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과 다른 직업, 직장생활에서 약일까 독일까

의대 학과장까지 지냈으면서도 우리나라 대표 정보보안 기업의 경영자로 이름을 날린 안철수 박사와, 대학에서 물리학을 한 학기만 공부하고 휴학한 게 학력의 전부지만 지금은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 이들처럼 우리 주위에는 대학에서 배운 전공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거나 언뜻 보면 전공과는 어울리지 않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꽤 있다안철수연구소에서도 그런 이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특이한 이력으로 언제가는 제 2의 안철수, 스티브 잡스가 될지도 모르는 그들을 만나보았다.

김정연 팀장 (물리학 전공, 디자인팀)


안철수연구소에서 맡고 있는 업무가 궁금해요. 
- 회사 모든 디자인과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V3 화면 구성이나 칼라아이콘 배치 등 UI와 메뉴 구조 디자인 전체를 아우르고, 고객의 요구를 수집 및 분석하는 일을 함께 해요.

전공이 물리학인데 어떻게 디자인 관련 직업에 종사하게 된 건가요? 
- 저는 고등학교 때 이과생이었어요. 그 때는 물리 공부가 진짜로 재미있고 적성에도 맞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니 생각하던 것과 다르더라구요. 일상 속의 다양한 일들을 물리와 연관시키는 공부가 하고 싶었는데 실제 수업 시간에서는 계속 증명만 했죠. 금세 학습 흥미가 떨어졌어요. 그러던 중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그림에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전공은 최소 졸업 요건만 충족하고 나머지는 미대 수업을 청강했죠. 대학원에 가서커뮤니케이션 디자인으로 전공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더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처음 배웠던 물리가 모든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느껴요.

IT 보안 기업인 안철수연구소의 디자인팀이라면 사실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자신의 미적 역량을 발휘하기에 안철수연구소가 부족하다고 느끼지는 않는지요? 
- 디자인의 범위를 어디까지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요.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메뉴를 구성해야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것도 디자인의 중요한 영역이죠. 대부분의 회사가 이러한 영역이 분리되어 있는데 반해 안철수연구소는 디자인 팀에서 이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에요.

대학 전공을 고르거나 전공이 맞지 않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넓게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적응하려면 관련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어야 소통할 기회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저는 디자인팀이지만 물리도 공부했기에 개발자와의 소통에서 좀 더 이해도가 높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중, 예고를 거쳐 미대에 진학한 사람들보다 좀 더 중립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해야 할까. 처음에는 내가 공부할 수 있는 분야를 넓게 펼치고 그 다음에 파헤치는 것이 좋은 순서인 것 같습니다. 생각의 폭을 넓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혹시 나중에 더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요 
- 항상 사무실에 앉아서 머리 쓰는 일만 해왔기 때문에 몸을 쓰는 일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직접 몸을 쓰는 노동을 통해 성취하는 어떤 맛을 느껴보고 싶어요.


김정훈 수석 [성악 전공, 기반기술팀]

 

전공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된 과정과 이유가 궁금해요.  
- 저는 안랩 병역 특례 1호로 97년 안랩에 병특 입사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성악을 준비하면서 컴퓨터도 같이 공부헸죠. 성악을 공부하고 신학대학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중고등학교 때 북한 동포를 위한 선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말하면 좀 거창하지만(웃음).. 어릴 때부터 꾸준히 다녔던 교회에서 성가대 활동도 열심히 했고 신학대학에 진학했습니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성악을 공부하면서도 꾸준히 컴퓨터 프로그래밍 아르바이트를 계속 했어요. 꾸준히 컴퓨터를 즐겨 다뤘고 성악뿐만 아니라 컴퓨터 쪽 분야에도 적성이 잘 맞았던 듯합니다. 사람이 좋아하는 분야가 하나만 있지는 않잖아요? 성악을 접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시간이 흐르고 보니 컴퓨터에 더 큰 흥미를 느끼는 스스로를 발견했죠. 현실적으로 군대 문제도 있고 하다보니 안철수연구소에 오게 되었네요.

