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이 창조한 오싹하고도 기이한 세계

문화산책/컬처리뷰 2013.03.08 18:16

작년 12월12일부터 올해 4월1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미국 뉴욕현대미술관과 현대카드가 공동으로 주최한 ‘팀 버튼(Tim Burton)’ 전시가 열린다. 사람 많기로 소문난 팀 버튼 전은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평일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전시장 안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줄만 봐서는 사람에 치이는 명동 거리를 연상케 할 정도로 여느 전시장과는 달랐다. 한 곳에 계속 머무르는 사람들, 그리고 그 뒤에서 옆 사람과 담소를 나누며 기다리는 사람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사람들이 이렇게 한 작품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나’ 하는 기자의 생각은 작품 앞에 선 순간 사라진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거리 없다고 하던 옛 속담이 틀린 말이 되었다. 팀 버튼의 작품 하나하나는 자세히 보고 싶고 느끼고 싶고 생각하고 싶은 매력 있는 작품이었다.

 

조금은 낡아 보이는 간판, 녹이 슨 채 구부러져 있는 철장 등 팀 버튼 특유의 분위기로 한껏 치장한 서울시립미술관 입구를 지나 서소문본관에 도착하면, 팀 버튼의 대표작인 <크리스마스의 악몽>의 한 장면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왼편에 위치해 있는 매표소에서 표를 끊은 뒤 서소문본관을 들어서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설치되어 있는 팀 버튼 전 입구가 보인다. 그 오른편으로는 팀 버튼을 소개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중 아홉 번째인 팀 버튼 전은 본래 파리에서 마지막으로 순회공연을 마치기로 했다. 그러나 남다른 실험정신과 독창성으로 이 시대의 새로운 흐름을 이끄는 문화 아이콘을 소개하고자 하는 현대카드의 설득 끝에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전시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2009년 팀 버튼의 초기 습작부터 최근의 영화 캐릭터까지 660점이 넘는 작품을 전시해 팀 버튼을 재 조망했던 뉴욕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컬처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현대카드가 함께 마련한 이번 전시에서는 약 860여점의 팀 버튼 작품을 볼 수 있다.

2층 높이까지 닿아있는 커다란 보라색 전구에 그려진 눈과 눈을 마주치며 입구에서 티켓을 내고 2층 계단을 올라간다. 올라가는 계단은 빨간색의 둥근 선이 마치 먹이를 옥죄는 뱀처럼 계단을 빙글빙글 둘러싸고 있는데, 계단 끝에 다다르니 빨간색 선이 다름 아닌 기괴하게 입을 벌리고 관객들을 기다리는 괴물의 혀임을 알게 된다.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벌린 괴물의 입 속으로 들어가면, 그 때부터 팀 버튼의 세계가 시작된다.

팀 버튼 전은 크게 3시기로 구분되어 있다. 팀 버튼이 지금의 색깔을 갖추기까지의 배경이 되는 ‘버뱅크 시기’와 캘리포니아 인스티튜트 오브아트와 디즈니에서 근무한 시기인 ‘성숙기’, 그리고 의상디자인, 캐릭터 등에서 ‘팀 버튼 사단’이라는 전문 협업 팀을 만들어 내며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의 ‘전성기’이다. 각 전시장에는 팀 버튼의 그림 뿐 아니라 영화 소품이나 팀 버튼이 영화화한 작품을 짤막하게 보여주는 영상, 그리고 작품에 나온 음악까지도 전시되어 있다.

유년시절, 팀 버튼은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와 같은 괴물영화에 심취했고 공동묘지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내성적이었지만 유별난 상상력을 가진 팀 버튼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보고 경험한 것을 곧잘 그만의 스타일로 스케치하곤 했다고 한다. 낱장으로 찢은 공책은 물론이고, 작은 수첩이나 신문, 심지어 냅킨까지 펜이 지나갈 수 있는 것이면 어디에나 팀 버튼은 그의 상상력을 펼쳐 놓았다. 때로는 화려한 색채로 종이를 물들이기도 했지만, 보통 가느라단 선으로 무심한 듯한 터치로, 그렇지만 세심하게 표현한 그림이 대부분이다.

