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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안랩!안랩인!

안철수연구소에는 인디 밴드 보컬이 산다

최근 가요계는 인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메리카노를 부르며 커피사업의 부흥(?)을 일으킨 10cm나 독특한 사운드와 재미있는 안무로 인디계의 서태지라고 불리는 장기하와 얼굴들, 그리고 인디계를 거쳐 올라온 자우림이나 YB(윤도현밴드) 같은 많은 그룹이 그 예이다. 분명히 인디밴드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기존 가수들의 색깔과 다른 색을 비추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개성과 매력, 그리고 탄탄한 철학마저 갖추고 있다. 그 ‘다름’이 사람들에게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는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2집을 내고 활발히 활동 중인 인디밴드 '순이네 담벼락'은 안철수연구소와 특별한 관계에 있다. 바로 밴드의 보컬리스트가 안철수연구소 직원인 것. 고객지원팀에서 다양한 기술 상담을 하는 보안전문가인 백수훈씨를 만나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에 대해서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순이네 담벼락 2집 앨범 자켓

'순이네 담벼락'을 마주하다

그들 자신의 입으로 설명한 순이네 담벼락은 piano pop&rock band 라는 독특한 장르를 추구하고 있었다. Piano라는 매력적인 악기로 여러 가지를 표현하고 싶다고 한 그들의 음악은 전 세계에 관련 뮤지션이 6~7명만이 존재할 정도로 많이 알려진 장르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속에서 자신들의 음악세계를 탄탄히 구축하고 있었다. 

내용으로는 서사적인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밝혔다. 흔히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대가 형성된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그들의 매력은 기승전결의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그들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무기였다.  

 “사운드의 면에서는 언니네 이발관의 초창기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구성 면에서는 NELL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존경하는 가수는 Benfolds예요. 내한공연 때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보고 반해버렸던 기억이 있네요.”

자신들의 색깔을 확실하게 판단하고 있는 이들은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고 싶다는 열정과 도전정신도 가지고 있는 그룹이었다. 이런 그들에게 ‘순이네 담벼락’이라는 그룹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순이네 담벼락'은 벽이 아닌 소통의 공간

순이네 담벼락은 제목부터 감상적이며 독특한 이름을 지니고 있다. 특히 2집 앨범의 ‘한 개의 달, 한 개의 마음’, ‘퇴근여행 5분 전’, ‘열두시에 사랑을 외치다‘, ’떡볶이는 여섯 개 오 백원‘ 등은 음악을 들어보기 전부터 머릿속에서 상상의 노래가 흘러나올 정도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제목에 걸맞게 가사들도 소박한 면을 담고 있다. 삶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다보니 자연스레 듣는 사람들에게 정서를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노래제목과 가사를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내고,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지 물어보았다. 

보컬리스트 백수훈

“작곡자(리더 성종훈씨)가 주로 노래를 만들어요. 대부분 실제 이야기들이 모티브가 되어 좋은 노래 제목과 가사를 짓는데 도움을 주지요. 팀원들의 경험도 좋은 소재가 되요. 예를 들어, ‘퇴근여행 5분 전’과 같은 경우에는 회사 퇴근시간 5분 전에 친구에게 ”난 이제 5분 후에 퇴근여행을 떠날 거야.“라는 말을 했었는데 이 말이 너무 좋아서 쓰게 된 에피소드가 있어요. 다른 에피소드도 말하자면 ‘열두시에 사랑을 외치다.’같은 경우에는 작곡자가 여자 친구와 강변북로를 드라이브하는 도중이었는데, 라디오에서 12시를 알려주는 알림 음이 나오자 ”사랑한다“라는 말을 너무 하고 싶었던 기억이 고스란히 제목과 노래의 소재가 되었어요.” 

그들의 노래 속에 녹아있는 감성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상상보다는 실제로 겪었던 경험에서 우러나오기에 진실하게 전달될 수 있었다. ‘공감’이라는 감성의 소통 공간 안에 들어왔다가 듣는 사람 각자의 추억이라는 특별한 상상 속으로 다시 빠져 들어가게 만들어주는 이들의 음악은 상상의 끈을 이어주는 마술사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들의 모든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면서 받는 느낌은 편안함을 느낌과 동시에 감정의 공유라는 기분 좋은 경험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공유를 강조하는 순이네 담벼락이 직접 우리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노래는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는 2집의 타이틀 곡인 ‘한 개의 달, 한 개의 마음’을 추천해주었다. 그의 개인적인 기억으로 회사를 다니면서도 음악(하고 싶은 것)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곡이라고 한다. 순이네 담벼락 2집의 타이틀 곡 ‘한 개의 달, 한 개의 마음’.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과 하고 있는 것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이들, 그 속에서 방황하며 갈등하는 이들에게 좋은 감정공유의 장을 만들어 줄 좋은 추천곡이 될 것이다.


