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석좌교수, 아름다운재단 이사, 유한학원 이사, 포스코 사외이사 등 멀티를 넘어 트리플도 모자라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담당하는 분이 있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이름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한 안철수 교수님이다. 특유의 유한 말투와 표정으로 우리에게 평생 남을 말들을 아낌없이 쏟아주고 자극해주시는 안교수님. 정말 어딜 가나 안철수 교수님의 이름을 만날 수는 있지만 직접 만나 뵙기는 힘든 그분을 안철수연구소 10층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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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얼마 전에 '무릎팍도사'에 출연하셨는데 어떠셨어요?
A. 제가 받는 질문의 90% 가량은 항상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 급 질문을 받았을 때 당황하지 않았고요. 오히려 기 싸움에서 강호동씨가 힘들어 하던걸요? (웃음)
Q. 가장 잘 선택한 것과 후회한 것이 있다면요?
A. 가장 잘 선택한 일은 의사 그만두고 CEO를 한 것이에요. 동시에 가장 어려운 길이기도 했고요. 이유는 CEO가 하는 일이 10명일 때 다르고 30명일 때 다르고 100명일 때 다르기 때문이죠. 10명에서 시작해서 규모가 점점 커졌어요. 규모가 달라지면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가 되는 연습을 해야 해요. 그것이 고통스러우나 적응했을 때 50명이 되어 있더라고요. 이때는 전략을 투입해야 하는데 여기에 적응하는 데도 한참 걸리죠. 또 여기에 익숙해지니 100명이 되어 있던데 이때는 임원진을 구성해야했죠. 십년 동안 돌아보니 고통의 연속이었어요. 가장 힘든 일이지만 동시에 저에겐 가장 보람찬 일이죠.
Q. 교수님이 말하는 A자 인재,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A. 제가 강의 중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대학생들이 자신이 걷고 있는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말해줘요. 그것은 '자기 분야 외 다른 분야를 포용하는 것', '커뮤니케이션 능력' '긍정적 사고방식' '끊임없는 학습' '자기 한계를 넓히는 것'이에요. 많은 대학생들이 이것을 지켜나갔으면 좋겠어요.
Q. CEO들이 범하는 오류, 뭐가 있나요?
A. 성공한 사람이 빠지는 함정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뽑는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기업 사원들이 MBTI 검사에서 8개를 못넘는 것에서 알 수 있죠. 일전에 우리 회사 신입사원 모두를 제가 뽑았는데 MBTI 검사 결과 14가지가 나왔어요. 저는 다양성을 위해 다른 사람을 뽑으려고 애썼죠. 자신과 다르다는 이점이 매우 크니까요.
Q. 미국은 잘되어 있는데 한국은 IT 벤처가 잘되어 있지 않습니다. IT 벤처를 준비하는 대학생들을 위해 한 말씀 해주세요.
A. 작년 경영자MBA를 졸업할 때 다른 친구들은 금융권으로 갔어요. 월스트리트에 쉽게 취직이 되거든요. 하지만 금융 위기가 온 후 그 친구들 다 회사에서 나가야만 했어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데가 안전하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니에요. 한의학과를 봐요. 한때 한국에서 한의학과가 인기가 많았죠. 하지만 지금은 아니잖아요. 저는 어리석은 선택이 사회에서 뜨고 있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남들이 많이 시도하지 않은 부분이 오히려 더 전망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결코 예측은 할 수 없는 부분이라 최종 결정은 본인 선택에 달려 있어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면 행여나 그 분야의 전문가가 못되어도 후회는 없을 거에요.
Q.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방안을 알려주세요.
A. 이건 사회 인센티브 구조 때문에 생긴 문제죠. 아무리 장학금을 주고 장려해도 사회에서 잘 안되면 끝이에요. 근본적인 건 사회 인센티브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제너럴리스트를 버리고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가 선진국을 따라가다보니 제너럴리스트가 득세하게 되었죠. 이제는 스페셜리스트가 대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해요. 안 되면 국가 위기가 올 수도 있어요. 장학금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고 시장을 투명하게 하는 데 주력해야 해요. 물론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그것이 정도라 생각합니다.
Q.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세요?
A. 술, 담배, 골프, 노래방과 같은 것을 즐기지 않고요. 영화를 많이 좋아해요. 하지만 요즘 영화는 컴퓨터 그래픽 때문에 오히려 감정 전달이 잘 안 되는 듯해요. 나머지 시간에는 책 쓰고 싶고요.
Q. 낭만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어릴 때 소설책을 매우 좋아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의미가 없어지더라고요. 그 때가 CEO 직책을 맡고 있을 때였는데 내가 순간 너무 각박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을 잘 못 보내고 있다는 죄책감도 들었고요. 그래서 꾀를 냈는데 영어로 된 소설을 읽은 것이에요. 영어 공부하는 겸 소설을 읽을 수 있으니까요.
Q. 공식 직함이 많은데 어떻게 시간 관리하세요?
A. 하루에 메일 300통 정도를 받는데 거절 메일 쓰는 것이 한 시간 이상 걸려요. (무릎팍도사 출연 후 더 많이 오면 안 되는데^^) 강연 요청도 많이 들어오는데 큰 기업은 거의 안 가고 초등학교 교사 연수회같이 강연 요청할 여유가 없는 곳에서 강연을 해요. 언젠가 고구마 한 박스를 받았는데 아내와 둘이 먹는 데 세 달 걸렸어요. (웃음)
Q.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하셨어요?
A. 고민한 다음에 얘기하는 제 스타일을 부모님이 아시기에 신중한 자기 결정을 존중해주셨어요. 그런 면에선 참 감사하죠.
Q. 가장 안 좋은 기억을 극복하는 방법이 있는지요?
A. 안 좋은 기억은 별로 없고요. 결정에 대해 후회한 적은 있지만 나쁘다고는 생각 안해요. 인생을 살다보면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그것이 제게 어떤 교훈이 될지를 생각하죠.
Q. 끝으로 대학생기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저는 자기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 강의 평가에서 5.0 만점에 4.8점을 받았는데 제가 수업을 잘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게 해줘서 아마 학생들이 좋아한 것 같아요. 다른 교수님들은 방법을 가르쳐요.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자신이 자질이 있는지 없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방법을 알기 이전에 자기를 알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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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의 세기를 알려면 강둑에 앉아서 강물을 쳐다만 보지 말고 신발 벗고 강물 속으로 들어가보라는 안철수 교수님. 우리 한번 교수님의 말대로 강물 속으로 들어가보는 것이 어떨까. 물론 두려움이 있겠지만 밑져야 본전! 한번 도전해보자. 혹시 아나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보물일지. 혹은 그 선택이 당신을 바꿔놓을지. Ahn
서툴지만 열정과 도전 정신 그리고 많은 꿈을 가졌다. 편지쓰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니 '안철수연구소' 사보기자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아직은 작은 수족관에 살고 있지만 안랩을 통해, 그리고 사회를 통해 수족관을 깨뜨리고 바다로 나아가려 한다. '대통령 앞에서는 당당히, 문지기 앞에서는 공손히'를 모토로 삼고 열정과 발품으로 '보안세상'에 감흥을 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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