안철수연구소 입사 면접 당시 전공에 관한 질문은 없었나요? 
- 당시 조시행 상무님이 면접을 보았는데, 딱히 전공과 관련해 묻지는 않았어요. 출신 대학과 전공보다는 그 전에 해왔던 프로젝트와 경력사항을 중요하게 여겼죠. 저는 대학에 다니면서도 꾸준히 프로젝트와 관련 아르바이트를 해왔고 신입사원치고 경력이 많은 편이였습니다.

업무를 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혹시 진로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세요? 
- 보통 사람들이 일과 취미를 따로 갖고 있다면 전 일과 취미가 같은 것이 특이한 점 입니다. 프로그램 개발이 저의 일이자 취미이죠. 그래서 일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밤새 개발을 해요. 힘들기도 하지만 좋기도 하죠.^^

대학 전공과 무관한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요. 
-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의장님이 가장 좋은 예라고 생각해요. 의대를 나온 비전공자가 IT를 하기까지 넘어야 할 여러 가지 난관이 있었겠죠. 하지만 사람은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행여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정말 좋아하는 것만 찾는다면, 더 열심히 집중해 공부해 나갈 앞으로가 가장 중요하니까요.

이후에 더 도전해보고 싶은 것은요? 
- 현재는 직장인이라는 현실에 묻혀 살기 때문에 먼 미래를 생각하고 10, 20년 후를 준비한다기보다는 현재 안철수연구소에서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를 더 생각해요. V3의 단점이 언급될 때 V3 고객께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안철수연구소의 고객들이 자신 있게 “V3가 일등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한 V3를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이자 도전 과제입니다. 


허훈 선임 [행정학 전공, 기술기획팀]

 

현재 하는 일과 대학교 때 공부했던 것을 소개해주세요. 
- 행정학을 전공했고, 부전공으로 경영학을 했어요. 하지만 지금 하는 일은 보안성 평가 인증을 받는 일입니다. 쉽게 풀어서 말씀 드리자면 핸드폰이 출시될 때 전자파가 얼마나 나올지에 대한 인증을 받듯이 보안제품이 나올 때 보안성을 인증 받는 일을 합니다.

전공과 다른 길을 걷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행정을 전공하게 된 이유는 고 3 때 막상 가고 싶은 과가 없었어요. 그래서 아버지의 권유로 무작정 갔습니다. 처음에는 전공이 저와 잘 맞지 않아서 방황도 많이 하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나중에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면서, 제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기회를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대학교 4학년 취업 시즌이 되었을 때 친구들이 대기업에 다 원서를 넣었지만, 전 그럴 생각이 없었어요이전부터 벤처에 관심이 있어서 벤처 회사에 처음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일을 하면서 IT, 기술에 대한 다양한 일을 많이 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후에 안철수연구소에서도 일할 기회를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특별히 보안업체에 관심이 생겼던 건, 디아블로라는 게임을 할 때 맵핵을 받았는데, 그 프로그램에 악성코드가 들어가 있어 컴퓨터가 완전히 망가진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부터 아마도 보안에 관심이 생기게 된 것 같아요. 아픈 기억이죠. (웃음)

안철수연구소와 인연이 닿은 계기는 무엇인가요? 
-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데깊은 내용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다루는 것이 헤드헌터이 눈에 띄어 안철수연구소에 입사 제안을 받게 됐어요. 돌이켜보면 제가 필요한 지식을 정리해두는 정도였는데, 그것으로 안철수연구소 입사 제안을 받게 될지는 몰랐죠.