이들이 사람들에게 제시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부르는 사람의 일방적인 감정전달이 아니라 감정의 공유, 공감을 느끼도록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순이네 담벼락. 그들의 담벼락은 딱딱한 빨간색 벽돌이 아니라 그 위에 사람들의 사소한 이야기, 즐거운 농담, 슬픈 이별이야기, 때로는 나만이 알고 있는 추억거리를 마음껏 낙서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라는 장소였다. 그렇게 공감을 통해 감정을 분출하고 난 후 따뜻한 위로까지 전하고 싶은 것이 이들의 진정한 메시지이다.
 

순이네 담벼락이라는 밴드와 안철수연구소에서 하는 회사생활을 병행한다는 것은 언뜻 보기에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는 당당하게 대답해 주었다. 

“회사가 끝난 이후 시간을 잡아서 연습하다보면 밤 12시가 되어 있어요. 이런 생활이 피곤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상호보완적 관계라고 생각해요. 회사라는 안정적인 울타리 안에서 일하며 얻는 보람과 스트레스. 이 두 가지를 밴드활동을 통해서 보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보람을 얻는 부분은 밴드활동의 재미와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스트레스는 말끔하게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죠.”

밴드생활과 회사생활의 갈림길에서 영리한 탈출구를 찾아낸 그들은 안철수 연구소와 순이네 담벼락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과연 그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들이 담벼락에 새기고 싶은 글귀는

“저희가 추구하는 목표는 어떤 자리를 가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 되고 싶은 것이에요.”

당당하게 목표를 말하는 모습에서 그들이 평소에 가지고 있는 생각임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멋진 목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진정으로 걷고 싶어 하는 길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만들어주는 한 문장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곳이 또 한군데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멤버 중 한 분이 몸 담고 있는 ‘안철수 연구소’이다. 안철수 연구소의 회사목표는 ‘우리는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한다.’ 이다. 그들이 발견한 안철수 연구소와 순이네 담벼락이 가진 공통점이 바로 이 점이다.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순이네 담벼락은 직접 보여주고 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전달하는 것을 통해서 충분히 사람들과 공유, 공감하고 이를 통해 위로까지 건네는 그들의 작은 음악적 행보가 어떤 밝은 발자국을 사회에 남길지 기대를 남겼다.

1집 앨범 제목의 비화와 인디 밴드

“정저지가(井底之歌)“라는 노래 제목을 무슨 의미로 지었는지 물어보았다. 정저지와(井底之蛙)에서 노래제목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1집 앨범을 냈던 시기에 순이네 담벼락은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왔던 때였다. 즉, 광주에서만 있지 말고 서울, 더 큰 세상 속으로 나가자 라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우물 안의 개구리에서 벗어나자는 뜻으로 “정저지가(井底之歌)”라는 노래제목을 지은 것이다. 
 

- 지금 홍대카페 “오뙤르”라는 곳에서 정기적으로 공연한다고 들었습니다. 이곳 말고도 다른 곳에서도 공연을 했나요?
네^^처음 앨범을 냈을 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공연을 했어요. 지금 하는 곳은 저희를 계속 찾아주는 카페입니다. 카페 분위기도 저희 음악 스타일과 비슷하고요. 여담으로 슈퍼스타 장재인이 자주 왔다는 카페랍니다. 지금은 안 오지만요. ^^ 

- 인터넷에 “순이네 담벼락”을 검색해 보니깐 소속사가 있던데 소속사 ‘고래숲’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아~ 저희가 1집 때는 모든 것을 다 했는데 너무 벅차더라고요. 그래서 전문 회사 쪽에 맡기게 되었습니다. 소속사 이름은 기타 치는 멤버가 지었고요.

- 요즘 사람들이 인디밴드를 많이 좋아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인디밴드만의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사실 TV에서 가요를 부르는 가수들을 보면 누군지 분명히 구분하기 힘들고, 작곡된 음악을 봐도 편중화 되어 있는 느낌이 듭니다. 이렇게 판에 박힌 음악과는 달리 인디밴드는 다르게 접근한 것이죠. 10cm의 “안아줘요”, "아메리카노“가 사랑 받았던 이유는 기존의 가요 음악과 다른 점 때문입니다. 이렇듯 인디밴드는 듣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 줍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인디밴드를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순이네 담벼락' 연습실을 방문하다

따스한 저녁밥을 먹고 퉁퉁 튀는 기타소리와 박력 넘치는 드럼 소리를 따라 ‘순이네 담벼락’ 연습실로 향했다.