팀 버튼 그림의 특징이라면, 장난감, 괴물, 새로운 생명체, 공상과학, 기존에 있던 주류 이미지를 비틀어 표현한 이미지 등을 주제로 다룬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괴한 상상력과 어린아이 같은 감성을 바탕으로 디즈니 영화사에서 그만의 독창적이고 유머 있는 스타일을 만들어 내었다. 팀 버튼의 눈에는 모든 사물이 눈을 달고 있는 것처럼 보일까? 또는 팀 버튼이 보기에 어떤 사물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게 보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팀 버튼은 사물 뿐 아니라 여러 생명체에도 그의 색깔을 입혀 놓았다. 때로는 여러 개의 생명체를 섞어 놓기도 하고, 때로는 사물의 한 부분만 부각하기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갈수록 팀 버튼이 창조해낸 기괴한 세계에 점차 빠져들게 된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구축된 이후, 팀 버튼은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자 아티스트로 이름을 날리게 된다. 그 동안 그가 스케치하며 구상해왔던 캐릭터와 스토리들이 영화로 매력 있게 구현되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이다. <가위손>, <배트맨>, <크리스마스의 악몽>, <유령신부>,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대표적인 작품들이 탄생되고 완성되는 과정을 돌아보며 팀 버튼의 상상력과 독창성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영화감독일 뿐 아니라 제작자, 예술가, 사진가, 작가, 콜렉터로서의 팀 버튼을 보며, 어렸을 적 만화영화에 열광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이것저것을 그려내던, 나만의 세계를 상상했던 스스로의 모습이 머릿속 깊은 곳에서 조용히 떠오르는 듯 했다.

전시장을 둘러보다보면 벽면에 이런 글귀가 쓰여 있다.

소신이 있다면 싸울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왜 남의 꿈을 만드는 데에만 인생을 낭비하십니까?

- 오손 웰즈, 에드우드 中 -         

 

앨리스: 내 머리가 이상해져버린 걸까요?

아버지: 그런 것 같구나. 너는 비정상이야. 확실히 좀 이상해. 하지만 비밀인데, 멋진 사람들은 다 그렇단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中 -        

팀 버튼을, 팀 버튼의 작품 세계를 이 두 글귀만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적절한 글귀였다. 팀 버튼이 사회가 정해준 틀에, 남들이 말하는 기준에 맞춰 살았다면 지금과 같은 새롭고 독특한 영화들로 즐거움을 줄 수 있었을까? 그런 의문이 듦과 동시에 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나는 지금, 내가 꿈꿔왔던 세계를 무너뜨리고 이미 만들어진 남의 세계에 편승해가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가? 취업이 힘든 요즘 같은 시대에,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라는 메시지는 언뜻 보면 위험하고 불안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들과 똑같이 무비판적으로 기계처럼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또한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팀 버튼 전에서 얻고 돌아온 것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재미만은 아니었다. 상상력과 창조성이 만들어 낸, 한 사람의 독자적인 세계에 대한 감동을 조금이나마 같이 느꼈길 바라며. 지금부터라도 엉뚱한 생각들 표현한 습작, 조금 이상할 수도 있는 우리만의 세계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Ahn


대학생기자 김가윤 /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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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현탁 2013.03.09 12:00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MOMA에서 가봤었는데, 국내에서 더 잘 꾸며 놓은거 같네요.

  2. 림이 2013.03.10 06:13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유령 신부 보고 감독의 정신세계가 참 궁금했었는데 ^^;;;;
    그런 기이함이 매력인 것 같아요....ㅎㅎ

중고생 정보보호대회 수상자가 꿈꾸는 미래

작년 10월 19일' 2012 중고생 정보보호 올림피아드' 본선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되었다. 본선에는 9월 22일 진행된 예선전을 거친 20명의 학생이 참가하였다.

서울호서전문학교 사이버해킹보안과에서 주관하고 안랩(AhnLab), 행정안전부, 한국정보보호학회,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등 여덟 곳에서 후원하는 중고생 정보보호 올림피아드는 이번 해로 7회째 개최된 공신력 있는 대회이다.