즘의 대학생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 저는 대학교 때 처음 전공이 잘 맞지 않아 방황을 좀 많이 했어요. 1학년 때 학사경고를 받기도 했고, 정말 제가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 편입시험 공부도 해봤죠. 공대생도 아닌데, 주로 공대생이 듣는 프로그래밍 수업을 듣기도 했고. 여름에는 수많은 아르바이트도 해봤어요. 요즘 대학 생활이 정확히 어떤지 모르지만, 짐작되는 건 스펙을 쌓기 위해서 영어 연수를 다녀오거나 여러 대외 활동을 한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그것보다는 실패를 더 많이 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시간은 한정되어 있지만, 시간이 너무 소중해서 이것을 어떻게 쓸지 고민만 하다 보면 그냥 시간은 지나가거든요. 실패할지라도 하고 싶은 것을 해보고 또 다른 시도들을 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어 보는 과정이, 자기가 정말 무엇을 더 잘하고 맞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일 것 같아요.

미래에는 어떤 일들을 더 해보고 싶으세요? 
- 저는 매일 컴퓨터를 대하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사람과 이야기할 기회가 적어요. 기계와 대화할 수 없으니까요. 제가 만든 제품이 사회에 나와서 잘 사용되는 것도 뜻 깊은 일이겠지만, 직접 사회에서 제 시간과 몸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그런 기회들, 직업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소명을 가지고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을 언젠가는 해보고 싶어요.


스티브 잡스는 개발자가 아니어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시리즈의 혁신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더욱이 지금은 컨버전스 시대이다. 관성을 벗고 색다른 관점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이다. 전공과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오히려 플러스 알파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3인의 안랩인에게서 보았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짧은 시간일지 모르는 대학의 전공 공부가 인생의 너무나 큰 부분을 결정해 버린다면, 그건 너무나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말을 했다. 전공이 뭐든 간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안철수 교수는 지난해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효율적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나는 비효율적인 사람입니다. (의대 전공한 뒤 컴퓨터 바이러스 분야로 옮겼으니) 14년 간의 의사 생활이 거의 쓸모 없어졌으니까요. 프로그램 개발하던 것도 경영할 때는 쓸모가 없어지고. 효율적인 인생이 성공이라면 저 같은 사람의 인생은 실패입니다. 하지만 인생은 효율성이 전부가 아니더군요. 자기에게 정말 맞는 분야를 찾기 위해 쓰는 시간은 값진 시간인 것 같아요.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게 가장 중요해요. 내가 어떤 사람인가, 어떤 일을 잘할 수 있고 어떤 일을 하면 재미있는지 그런 것을 알 수 있는 기회를요.” 
두고두고 생각해볼 말이다. Ahn

사내기자 박신혜 / 안철수연구소 기술기획팀 선임
사진. 사내기자 황미경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 차장


대학생기자 박미영 / 고려대 산업정보디자인과
언제나 가슴 속에 간직한 문구 "행복은 습관입니다^^"
습관이 모여 행동이 되고 행동이 모여 삶의 태도가 될테니 늘 건강한 미소와 흔들림없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행복하고 싶다. '보안세상'에서의 활동이 인생에 행복을 쌓는 또 하나의 활력이 되길 기대한다.

 

대학생기자 차승학 / 중앙대 사회학과

Don't bother just to be better than your contemporaries or predecessors. Try to be better than yourself. - William Faulkner의
 말처럼 '지금의 나'를 넘어서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는 안철수연구소 대학생기자 차승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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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율무 2010.08.18 10:53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저도 전공과는 상관없는 일을 하고있지만 은근히 전공이 쓰이는거 같아요^^ 안랩에도 이렇게 전공과 다른 길을 걸으시는 분들이 꽤 계시네요~^^

    • 보안세상 2010.08.18 16:07 신고  Address |  Modify / Delete

      “전공이 뭐든 간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안랩인들의 말처럼, 좋아하는 일이어야 더 애정을 쏟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율무님의 앞날에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2. 유아나 2010.08.18 15:07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이과생에, 전자 공학과 출신에, 전자회사에 입사했다가 결국 현재의 직업을 선택하면서 혹시 내가 너무 돌아온 것은 아닌지(남들은 쉽게 적성을 찾더만^^) 너무 까탈스러운 건 아닌지(남들은 웬만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그대로의 길을 감사하면서 가던데^^;)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
    이 글을 보면서 답은 찾은 듯 합니다. 고맙습니다.^^

    • 보안세상 2010.08.18 16:04 신고  Address |  Modify / Delete

      '자기에게 정말 맞는 분야를 찾기 위해 쓰는 시간은 값진 시간'일테니까요. ^^ 유아나님께 늘 좋은 일만 생기시길 기원합니다.

