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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세미나

아이패드, 1400만 대나 팔린 진짜 비결은?

요즘 UX라는 말이 화두이다. UX란 User eXperience(유저 경험)의 줄임말로, 사용자가 어떤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겪는 느낌이나 경험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UX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 2월 27일 성균관대학교 국제관에서는 <UXCamp Seoul>이 열렸다. 행사장에 가득찬 참석자들에게서 UX가 핫 이슈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UXCamp는 UX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행사로, 지금까지 미국, 캐나다, 유럽 등에서 개최된 바 있었으나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것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 행사의 특이한 점은 BarCamp 형식이라는 것. 여느 컨퍼런스나 학술제와는 다르게 정해진 발표자 없이 참가한 모든 이들이 즉석에서 발표하고 청중으로 참여한다. 행사 당일 아침에 주제를 공모해 오전과 오후에 걸쳐 7개의 방에서 5세션씩 최대 35가지의 다양한 형식과 주제의 강연 및 토론이 진행된다. 인상적이었던 몇몇 강연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행사 당일 아침 주제를 공모하는 모습


사용자 경험 스케치하기 - 조선영 (블로그 UX Cosmos 운영자)

스케치란 말 그대로 사용자가 볼 하면을 설계하는 일이다. 주로 웹페이지나 모바일 앱을 개발할 때 스케치를 많이 사용하는데, 컴퓨터 화면이 아닌 스케치북에 펜과 같은 도구를 사용한다. 이런 스케치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

첫째, 빠르게 아이디어를 정리할 수 있다. 종이라는 특성상 잘못 그려지면 찢어서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좀더 쉽고 빠르게, 그리고 버리기를 반복하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다. 또한 생각한 것을 바로 손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아이디어 확장에도 좋고, 결과물을 바로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도 용이하다.

그 외에도 어떤 방식으로 스케치를 해야 하는지, 주로 어떤 도구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강의가 있었는데 실제 웹서비스 하나를 설계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유용한 내용이 많았다.


사용자를 불편하게 하는 사이트 - 전민수 (이비피알 컨설팅 CEO)

이 시간 역시 주로 강연 위주로 이루어졌는데, 사용자가 사이트를 불편 없이 이용하게 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요소와, 이 내용들을 실제 운영 중인 서비스에 적용해보는 시간이 있었다.

서비스의 사용성을 분석할 때는 주로 task(작업) 중심의 분석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즉,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사용자를 분류해야 한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영화관 사이트에 들어가는 사용자의 목적은 크게 영화에 대한 정보 조사나 영화 예매의 두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따라서 이 사이트를 설계할 때는 두 종류의 사용자가 있다고 가정하고, 각각의 행동을 하기 위해서 사용자가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단계 별로 분석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용자를 분석하고 실제 서비스의 화면을 설계할 때는 디자인이 중요한데, 사용자가 화면에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요소가 나타나지 않으면 혼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의 생각, 화면의 디자인, 그리고 디자인에 얽혀있는 기능적인 요소가 완벽히 일치해야 좋은 사용자 경험을 이끌어낼 수 있다.

서비스 디자인 (@GSJ11Seoul)

이 강연은 서비스를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는지 방법을 다루었다. 서비스는 다섯 가지 원칙을 따라야 한다.

(1) 사용자 중심적이다.
(2) 서비스에 관계된 사람들이 모두 같이 참여해야 한다.
(3) 서로간의 상호 작용이 있어야 한다.
(4)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가 확실해야 한다.
(5) 서비스의 전체적인 과정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도구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customer journey map(사용자 여정 지도)이다. 다른 말로 스토리보드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겪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나타내 사용자의 경험을 추적해보는 것이다. 둘째는 service blueprint(서비스 청사진). 사용자 여정 지도가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분석이었다면 서비스 청사진은 서비스를 중심으로 서비스가 가진 특성을 나열해가며 분석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무형의 서비스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이패드와 갤러시탭 - 조광수 교수 / SKKU Dept. of Interaction Science)

2010년 IT 업계의 가장 큰 화제 중의 하나는 아마도 아이패드로부터 시작된 태블릿 열풍이 아니었을까 한다. ‘저게 팔리겠느냐’라는 수많은 사람의 비웃음에도 애플은 아이패드를 출시했고 태블릿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면서 1400만 대의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했다. 애플이 이와 같은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성균관대 인터랙션 사이언스 연구실에서는 아이패드와 갤럭시탭, 그리고 종이 책 간의 사용성을 비교해 보기 위해 같은 책을 여러 가지 매체로 읽게 하고 매체에 따른 독서 경험을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과연 어떤 매체가 가장 사용하기 편했을까?

실험 결과 놀랍게도 종이 책이 매체의 특성 상 태블릿 기기에 비해 친숙성이 높았다는 점만 제외하면
독서 시간, 편의성, 만족도 등에서 세 매체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이패드의 놀라운 판매량에는 어떤 비밀이 있었던 것일까? 

조광수 교수는 아이패드의 선전 비결은 바로 UX를 강조하는 애플의 판매 전략에 있다고 말한다. 사실 UX는 마케팅 단계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유저 경험은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함으로써 생기는 것인데, 사용자가 제품을 구매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저 경험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렇기 때문에
제품 자체의 뛰어남보다는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험을 강조하는 애플의 광고 전략이 사용자에게 구매 욕구를 불러 일으켰고, ‘소비자’를 ‘사용자’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애플의 사례는 좋은 UX는 제품 판매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사실 나는 이 행사에 참여하기 전까지 UX가 무엇의 이니셜인지 외에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UX의 의미가 무엇인지, UX를 연구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 이렇게 서로의 지식을 나누고 각자의 생각을 공유함으로써 참가자 모두가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는 행사가 더 많이 열린다면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아이패드와 같은 세계적인 제품이 하나쯤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Ahn

대학생기자 한대희 /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사람은 누군가가 되어가는 작은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저의 작은 과정이 되어주실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