각종 해킹사건들로 인해 일상생활뿐 아니라 안보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국가의 보안을 짊어지고 갈 미래의 보안 꿈나무들을 발굴하고자 하는 대회의 취지에 공감하며 안랩에서도 꾸준히 중고생 정보보호 올림피아드를 후원한다. 20명의 보안 꿈나무들이 국회에서 열띤 경쟁을 펼친 결과 1등부터 10등까지 최종 순위가 확정되었다. 

이번 대회에서 금상(안랩대표이사상)을 수상한 강명석 학생(한세사이버보안고 3학년)을 만나 당시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금상(안랩대표이사장상)을 수상한 강명석군. 오른쪽에서 둘째.

 

어떤 계기로 중고생 정보보호 올림피아드에 나가게 되었나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대회라는 걸 나가게 되었어요. 학교에서 알려줘서 그런 대회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그 땐 단 한 문제도 제대로 못 풀었어요. 도움을 좀 받아서 한 문제를 풀고 2번 문제는 1번 문제보다 쉬워서 풀었던 정도였어요. 그래서 그 때부터 그런 비슷한 문제를 풀어볼 수 있게 구현해놓은 사이트에서 많이 연습해봤죠.

어느 날부터는 그런 문제들이 심심해졌어요. 그래서 2012년이 되고나서 순천향대 정보보호페스티벌에 나갔죠. 운 좋게 10등으로 본선에 진출했지만, 본선 가서 한 문제도 못 풀지 못했어요. 10등가서 10등으로 돌아온 거죠. 후회 하지는 않았지만, 집 와서 금방 두 문제를 풀었기 때문에 섭섭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다음에는 더 나은 실력으로 본선에 진출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여러 문제들을 풀어봤죠. 그리고 정보보호 올림피아드 예선에 나가게 된 거예요.

 

- 대회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대회는 9시부터 시작이었어요. 국회의사당에서 했던지라, 가방도 이곳저곳 철저히 검사하더군요. 마냥 신기했는데, 막상 들어가서 보니 대회가 시작되지 않았어요. 왜냐면 국회의사당의 보안이 철저해 외부의 컴퓨터를 사용 못한다는 걸 다들 몰랐나 봐요. 그래서 국회의 보안 관련된 사람들이 와서 장내를 정리하느라 대회 시작을 한 10시쯤에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보통 2시에 끝난다고 했었는데 3시에 끝나게 된 거죠.

저는 운이 좋았어요. 그 때 4문제 푼 사람이 유일하게 한 명이라 1등을 했고, 세 문제를 빠르게 푼 사람부터 2등, 한 7등까지 순위가 매겨졌거든요. 문제는 총 10문제였어요. 한 문제는 무선 네트워크에 관련된 문제였다는데, 문제에 결점이 있어 출제가 안됐다고 해요. 그래서 한 문제는 모두 다 푼 셈이 됐어요. 새로 수정돼 나온 문제가 짐작으로 풀 수 있는 객관식 문제 느낌이었거든요.

저를 수상자로 이끈 문제는 그 문제를 제외한 두 문제였어요. 두 문제를 푼 간격이 15분 정도밖에 안됐어요. 열두시에 힌트가 나왔던 문제를 시작으로 두 문제를 15분 동안 풀어버린 거라서 한시에 보니까 그 때부터 3등이더라고요. ‘빨리 좀 끝났으면 좋겠다.’며 애가 타는데 대회가 늦게 시작해 세시로 마치는 시간이 미뤄지니까 더 조급했죠. 두시가 지나니 저와 동일한 문제 수를 맞춘 학생들이 한 3명 정도 나왔어요. 한 명만 추월하면 4등이라 금상이기 때문에 딱 한 명만 추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끝내 아무도 추월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3등의 영예를 안게 됐죠.(웃음)

그렇지만 이 대회만으로 제가 실력이 굉장히 뛰어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저보다 훨씬 잘하는 학생들이 많거든요. 확실히 저희들끼리는 저희들의 실력을 알아요. 왜냐면 보통 대회 입상한 애들은 다 동일 인물이에요. 잘하는 애들이 계속 잘하는 거죠. 저도 이번 대회를 디딤돌 삼아 여러 대회들에서 수상해 실력을 인정받고 싶어요.

