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학과장까지 지냈으면서도 우리나라 대표 정보보안 기업의 경영자로 이름을 날린 안철수 박사와, 대학에서 물리학을 한 학기만 공부하고 휴학한 게 학력의 전부지만 지금은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 이들처럼 우리 주위에는 대학에서 배운 전공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거나 언뜻 보면 전공과는 어울리지 않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꽤 있다. 안철수연구소에서도 그런 이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특이한 이력으로 언제가는 제 2의 안철수, 스티브 잡스가 될지도 모르는 그들을 만나보았다.
김정연 팀장 (물리학 전공, 디자인팀)
안철수연구소에서 맡고 있는 업무가 궁금해요.
- 회사 모든 디자인과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V3 화면 구성이나 칼라, 아이콘 배치 등 UI와 메뉴 구조 디자인 전체를 아우르고, 고객의 요구를 수집 및 분석하는 일을 함께 해요.
전공이 물리학인데 어떻게 디자인 관련 직업에 종사하게 된 건가요?
- 저는 고등학교 때 이과생이었어요. 그 때는 물리 공부가 진짜로 재미있고 적성에도 맞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니 생각하던 것과 다르더라구요. 일상 속의 다양한 일들을 물리와 연관시키는 공부가 하고 싶었는데 실제 수업 시간에서는 계속 증명만 했죠. 금세 학습 흥미가 떨어졌어요. 그러던 중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그림에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전공은 최소 졸업 요건만 충족하고 나머지는 미대 수업을 청강했죠. 대학원에 가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으로 전공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더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처음 배웠던 물리가 모든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느껴요.
IT 보안 기업인 안철수연구소의 디자인팀이라면 사실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자신의 미적 역량을 발휘하기에 안철수연구소가 부족하다고 느끼지는 않는지요?
- 디자인의 범위를 어디까지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요.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메뉴를 구성해야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것도 디자인의 중요한 영역이죠. 대부분의 회사가 이러한 영역이 분리되어 있는데 반해 안철수연구소는 디자인 팀에서 이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에요.
대학 전공을 고르거나 전공이 맞지 않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넓게 많이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적응하려면 관련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어야 소통할 기회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저는 디자인팀이지만 물리도 공부했기에 개발자와의 소통에서 좀 더 이해도가 높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중, 예고를 거쳐 미대에 진학한 사람들보다 좀 더 중립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해야 할까. 처음에는 내가 공부할 수 있는 분야를 넓게 펼치고 그 다음에 파헤치는 것이 좋은 순서인 것 같습니다. 생각의 폭을 넓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혹시 나중에 더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요?
- 항상 사무실에 앉아서 머리 쓰는 일만 해왔기 때문에 몸을 쓰는 일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직접 몸을 쓰는 노동을 통해 성취하는 어떤 맛을 느껴보고 싶어요.
김정훈 수석 [성악 전공, 기반기술팀]
전공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된 과정과 이유가 궁금해요.
- 저는 안랩 병역 특례 1호로 97년 안랩에 병특 입사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성악을 준비하면서 컴퓨터도 같이 공부헸죠. 성악을 공부하고 신학대학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중고등학교 때 북한 동포를 위한 선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말하면 좀 거창하지만(웃음).. 어릴 때부터 꾸준히 다녔던 교회에서 성가대 활동도 열심히 했고 신학대학에 진학했습니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성악을 공부하면서도 꾸준히 컴퓨터 프로그래밍 아르바이트를 계속 했어요. 꾸준히 컴퓨터를 즐겨 다뤘고 성악뿐만 아니라 컴퓨터 쪽 분야에도 적성이 잘 맞았던 듯합니다. 사람이 좋아하는 분야가 하나만 있지는 않잖아요? 성악을 접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시간이 흐르고 보니 컴퓨터에 더 큰 흥미를 느끼는 스스로를 발견했죠. 현실적으로 군대 문제도 있고 하다보니 안철수연구소에 오게 되었네요.
안철수연구소 입사 면접 당시 전공에 관한 질문은 없었나요?
- 당시 조시행 상무님이 면접을 보았는데, 딱히 전공과 관련해 묻지는 않았어요. 출신 대학과 전공보다는 그 전에 해왔던 프로젝트와 경력사항을 중요하게 여겼죠. 저는 대학에 다니면서도 꾸준히 프로젝트와 관련 아르바이트를 해왔고 신입사원치고 경력이 많은 편이였습니다.
업무를 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혹시 진로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세요?
- 보통 사람들이 일과 취미를 따로 갖고 있다면 전 일과 취미가 같은 것이 특이한 점 입니다. 프로그램 개발이 저의 일이자 취미이죠. 그래서 일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밤새 개발을 해요. 힘들기도 하지만 좋기도 하죠.^^
대학 전공과 무관한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요.
-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의장님이 가장 좋은 예라고 생각해요. 의대를 나온 비전공자가 IT를 하기까지 넘어야 할 여러 가지 난관이 있었겠죠. 하지만 사람은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행여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정말 좋아하는 것만 찾는다면, 더 열심히 집중해 공부해 나갈 앞으로가 가장 중요하니까요.
이후에 더 도전해보고 싶은 것은요?
- 현재는 직장인이라는 현실에 묻혀 살기 때문에 먼 미래를 생각하고 10년, 20년 후를 준비한다기보다는 현재 안철수연구소에서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를 더 생각해요. V3의 단점이 언급될 때 V3 고객께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안철수연구소의 고객들이 자신 있게 “V3가 일등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한 V3를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이자 도전 과제입니다.
