네 가지 표준화한 플랫폼이 바로 21세기의 시작이라고 보는 것이 ‘세계는 평평하다’의 핵심이다. 일부 계층이나 전문가가 정보를 독점하던 20세기와 달리 21세기에는 일반 대중이 정보를 소유한다.
‘세계는 평평하다’ 출간 이후에도 굉장히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2010년 타임지에서 발표한 10대 웹 트렌드를 살펴보자. 각각의 중요도는 다르지만 앞으로 이 10개 분야가 가능성 있는 분야가 아닌가 싶다.
LBS, 플랫폼, 소셜 게임, 증강현실, 클라우드 컴퓨팅,
백채널, 모바일 페이먼트, social object, 아이패드, HTML5
백채널, 모바일 페이먼트, social object, 아이패드, HTML5
아이디어가 없어서 사업 못 한다는 건 거짓말이다. 지금도 너무 많은 아이디어가 나와서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현재 킨들과 아이패드 모두 사용 중이다. 아이패드 때문에 킨들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하는데, 직접 써보면 느낌이 다르다. 킨들은 LCD 대신 전자 잉크를 사용한다. 종이와 거의 비슷한 느낌의 화면이라 눈이 편안하다. 터치 스크린이 아니라 손으로 짚어가며 읽어도 괜찮다. 써보지 않으면 차이를 알 수 없다.
킨들과 아이패드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도 다르다. 애플과 아마존의 차이를 물어보면 대부분 애플은 하드웨어,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업체가 아니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가보면, 애플은 아이튠즈 운영하면서 돈을 벌 필요가 없다. 애플사 자료를 보면 70%는 개발자에게, 30%는 운영자금으로 쓰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그런데도 애플은 왜 계속 아이튠즈를 운영하는가? 애플 입장에서 아이튠즈는 하드웨어 가치를 올려주는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E-book 시장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반면 아마존은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다. 아마존은 컨텐츠로 수익을 내는 회사다. 킨들로 돈을 벌 필요가 없다. 아마존이 킨들이 있는데도 왜 아이패드용, 안드로이드용 앱을 만드는가? 그들이 “컨텐츠 비즈니스가 핵심이다. 하드웨어로 돈을 벌 필요가 없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둘의 접근 방법이 다른 것이다. 이러한 한 단계 깊은 이해가 없이는 올바른 판단이 어렵다.
상생은 대기업 실무자 인사고과 기준 바꿔야 가능
개발자들의 근무 환경 개선과 IT 업계의 전반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 개발자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조금 더 나아가 IT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 방법은?
IT 업계의 문제점을 이야기한 지는 한참 되었다. 우리나라의 시장 구조적 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 때문에 빌 게이츠가 와도 성공할 수 없다는 얘기는 7년 전부터 했는데 나아진 게 없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이라기보다는 인터넷 소비 강국에 가깝다는 이야기도 2003년 무렵에 했는데 지금 와서는 나아지기는커녕 애플 아이폰에 두드려 맞는 현실이 되고 있어 안타깝다.
(당시 지적한 것들이) 나뿐 아니라 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사실이다. 정책적으로 받아들여졌으면 고칠 수 있었을 텐데, 국가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우선순위와 선택의 문제에서 IT가 항상 뒤쳐진다. 그러다 보니 문제는 제기했는데,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우선순위 책정에서 번번이 좌절된다. 그런 것들이 안타깝다. 구조적인 문제는 중소기업, 개발자가 직접 풀 수 있는 게 아니라 정책 분야에서 풀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들이 제대로 안 된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상생도 이야기한지 꽤 됐는데, 이제 화두가 된 것이 보람이 있기는 하지만 불안하다. 이번에 해결에 나섰는데 현실적으로 나아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핵심은 기업 총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기업 부서 내에서 중소기업 파트너와 일하는 실무팀장이 키를 쥐고 있다. 그들의 인사평가 시스템은 연간 수익과 연계되어 있다. 중소기업 파트너 봐주다가 잘리면 어떡하나. 대기업 총수 불러 회의하고 선언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 가지만 고치면 된다.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해주고 언론에 홍보해서 인사고과 기준을 바꾸면 실제로 바뀐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나도 잘 모르겠다. (웃음) 인터뷰에서 몇 번 같은 대답을 한 것 같은데, 의대 입학하는 순간에는 아버지처럼 백발이 될 때까지 환자를 돌보는 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1%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열심히 살다 보니 눈 앞에 나타난 다른 의미 있는 기회를 버릴 수가 없더라. '죽을 때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 없겠는데' 하는 생각에 의사를 그만두게 됐다. 그러면서 '장기적인 계획이 참 덧없구나. 오히려 장기적 계획 없이 눈앞에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며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기회가 떠오르는 것 아니겠나.' 하고 생각하며 열심히 회사 경영했다.
그런데 회사 경영을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안철수연구소는 건실하게 성장하는데 주변 소프트웨어, 벤처, 중소기업이 힘들어하는 걸 보니 '내가 경영하는 한 회사만이 아니라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업계 전반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게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꿈과 도전 정신을 잃은 청년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한 사람이라도 차이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누가 쫓아낸 것도 아닌데 스스로 창업한 회사에서 나가리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미국 유학 마치고 교수 임명장을 받는데 임용 기간이 2008년~2027년(만 65세 정년 퇴임 시기까지)으로 되어 있더라. 그걸 보면서 ‘내가 그때까지 정년 퇴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자신이 없다.
살면서 안정되고 보장된 것이 나를 붙잡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그건 중요한 판단 기준이 아니다. 물론 학생 가르치는 일도 보람을 느낀다. 카이스트에서 정년을 맞을 수도 있고, 다른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아무리 나이가 들더라도, 어떤 일을 하든 그 당시에 가장 의미있고 보람있고 재미있는 일을 계속 하고 있을 것이다. Ahn
대학생기자 양정민 /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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