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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人side/안철수 창업자

안철수, CEO 퇴임 후 첫 전사 이메일에 담긴 의미

안철수연구소(안랩) 창업자이자 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인 안철수 교수는 2011년 11월 14일 600여 명의 안랩 임직원 전체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이 가진 안철수연구소 지분 중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안 교수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은 그가 퇴임하던 날 이후 처음이다.

*퇴임사 전문 http://www.ahnlab.com/company/site/about/founder_retire.jsp

이번 결심은 CEO 퇴임만큼 안랩의 역사에서 의미 있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발언 이 일으킨 사회적 파장을 보면 이는 안랩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에도 신선한 충격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한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그는 언젠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기업가 유일한(1889~1971) 박사를 존경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유일한 박사는 개인 주식을 기탁해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 신탁기금'을 발족하고 사후 전 재산을 이 기금에 출연함으로써 '건전한 기업 활동을 통해 얻은 기업 이윤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되돌려야 한다'는 기업 이념을 몸소 실천했다. 안철수 교수는 존경의 뜻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한편으로 가히 충격적인 안 교수의 '통큰 사회환원'은 사실 그가 살아온 삶을 보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는 의대 재학 시절 수시로 무의촌 봉사 활동을 했고, 의대 박사 과정 중 브레인 바이러스 퇴치용 프로그램을 만든 이후 오로지 남을 위해 7년 간 잠을 줄여가며 V3를 개발해 무료 보급했다.

V3의 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하자 전도유망한 의대교수의 길을 접고 미래가 불투명한 보안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고민 끝에 '기업은 혼자서 하기 힘든 의미 있는 일을 여럿이 함께 하는 것이고, 그 본질에 충실했을 때 결과로 나오는 것이 이윤이다.'라는 그 나름의 정의를 내리고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 이후에도 개인용 V3를 무료 보급하는 등 사회의 일원으로서 기업이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철학으로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2000년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한다.'라는 '안철수연구소의 존재 의미'를 명문화했다.

기업 경영 10년 만에 퇴임한 후에는 한 기업의 성공이 사회적 자산이 되어 중소 벤처 업계 전체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두 번째 미국 유학을 갔다. 방문연구원, 연수 등의 쉬운 길이 아니라 정식 시험 과정을 거쳐 석사 과정을 밟은 것이다. 귀국 후에는 KAIST에서 기업가정신을 가르치며 후학을 양성하는 한편 활발한 대외 강연으로 실의에 빠진 젊은이들을 위로하고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지금은 불모지나 그의 삶을 움직이는 것은 '제가 이룬 것은 저만의 저만의 것이 아니라는' 부채의식인 것이다. 

그는 말했다.

"평생을 아버지처럼 의사로 살 줄 알았는데, 최선을 다해서 살다보니 오히려 의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CEO를 그만둘 때도 마찬가지였다. 더 의미가 크고, 더 재미있고 보람 있게 일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그러나 한 가지 변치 않을 것은, 어떤 일을 하고 있든 간에 매 순간 의미 있고, 보람 있고, 잘하는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50년을 걸어온 그의 삶이 그러했듯 앞으로도 그는 소신 있고 진중한 행동으로 감동과 신뢰를 줄 것이다.

-------<안철수 교수 이메일 전문>--------

더불어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며

안연구소 동료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작은 결심 하나를 실천에 옮기려고 합니다.

그것은 나눔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의사와 기업인, 그리고 교수의 길을 걸어오면서
우리 사회와 공동체로부터 과분한 은혜와 격려를 받아왔고,
그 결과 늘 도전의 설렘과 성취의 기쁨을 안고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한 가지 생각을 잊지 않고 간직해왔습니다.
그것은 제가 이룬 것은 저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는 기업을 경영하면서 나름대로 '영혼이 있는 기업'을 만들고자 애써왔습니다.

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숭고한 의미가 있으며,
여기에는 구성원 개개인의 자아실현은 물론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보다 큰 차원의 가치도 포함된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가치를 실천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의 폐허와 분단의 아픔을 딛고 유례가 없는 성장과 발전을 이룩해 온
우리 사회는 최근 큰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건강한 중산층의 삶이 무너지고 있고
특히 꿈과 비전을 갖고 보다 밝은 미래를 꿈꿔야 할
젊은 세대들이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습니다. 

저는 지난 십여 년 동안
여러분들과 같은 건강하고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과
현장에서 동료로서 함께 일했고,
학교에서 스승과 제자로도 만났습니다.
또 그 과정에서 이상과 비전을 들었고 고뇌와 눈물도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시련들을
국가 사회가 일거에 모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국가와 공적 영역의 고민 못지않게
우리 자신들도 각각의 자리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받은 입장에서,
앞장서서 공동체를 위해 공헌하는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실의와 좌절에 빠진 젊은이들을 향한 진심어린 위로도 필요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동체의 상생을 위해 작은 실천을 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덕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 더 의미 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 

10여 년 전 제가 책에 썼던 말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그래서 우선 제가 가진 안연구소 지분의 반 정도를 사회를 위해서 쓸 생각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밟는 것이 좋을지,
또 어떻게 쓰이는 것이 가장 의미 있는 것인지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겸허히 들어 결정하겠지만,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쓰여졌으면 하는 바람은 갖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의 핵심중 하나는
가치의 혼란과 자원의 편중된 배분이며,
그 근본에는 교육이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선은
자신이 처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마음껏 재능을 키워가지 못하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일에
쓰여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다른 목적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것을 실천한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오늘의 제 작은 생각이 마중물이 되어,
다행히 지금 저와 뜻을 같이해 주기로 한 몇 명의 친구들처럼,
많은 분들의 동참이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뜻 있는 다른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2011년 11월 14일
안 철 수 드림

 

사내기자 황미경 / 안철수연구소 커뮤니케이션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