  3. 짜라빠빠 2010.08.18 17:08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이글일 보니까 힘이나네요 지금 배우는전공이 너무 저에게 안맞는 것 같아서 갈팡질팡하고 있었는데 좋은 인터뷰내용 감사합니다

  4. 요시 2010.08.18 18:30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그저 멋있기만 합니다....ㅎㅎ

  5. 블로거.. 2010.08.18 20:34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하지만 안철수 선생님이 잘못 짚은것이 있네요.
    안철수 CEO님께서는 효율성이 전부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리고 지금 이너뷰 하는 사람들도 전부 학과와 관련 없었다 하지만
    저건 정말 극히 일부 0.1프로의 확률이고
    저 회사 사람뽑은 인사팀은 효율성을 찾고 천편일률적인 토익에 학점스펙에
    얼굴 등등등 이것저것 이잡듯이 들춰내서 떨굴 사람은 떨군다는것..

    저런 쓰잘데기 없는거 올리지 말고
    차라리 그냥 공부들 하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심이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0.1프로의 확율을 기대하기엔 현실이 너무 각박하지 않을까요???

    • 보안세상 2010.08.18 21:27 신고  Address |  Modify / Delete

      적은 확률만 좇으라는 게 아니고 적은 확률을 선택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고자 한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 0.1%가 1.0%로, 또 그 이상으로 높아질 것입니다.^^

  6. Sonagi™ 2010.08.19 17:15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전공과 다른 ...
    사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전공을 선택할때 정말 좋아서, 하고 싶어서 하는 선택을 할 수있는가? 어쩌면 우린 전공이란걸 하나의 기점으로 살아가는 길 (직업등)을 나누고 있을수있다고 봅니다. 우리의 삶은 태어나서 부터 죽을때까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의 결과물이 현재이고 또 미래가 됩니다. 단, 선택만하고 행동하지 않은사람들과 선택후 행동을 함에 따라 그 후에 따라오는 선택의 종류나 다양성이 바뀌게 되는 차이가 있는거죠!!
    선택과 그에 따른 실천하는 행동이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 보안세상 2010.08.20 13:44 신고  Address |  Modify / Delete

      네,소나기님 말씀처럼 선택은 늘 우리 앞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이다보니, 늘 효율적이고 옳은 선택만 하면서 살아갈 순 없는 것 같아요. 문득 안철수 박사님의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의 중요성 이 생각나네요. ^^

  7. tomais7 2010.08.31 19:05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전공은 xx학이고, 프로그래밍은 그냥 재미삼아 비주얼베이직 책 사서 "Hello world!"까지 해봤는데, 어느날 갑자기 안랩에 개발자로 입사하게 될 가능성은 없죠. 전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력입니다. 내가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보내온 시간을 보여줍니다. 컴공 전공인데, 4년 내내 컴공에 몰입했는지는 사실 알아낼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전공은 컴공이 아닌데, 프로그래밍을 좋아하고 계속 뭔가를 열심히 해왔다면 보여줄 수 있는 게 있겠죠. "배웠다"보다 "해봤다"가 훨씬 높게 평가받는 건 당연합니다.

    전공은 경영학인데, 연구개발쪽에서 직업을 구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효율적인 발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어떻게 경영학과를 선택했지만, 고민하다보니 IT쪽이 더 재미있고 끌린다면 경영학 전공이라고 해서 지레 겁먹고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비전공자인만큼 전공자들보다 더 뛰어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야겠죠. 관심과 의지를 가지고 작은 것부터 배우고 익히고, 해보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저도 비 IT전공인데, R&D에서 일하고 있거든요. 학교 다닐 때, R&D에서 일하고 싶다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한 것은 아니지만, 이쪽이 재미있으니 청강도 하고, 전산과 전공과목을 듣기도 하고 그랬던 거죠.

