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간의 합숙교육 중 3일째 되는 날 안철수 의장님의 강연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처럼 나 역시 안철수 의장님을 평소 존경해왔기 때문에 어떤 말씀을 해주실까 매우 설레고 기대되었다.
의장님은 먼저 우리 8기 공채들의 나이를 물어보시고는 우리 나이 때에 의장님이 하셨던 고민이나 느꼈던 점 3가지 정도를 말씀해 주셨다. 같은 20대에 했던 고민들이라 그런지 공감 가는 내용이 많았다.
첫째는 사회에 대한 부채의식이다. 의장님은 학교만 27년을 다녔는데 그렇게 오랜 기간 학생으로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은 덕분이며, 의장님도 사회구성원으로서 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나는 태어난 순간부터 보답의 의무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생각해왔다. 먼저 이 세상에 날 낳아주신 부모님에 대한 보답, 기쁨 슬픔을 함께 나눠준 친구에 대한 보답 등. 그런 점에서 의장님이 말씀해주신 사회에 대한 보답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둘째는 독서에 대한 내용이다. 의장님은 책을 많이 읽으셨다고 한다. 책은 다른 사람의 30년 노하우의 집합체라며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을 강조하셨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에 주의할 점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만약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두 권의 책을 읽었을 때, 첫 번째 책 외에 두 번째 책부터 다 배척해버린다면 그것은 자기 주변에 벽돌을 쌓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발전이 없다.
반대로 두 번째 책을 읽었을 때 그 의견에 쉽게 흔들려 버린다면 귀가 너무 얇아 일관성이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따라서 다양한 의견들을 적절히 수용하여 간접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는 20대의 도전정신에 대한 내용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20대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를 물어보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도전이라고 말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도전과 무모한 시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회사 업무와 같이 해야 할 일이 있고, 갑자기 너무나 해보고 싶은 일이 있을 때 해야 할 일을 포기하고 해보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무모한 일일 뿐이다. 도전이란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 나의 다른 부분을 희생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그렇게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두 가지를 계속 하다 보면 두 가지 일 모두에 전문성이 생기는데, 그렇게 내가 전문성을 갖추고 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오게 되고, 그때 그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이 바로 도전이다.
의장님의 강연을 듣기 전까지는 ‘도전’을 ‘시도’ 정도의 의미로 가볍게 생각했는데, 도전이야말로 오랜 시간의 인내가 필요한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질의 응답 시간 동안 좋은 얘기가 많이 오갔다. 그 중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원칙에 대한 내용이다. 원칙이란 남들이 봤을 때 멋있는 게 아니라 이 원칙대로 살면 손해가 나더라도 지킬 만한 가치가 있을 때. 그때부터 단단해져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갈 원칙이 되는 것이라고 하셨다.
원칙은 각각의 사람들이 그간 살았던 삶을 돌아보고 그 속에서 일관성(예를 들어 문제에 부딪혔을 때 일관성 있게 선택했던 부분과 같이)을 찾아 뽑아내는 것이다. 이렇듯 원칙은 이상적인 논리로 뽑아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진실의 울림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살면서 앞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선택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질 텐데 고민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민 끝에 선택을 함으로써 나를 알게 되고 이 과정들을 통해 나만의 원칙들이 점점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원칙이 단단해지고 나면, 앞으로 갈등이 생겼을 때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인터넷이나 책,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의장님의 강연을 가까이서 직접 들으니, 다른 곳에서 이미 들었던 내용이라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어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잔뜩 필기를 해 놓았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녹음을 해두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다. 3박 4일의 교육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고, 나중에 회사 일이 힘들어질 때 곱씹어보면 나에게 비타민 같은 추억이 될 것 같다.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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