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학교 공지사항에 평소 존경하던 기업인 안철수연구소에서 연수생(인턴)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떴습니다. 면접 도중 마지막 질문이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것을 말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했던 말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 저는 밭일을 제일 잘합니다.”
이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면접을 봤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5개월 연수생활을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연수 생활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저를 도와준 모든 직원들입니다. 연수하는 동안 진로를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에 걱정 반, 죄송스러움 반으로 다른 부서 연구원들에게 각 부서 업무를 알고 싶다고 메일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때 메일을 받은 모든 분들이 매우 친절하게 회신해주었습니다. 또 평소 아이패드, 아이폰 같은 기기에 관심이 많은데 직접 자신의 아이패드를 3일 정도 빌려준 분도 있습니다.
안랩인들의 도움으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학교 소모임, 동아리 활동으로는 배울 수 없었던 값진 것들을 배웠습니다. 현실적으로 저한테 부족한 게 무엇이고 남은 대학 생활 동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연수 생활 전이나 후나 안철수연구소는 여전히 저에게 존경스러운 회사입니다.
저는 품질보증팀에서 특허 업무와 모바일 테스트를 했습니다. 공대생인 저에게 ‘특허’ 는 생소한 분야였는데 이 일을 맡으면서 발명을 제안하고 그 발명이 특허를 받기까지의 과정을 알 수 있었습니다. 모바일 테스트를 하는 동안에는 제가 발견한 버그가 수정되거나 건의한 기능이 제품에 반영되기도 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품질보증팀에서는 매달 버그를 가장 많이 찾은 연수생을 ‘버그킹’으로 선정하고 포상으로 휴가를 하루씩 주는데 두 번의 버그킹으로 이틀 동안 포상 휴가까지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후배 연수생에게 작은 조언을 하자면, 연수 생활 동안 책임감을 가지고 맡은 업무를 열심히 한다면 하는 만큼 얻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안철수연구소에서 연수생으로 있었던 5개월이 대학 생활 3년 중에 가장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모든 안랩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연수 생활을 마칩니다.
웬 3, 4월에 눈이냐며 두꺼운 코트를 입고 질척질척한 눈을 밟으며 여의도 공원을 가로질러 출근했는데, 이제는 뜨거운 태양을 피해 나무 그늘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여의도 공원 출근길도 걸을 날이 며칠 안 남았네요.
IT 분야가 적성에 맞는지, 이 길로 나아갈지 확신도 없던 대학교 2학년 때, 서점에서 ‘네 꿈에 미쳐라’라는 안철수 의장님에 관한 책을 우연히 읽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컴퓨터 보안에 흥미를 갖고, 직업관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인연이 연수생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이윤 창출과 공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안철수연구소는 나만을 위한 일이 아닌 '너와 나를 위한 일'을 하고 싶은 저의 가치관과 잘 맞기에, 그리고 정보보안 분야 리더이기에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품질보증팀에서 위험 사이트 차단 서비스인 ‘사이트가드(SiteGuard)’의 테스트를 맡아 일했습니다. 전반적인 기능뿐 아니라 작은 버튼에서부터 텍스트 하나하나까지 확인하는 것을 보고 얼마나 꼼꼼하고 책임감을 요하는 직업인지 알았습니다. 게다가 QA(품질보증) 전체 과정을 모르고 테스트만 했다면 ‘이게 다인가’라는 섣부른 생각을 할 수도 있었지만, 권서진 주임이 최초 기획 문서부터 보여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사이트가드가 있는지 설명해 주어서 업무 파악이 수월했고, 그 일에 매력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운 좋게도 잠시 AhnLab Online Security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테스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품마다 테스트 방식, 툴, 환경, 장비 등 모든 게 달라서 헤매기도 했지만 직접 테스트를 해봄으로써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중간에 테스트를 하다가 하드 디스크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하드웨어 부품에 대한 정확한 지식도 없이 하드 디스크와 케이블 선을 바꾸어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그 때문에 시간도 낭비하고 그동안 설치한 이미지도 다 날렸지만 덕분에 하드웨어까지 마스터하는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안랩에서 좋은 사람들과의 하루하루가 모두 잊을 수 없는데, 그 중 하나는 안철수 의장님과의 창립 기념 사진 촬영이었습니다. 전 직원 단체 촬영 후에는 의장님과 연수생들만 함께 사진을 찍는 기회도 누렸습니다.
다른 하나는 난생 처음으로 신문에 나왔는데, 바로 ‘V3 365클리닉 PC주치의’ 신제품 홍보 사진 모델로서였습니다. 보도용 샘플 사진을 보고 촬영했는데, 평소에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데도 입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힘들어서 아무나 모델 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연수 기간에 실질적인 업무를 직접 해봄으로써 책임감과 성취감을 느꼈고, 어떠한 태도로 사회 생활을 해야 하며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고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향후 하고 싶은 직무를 실제로 하는 분들을 만나 귀한 조언을 얻었습니다. 컴퓨터 관련 다양한 툴을 다룰 기회가 많아 기본적인 컴퓨터 하드와 개발 언어에 대한 지식을 쌓은 것도 값진 소득입니다.
마지막으로 다음 연수생들께 하고 싶은 말은, 지레 겁먹을 필요도 없고 또 좀 익숙해졌다고 자만할 이유는 더욱 없으며, 초심을 잃지 말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즐기라는 것입니다. Ahn
이정훈 / 성신여대 컴퓨터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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