편의성과 디자인, 안랩 디자이너들 만나보니


디자인이 경쟁력이 되는 세상이다. 안철수연구소의 제품을 사용하면서 모두 한 번쯤은 '이 버튼은 왜 여기에 있을까?', '이 디자인은 참 예쁘다.'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제품들은 보기 좋고, 사용자가 쓰기 편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안철수연구소의 모든 제품 디자인은 디자인팀이 담당한다. 디자인팀의 정식 명칭은 UX 디자인팀. UX는 User Experience의 약자이다. 말 그대로 사용자를 위해 보기 좋고, 쓰기 좋은 UI(User Interface)를 만드는 것이 디자인팀의 임무이다. 이번에는 디자인팀을 만나보았다.



UX 디자인은 외국의 경우에는 30년 전부터 존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3년 전부터에서야 화두에 오르기 시작했다. UX 디자인은 사용자의 만족과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둔다.

UX 팀의 개발 프로세스는 '전략 도출 - 스토리 보드 작성- 비주얼 디자인 작업 - 평가'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사용자를 인터뷰해 1차 조사를 하고, 다른 제품의 UI도 벤치마킹해 이를 모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전략을 만드는 것이 첫 단계이다. 그 다음에는 메뉴 구조를 잡고 화면 설계서를 작성하게 된다(쓰기 편하게 만드는 작업). 이를 바탕으로 비주얼 디자인 작업을 한다(보기 좋게 만드는 작업).


안철수연구소 디자인팀만의 특징을 알려달라는 말에,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쪽에 집중하는 팀은 안철수연구소 디자인팀이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UX는 현재 웹에 지나치게 치중해 있다. 그리고 UX 디자인을 하는 팀이 회사 내에 있는 경우는 대기업밖에 없다고 한다. 있어도 규모가 작은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투자가 적기 때문에 UX 디자인은 별도의 회사(agency)로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UX 디자인을 외주로 맡기는 경우 회사의 요구가 온전히 반영되기 어렵다.
 
그리고 안철수연구소 디자인팀에는 '우리 일,내 일'이라는 개념이 있다. 앞서 말한 에이전시의 경우 많은 고객사의 일을 하기 때문에 '내 일'이라기보다는 '남의 일'이라는 생각이 강하다고 한다. 하지만 안철수연구소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일을 하기 때문에 '내 일'이라는 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연구소 디자인팀에도 물론 힘든 점은 있다. 기획, 개발, QA(품질보증), 기반 기술, 홍보 등 많은 다른 팀과 커뮤니케이션해 다양한 요구와 의견을 조율하고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이라는 독특한 다른 일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어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안철수연구소 디자인팀의 일은 대부분 1:1 프로젝트로 이루어진다. 한 사람 당 한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런 방식을 통해 진행하다가 도움이 필요하면 팀의 도움을 받는 식이라고 한다. 지금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중소기업용 보안 관리 서비스와 관제 서비스에 사용되는 통합보안 관리 솔루션인 '세피니티', 'V3 365 클리닉'의 차기 버전, 네트워크 보안 제품인 '트러스가드'의 패치 버전, 안랩 시큐리티 센터 등이다.



디자인팀은 김정연 팀장을 포함해 7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팀원이 모두 다 밝고 웃음이 많다. 남자라고는 김성호 연구원 한 사람뿐이라 자칫 어색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여자들 사이에 있는 게 적응이 됐거든요^^."라고 대답할 만큼 팀워크가 좋다.
 

팀의 회식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술을 안 마시고도, 술 마신 분위기를 낼 수 있는 팀?^^"이라는 대답이 나오고, 모두들 그 말에 웃음으로 호응한다.