 

- 컴퓨터 분야는 언제부터 배우게 됐나요?

초등학교 6학년 때 관심이 생겼던 건 게임이었어요. 보통 애들은 나쁜 것부터 시작한다고, 게임 버그나 핵 같은 것들이 너무 신기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게임까지 찾아가면서, 많은 게임에 도전해봤어요. 핵 카페 같은 것도 운영하면서, 아는 사람과 회원 만 명 이상도 모아봤죠. 이때까진 그저 재밌다 정도였고, 체계적으로는 못해보다가 고등학교 와서 조금씩 컴퓨터에 대해 알게 된 거죠.

그러다 어느 날 고등학교 친구가 ‘한번 학원을 다녀보자’고 해서, 다니게 된 학원에서 홈페이지를 만드는 언어를 배우게 됐어요. 한번은 담당 강사 형이 ‘우리 오늘 해킹대회 한번 해볼래?’해서 해보겠다고 그랬어요. 형은 ‘너 36시간동안 여기 있어야 된다.’고 겁줬는데 정말로 36시간동안 라면만 먹으면서 깨어있었어요. 나중에는 애들이 저보고 죽을 것 같지 않느냐고 좀 자라고 그러더라고요.

대회 준비를 미리 했던 건 아닌데, 마침 학원 갔을 때가 대회 당일이었어요. 노트북은 항상 가지고 다니니까, 그 때 바로 참가한다고 한 거죠. 그래서 처음으로 팀으로 된 대회를 나가게 된 거예요. 그 때 학원을 운영하시는 해킹보안협회 이사님 덕분에 알게 된 대여섯 명이서 밤을 새면서 일곱 문제를 풀었어요. 그리고 75등을 했죠. 그 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대회인지라 외국에서도 많이 출전하기 때문에 75등이라는 성적은 제게 정말 대단한 기억으로 남았어요.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정보보안 분야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 올림피아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줄 수 있어요?

일단 프로그래밍을 잘해야 하는 것 같아요. 문제를 풀려고 어떤 웹사이트에서 일부터 만까지 대입해야 하는데 사람 손으로 일일이 하면 시간도 많이 걸릴뿐더러 힘들잖아요. 일부터 만까지 대입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더 쉽겠죠? 이런 편리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걸 프로그래밍이라고 해요. 대회에서는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을 쓰는 문제도 있지만, 기존에 없는 만들어 써야할 때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직접 입맛에 맞게 하는 방법밖에 없겠죠. 보통 가장 많이 쓰는 언어는 C언어나 Java가 있어요. 프로그래밍 언어를 하나만 할 줄 알아도 원하는 프로그램은 만들 수 있어요. 저는 그나마 C언어를 잘하는 편이에요.

 

- 졸업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걸 공부하고 싶나요?

일단은 프로그래밍을 좀 더 열심히 하고 싶고요. 영어를 좀 더 완벽하게 하고 싶어요. 왜냐면 실력이 일정 정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우리나라에서 배우고 교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에요. 외국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것들까지 배우기 위해서 영어를 4년 동안 열심히 배워볼 생각이에요.

저는 나중에 정보보안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기 때문에 정보보안을 할 수 있는 IT계열 회사 쪽도 희망하고 있는 곳 중 하나죠. 어렸을 땐 해커가 멋있었어요. 크면서는 해커의 반대쪽에 서있는 정보보안전문가를 알게 되었어요. 해킹할 줄 아는 사람이 보안도 할 수 있는데요, 보안을 하는 사람이 해킹하는 사람을 덮어 싸서 다른 이들을 보호한다는 점이 매력 있었어요.