허훈 선임 [행정학 전공, 기술기획팀]
현재 하는 일과 대학교 때 공부했던 것을 소개해주세요.
- 행정학을 전공했고, 부전공으로 경영학을 했어요. 하지만 지금 하는 일은 보안성 평가 인증을 받는 일입니다. 쉽게 풀어서 말씀 드리자면 핸드폰이 출시될 때 전자파가 얼마나 나올지에 대한 인증을 받듯이 보안제품이 나올 때 보안성을 인증 받는 일을 합니다.
전공과 다른 길을 걷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행정을 전공하게 된 이유는 고 3 때 막상 가고 싶은 과가 없었어요. 그래서 아버지의 권유로 무작정 갔습니다. 처음에는 전공이 저와 잘 맞지 않아서 방황도 많이 하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나중에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면서, 제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기회를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대학교 4학년 취업 시즌이 되었을 때 친구들이 대기업에 다 원서를 넣었지만, 전 그럴 생각이 없었어요. 이전부터 벤처에 관심이 있어서 벤처 회사에 처음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일을 하면서 IT, 기술에 대한 다양한 일을 많이 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후에 안철수연구소에서도 일할 기회를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특별히 보안업체에 관심이 생겼던 건, 디아블로라는 게임을 할 때 맵핵을 받았는데, 그 프로그램에 악성코드가 들어가 있어 컴퓨터가 완전히 망가진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부터 아마도 보안에 관심이 생기게 된 것 같아요. 아픈 기억이죠. (웃음)
안철수연구소와 인연이 닿은 계기는 무엇인가요?
-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깊은 내용은 아니지만 이것저것 다루는 것이 헤드헌터이 눈에 띄어 안철수연구소에 입사 제안을 받게 됐어요. 돌이켜보면 제가 필요한 지식을 정리해두는 정도였는데, 그것으로 안철수연구소 입사 제안을 받게 될지는 몰랐죠.
요즘의 대학생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 저는 대학교 때 처음 전공이 잘 맞지 않아 방황을 좀 많이 했어요. 1학년 때 학사경고를 받기도 했고, 정말 제가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 편입시험 공부도 해봤죠. 공대생도 아닌데, 주로 공대생이 듣는 프로그래밍 수업을 듣기도 했고. 여름에는 수많은 아르바이트도 해봤어요. 요즘 대학 생활이 정확히 어떤지 모르지만, 짐작되는 건 스펙을 쌓기 위해서 영어 연수를 다녀오거나 여러 대외 활동을 한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그것보다는 실패를 더 많이 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시간은 한정되어 있지만, 시간이 너무 소중해서 이것을 어떻게 쓸지 고민만 하다 보면 그냥 시간은 지나가거든요. 실패할지라도 하고 싶은 것을 해보고 또 다른 시도들을 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어 보는 과정이, 자기가 정말 무엇을 더 잘하고 맞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일 것 같아요.
미래에는 어떤 일들을 더 해보고 싶으세요?
- 저는 매일 컴퓨터를 대하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사람과 이야기할 기회가 적어요. 기계와 대화할 수 없으니까요. 제가 만든 제품이 사회에 나와서 잘 사용되는 것도 뜻 깊은 일이겠지만, 직접 사회에서 제 시간과 몸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그런 기회들, 직업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소명을 가지고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을 언젠가는 해보고 싶어요.
스티브 잡스는 개발자가 아니어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시리즈의 혁신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더욱이 지금은 컨버전스 시대이다. 관성을 벗고 색다른 관점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이다. 전공과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오히려 플러스 알파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3인의 안랩인에게서 보았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짧은 시간일지 모르는 대학의 전공 공부가 인생의 너무나 큰 부분을 결정해 버린다면, 그건 너무나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말을 했다. “전공이 뭐든 간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안철수 교수는 지난해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효율적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나는 비효율적인 사람입니다. (의대 전공한 뒤 컴퓨터 바이러스 분야로 옮겼으니) 14년 간의 의사 생활이 거의 쓸모 없어졌으니까요. 프로그램 개발하던 것도 경영할 때는 쓸모가 없어지고. 효율적인 인생이 성공이라면 저 같은 사람의 인생은 실패입니다. 하지만 인생은 효율성이 전부가 아니더군요. 자기에게 정말 맞는 분야를 찾기 위해 쓰는 시간은 값진 시간인 것 같아요.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게 가장 중요해요. 내가 어떤 사람인가, 어떤 일을 잘할 수 있고 어떤 일을 하면 재미있는지 그런 것을 알 수 있는 기회를요.”
두고두고 생각해볼 말이다. Ahn
사내기자 박신혜 / 안철수연구소 기술기획팀 선임
사진. 사내기자 황미경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 차장
대학생기자 박미영 / 고려대 산업정보디자인과
언제나 가슴 속에 간직한 문구 "행복은 습관입니다^^"
습관이 모여 행동이 되고 행동이 모여 삶의 태도가 될테니 늘 건강한 미소와 흔들림없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행복하고 싶다. '보안세상'에서의 활동이 인생에 행복을 쌓는 또 하나의 활력이 되길 기대한다.
대학생기자 차승학 / 중앙대 사회학과
Don't bother just to be better than your contemporaries or predecessors. Try to be better than yourself. - William Faulkner의 말처럼 '지금의 나'를 넘어서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는 안철수연구소 대학생기자 차승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