전체적인 팀의 분위기를 물었다.
"평소에 리뷰를 자주하는 편인데, 다들 굉장히 솔직해요. 자칫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말인데, 모두들 쿨하게 받아 넘겨요. 다 하는 일 잘되라고 하는 조언이니까요. 저희 팀은 팀원들 개개인으로 보면 굉장히 소심한데, 모아놓으면 강해요. 진취적이라고나 할까요? 세미나도 자발적으로 열고 그래요. 다들 열심히 하죠."

평소에 '디자인'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서인지 고급스럽다는 이미지가 퍼져있다고 말하자, "어머, 정말요? 잘못된 고급 이미지에요~ 저희는 식사를 해도 거의 구내 식당에서 하곤 하는데요?^^ 뭐, 고급 이미지가 좋은 거긴 하지만." 이라고 말한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기자들을 UT 룸에 데려가주었다. UT 룸은 재작년 말에 생긴 곳인데, 두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한 쪽에서는 실험자가 컴퓨터를 사용하고, 다른 한 쪽 방에서는 그것을 지켜보게끔 되어 있다. 실험자가 컴퓨터를 사용해 어떤 것을 많이 클릭하는지, 어떤 것을 불편해 하는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모래툴'이라는 프로그램과 카메라를 통해 알아보는 것이다. 분기 당 1~2회씩 하면서, 이를 통해 제품의 문제점을 찾는다고 한다.

 
"다음 번에 UT 룸에서 테스트할 때 한 번 다시 오세요. 어떻게 진행하는지 보여드릴게요."

 
짧았던 만남을 뒤로하고 인터뷰는 이렇게 끝이 났다.

 
안철수연구소에 디자인팀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프로그램이 아무리 좋았다 한들 지금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받을 수 있었을까? 안철수연구소 UX 디자인팀은 연구소의 핵심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팀원들의 반짝이는 눈 속에서 그들의 열정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멋진 팀원으로 구성된 디자인팀의 미래가 기대된다.
Ahn

사내기자 김현철 주임연구원 / 기반기술팀

'나에게 주어진 모든 상황은 생각하기에 달려있다.'는 마음으로 항상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을 살아가는 자기합리화의 달인. 자신이 가진 기술이나 능력이 우주평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중이다


 

대학생 기자 이수빈 /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꿈도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욕심도 많다. 두 마리 토끼 잡으려다 두 마리 토끼 다 놓친다지만, 난 내가 원하는 토끼는 모두 다 잡을 것이다. 그녀의 무한도전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된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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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시 2009.06.10 18:57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는데 ㅎㅎㅎㅎ
    UT룸도 궁금해요 >.<처음들어보거든요~~ㅋㅋ
    UX 디자인팀은 언제 개설되었나용?ㅎㅎㅎ

  2. 2009.06.11 13:25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Freddie Mercury 2009.06.12 21:29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와우~ 잘봤습니다^^ 이 기사 보고 UX 디자인팀에 대해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어요~
    V3 365 클리닉을 보면서 쉽게 구성된 인터페이스와 눈에 덜 부담되는 색감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다 이분들 덕분이군요~ㅎㅎ 일반 사용자가 UT 룸에 들어가서 참여하는거 꼭 해보고 싶어요~ㅠ

  4. 10대의비상 2009.09.14 10:53  Address |  Modify / Delete |  Reply

    우앙 UI !!!!!!!...... ㅎㅎ 제가 지금 활동하는 부서(?) 도 UI쪽이에요 ! ㅋㅋ
    비록........ 실력은 좀...딸리지만요 ㅎㅎㅎㅎ

    다들 표정이 너무 훈훈하시네요 ㅎㅎ

    V3의 초록색과 파랑색을 너무 좋아하는데 ㅎㅎ 나날히 발전되가는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ㅎ

    + 안철수연구소 구내식당이 얼마나 좋은데요!!!!!!!!!!......... 너무 알록달록해서 유치원인줄알고 깜짝............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