 

- 지금 정보보안을 막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정보보안을 진짜 하고 싶어서 하는 친구들이었으면 좋겠어요. 프리랜서로 일하시는 40대 해커 분이 계시는데, 자신의 실력이 너무나 얕다는 걸 알고 다시 공부하시는 분이었어요. 그 분은 40대가 돼서 다시 공부한다는 건 창피하지가 않대요. 다만 그 분이 말씀하시기를 조금이라도 실력이 있고 신념이 있다는 정보보안전문가는 15%밖에 안 된대요. 85%가 그저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돈만을 위한 사람들인 거예요. 정보보안 분야뿐 아니라 뭐든지 좀 더 열정적으로 하고 싶은 사람들이 했으면 좋겠어요. Ahn

 

대학생기자 김가윤 /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정의로우면서도 가슴에는 늘 인간적인 사랑을 품은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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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만료된 살인범의 이야기 '내가 살인범이다'

문화산책/컬처리뷰 2012.11.25 07:00

11월 8일에 개봉한 <내가 살인범이다>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7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몰이 중이다. 정병길 감독의 화려한 액션신과 박시후, 정재영의 탄탄한 연기력도 흥행의 한 요소겠지만, 대중들이 이 영화에 가장 흥미를 느끼는 점은 ‘공소시효가 끝난 살인범이 매스컴을 통해 대중 앞에 등장’한다는 소재일 것이다.


<출처: 네이버 영화>

미해결사건으로 남은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공소시효가 끝나 사회에 나왔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더 이상 처벌할 수 없는 그 범인이 대중 앞에 당당히 설 때,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한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이 영화는 어떤 대답을 던지는지 살펴보자.


<출처: 네이버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는 공소시효가 끝난 살인범이 자기고백을 담은 자서전을 발간하면서 발생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1986년에서 1990년까지 있었던 연곡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15년 후, 공소시효가 만료됨과 동시에 유가족들이 범인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회적 권리 또한 박탈됐다. 사건을 맡았던 담당 형사 최형구(정재영)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나, 그로부터 2년 뒤 범인 이두석(박시후)은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책을 들고 카메라 앞에 등장했다. 그의 범행을 낱낱이 적어 발간한 자서전 맨 뒤에는 ‘이 책을 최형구 형사와 모든 유가족들에게 바칩니다.’라는 멘트가 적혀져 있고, 책 앞에는 눈물을 흘리는 그의 사진이 프린트돼 있다.

그가 책을 들고 매스컴 앞에 등장하자마자 엄청난 사회적 관심이 쏠린다. 이두석을 비난하며 과거 행적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그에게 죄를 묻지 않았고 심지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억만장자가 되거나 수려한 외모 때문에 열성 팬클럽이 생기는 등의 아이러니한 반응을 보였다. 방송국들은 특종이라며 이 자극적인 사건을 빠르게 보도하는 데만 급급하다. 이에 유가족들은 분통이 터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그를 헤치려 하나 경호원들 때문에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 최형구 형사는 이두석을 거세게 비난하면서 그 죄 값을 치러야 한다며 사회에 외친다.

 

영화에 등장하는 연곡 연쇄살인사건은 화성 연쇄살인사건(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부녀자가 살해됐으나 범인이 잡히지 않은 미해결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공소시효는 2006년에 만료하여 범인을 잡아도 처벌할 수가 없다. 이 때 당시에 범인으로 J군이라는 인물이 지목됐다. J군은 수원여고 강간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수사를 받아가 허위자백으로 풀려나 J군을 조사한 담당수사관들이 직위 해제되고 구속되는 등의 해프닝이 벌어졌었다. 당시 담당수사관들은 J군이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라 믿고 있었으나, 결국 이 사건은 지금까지 미해결로 남은 채 공소시효까지 만료됐다.

이와 같이 공소시효가 만료된 살인사건은 실제로 많다. 대표적인 대한민국 미제사건으로 남은 대구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은 1991년 대구에 살던 다섯 명의 초등학생들이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선 뒤 실종된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경찰과 군을 대대적으로 투입해 현장 주변을 수색하고 전국적으로 수배 전단을 배포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사건 발생 11년 만에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됐지만, 사망 원인조차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채 2006년 공소시효 15년이 만료되면서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영화<아이들>로 만들어져 다시 한 번 세상의 주목을 받았던 바 있다.