소속사 이름을 지었던, 기타 담당 김석영씨는 지금 금속공예 분야 일을 하면서 밴드활동을 하고 있었다. 1집 때는 순이네 담벼락 멤버가 아니었고 그 후에 기타 담당 멤버로 들어오게 됐다. 그는 중3때부터 기타를 배웠으나 잠시 그만 두다가 우연히 기타소리에 매료돼 밴드에 들어갔다고 한다.

‘순이네 담벼락’ 멤버들은 사실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이 아니다. 반주를 하는 리더 “성종훈”씨는 신문방송학과를 나왔을 정도로 각각 전공이 다양하다. 그래서 ‘순이네 담벼락’ 멤버들 대부분은 늦저녁까지 일하고 밤 11시까지는 밴드 연습을 한다.

백수훈 사우에게 밤 11시까지 연습하고 다음날 아침에 일찍 출근하는데 힘들지는 않은지 물어봤다. 그는 밝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힘든 것도 있지만 집에 있어도 늦게 자는 것은 매한가지인 것 같아요. 그리고 밴드 연습이 좋아서 그런지 힘든 것은 잘 못 느껴요.”

리더 성종훈 씨에게 많은 것을 물어봤다. 
2집이 나왔는데 심정이 어떠냐고 하니 의외로 덤덤하단다.

리더 성종훈

- '장기하와 얼굴들'은 CD를 직접 구웠다고 하던데, 녹음은 어떻게 했나요?
그 팀은 장비 지원을 받았다고 해요. 저희는 일일이 기획사, 유통사를 찾아가 앨범 내겠다는 말을 전하고 계약을 한 후에 녹음, 디자인, 사진 등을 맡기죠. 이번엔 유통사 쪽의 녹음장비가 좀 더 좋아졌어요. 저희가 2집 앨범 준비하면서 개개인의 시간이 거의 없었어요. 휴가를 반납하고 녹음실에서 살았죠. 그렇게 해서 9월에 2집 앨범이 나왔습니다.  

- 리더 분이 작곡을 많이 하시는데, 저작권료를 따로 받으시나요?
네, 그렇죠^^그런데 멤버들이 앨범에 투자한 돈은 각자가 가지고 가요. 나머지는 1/n로 나눠요. 하지만 저희는 돈에 대해서는 서로 예민하지 않아요. 돈보다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은 것을 플러스 요인으로 생각해요.   

- 노래 가사를 보면 소소한 일상이 많이 담겨 있는데, 이를 위해 따로 적어놓은 에피소드나 일기가 있나요?
그런 것보다는 각자가 던진 말 한마디에서 비롯돼요. 노랫말 없이 합주하는 시간을 갖는데요. 그때 문득 던지는 말로 가사를 지어요. 그래서 대부분 곡은 제목 정하기가 어려워요. 

- 신문방송학과를 나오셨는데 이렇게 밴드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모티브가 있었어요. 가수 ‘비틀즈’를 좋아했는데, 그들 노래를 따라만 하지 말고 이것을 모티브로 삼아 우리만의 노래를 불러보자는 마음으로 밴드를 시작했어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노래를 독학으로 만들었죠. 

- 홍보는 주로 어떻게 하나요?
홍보는 유통사를 통해서 하는 방법도 있지만 실은 한계가 있어요. 또 다른 방법으로는 방송국에 보고 자료를 보내서 심의를 거친 후 방송 홍보를 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멤버들 각자가 SNS을 통해서 홍보합니다. 입소문이 더 중요해서 블로거를 통해서도 홍보하고요. 공연 끝나고 나면, 보신 분들께 후기를 써달라고 부탁하기도 해요.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방송 효과가 더 큰 것 같아요. 아직은 방송 홍보를 못하지만 기회가 있으면 하고 싶습니다.


리더와 인터뷰를 마치고 ‘순이네 담벼락’의 연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비록 연습실은 작지만 각 멤버들의 개성과 열정을 하나로 엮은 노래 한 곡 한 곡에 생명감이 있었다.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추억을 꺼낼 수 있도록 해주고 다채로운 음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순이네 담벼락’이었다. Ahn

 

대학생기자 민준홍 /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세상은 승자만 기억한다."

하지만 승자뿐 아니라 세상을 진실되게 기억하게 만들 수 있는 노력하는 기록자가 되겠습니다.
사진. 사내기자 황미경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 부장

대학생기자 류하은 / 강남대 경영학과  
거거거중지(去去去中知),  행행행리각(行行行裏覺)
가고 가고 가는 중에 알게 되고, 행하고 행하고 또 행하면서 깨닫게 된다.
- 노자의  <도덕경> -
제 글이 조금이나마 당신이 가는 그 길에 빛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