영화 <그 놈 목소리>로 전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91년 이형호군 유괴살인사건 역시 공소시효가 만료돼 영원한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이형호군은 91년 1월 압구정 동네 놀이터에서 납치를 당했고, 납치 43일 만에 한강 둔치의 배수로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발견 즉시 경찰은 수사를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28만장의 전단과 음성테이프 1천개를 제작해 전국에 배포했지만 끝내 범인은 잡지 못했다. 결국 이 사건도 2006년으로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2009년 개봉된 영화<이태원 살인사건>으로 다시금 조명을 받은 이태원 살인 사건은 공소시효가 만료될 뻔했으나, 만료되지 4개월 전 가까스로 범인을 추적해 기소함으로써 15년 만에 억울한 피해자의 혼을 달랠 수 있게 되었다. 

1997년 홍익대 휴학생 조중필(당시 22세)씨가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목과 가슴 등을 흉기로 9차례 찔려 살해됐다. 해당 사건은 유력한 용의자끼리 서로 범행 사실을 떠넘김으로 인해 ‘가해자 없는 사건’으로 불렸으며 당시 체포된 한인 에드워드 리는 사건 2년 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아더 패틴슨은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됐으나 출국정지가 풀린 사이 미국으로 출국했다. 영화<이태원 살인사건>이 개봉한 후 사회적으로 진범을 잡으라는 여론이 거세지자, 2010년 11월 재수사 끝에 패터슨이 진범이라는 결론을 내려 공소시효가 끝나기 4개월 전 그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이 외에도 해결되지 못한 채 묻혀있는 사건들이 많다. 최근 5년 동안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한 흉악범죄 사건이 8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력을 동원해 치밀하게 수사를 전개해도 사건의 진위를 밝혀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슴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유가족들보다 먼저 가해자를 심판할 것을 포기하고 사건을 손 놓는 경우도 많다.

최근 10년간 수사본부까지 설치하고도 범인을 잡지 못한 미제 강력사건은 모두 12건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수사본부도 해산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치과의사 모녀 살인사건'이나 '고 김성재 군 사건'의 경우도 범인을 잡지 못한 채 2012년 공소시효가 끝나고 말았다. 심지어 미제사건 파일을 검토해 가해자를 체포했음에도 공소시효가 지나서, 증거불충분으로, 불구속입건하고 집으로 돌려보낸 사건도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은 공소시효가 없다. ‘영원히 네 죄를 용서할 수 없다’는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공소시효를 비록 25년으로 늘리긴 했으나, 최근 공소시효를 없애고 중범죄의 형량까지 높인 일본에 비해 범죄자에게 너무 관대한 것이 아닌가 싶다. 최근에 수사기법이 발달해, 경찰서 안에 조용히 잠들어 있는 사건 파일을 다시 꺼내 조사한다면 충분히 범인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해당 사건을 전담하는 수사반을 만들어 다시 수사를 진행한다면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다행히 법무부는 사회적 여론을 반영해 올해 6월13일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무부는 형사소송법 253조 2항에 ‘공소시효의 적용 배제’를 신설했다. 개정안에 대해 7월23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국무회의 등을 거쳐 국회에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특히 1997년 이후 일어난 사건도 공소시효 무효화를 소급적용해 진범을 잡으면 언제든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공소시효가 폐지된다고 한다.

 
<출처: 네이버 영화>

한편 공소시효를 둠으로써 수사가 빨리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폐지할 시에 수사가 느슨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한 공소시효 동안 범인이 겪은 정신적, 심리적인 고통을 감안해서 공소시효 폐지를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법이라는 것이 개인 간의 사사로운 복수를 막는 대신 국가의 이름으로 처벌해주는 정의로운 제도라면, 범죄자의 인권에 관대하기보단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심정을 더 헤아리는 것이 정의로운 게 아닐까?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비판하는 내용은, 외모지상주의, 언론 통제와 자극적인 사건보도, 무비판적인 팬클럽 문화 등도 있지만, 결국에 공소시효에서 볼 수 있는 우리나라 법체계의 허점일 것이다. 국민의 공통된 질서를 반영하는 법체계가 공소시효로 범인을 용서하는 것을 말한다면, 유가족의 찢어지는 가슴과 피해자의 피눈물을 무시한 채 대중마저 용서를 말할지 모른다.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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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 김가윤 /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정의로우면서도 가슴에는 늘 인간적인 사랑을 품은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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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1.28 13:22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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