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11 총선은 지난 2월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투표 당일 인증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행위가 허용됐다. 이에 따라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자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기본 3∼4개의 SNS 계정을 운영하며 유권자들과 소통에 나섰다.
실제로 총선 당일 트위터 상에서는 투표 시간인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 동안 무려 47만 건이 넘는 트윗이 '투표'를 언급하며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끌어오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여기에 투표 사실을 사진으로 확인해주는 이른바 '투표 인증샷' 올리기는 시간당 7,000건에 달했다. 투표 시간 동안 인증샷을 담은 총 6만여 건의 트윗이 트위터에 올라온 셈이다.
SNS 여론, 감시와 견제 역할까지
이런 상황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SNS로 전파되는 메시지는 방송이나 신문과 같은 기존의 언론 매체만큼의 수준으로 방대하고 강력해졌다. 그 동안 상대적으로 정치적인 결집이 취약하다고 여겨지던 2040세대가 정치적 파워를 발휘하는 것도 이와 같은 SNS를 통한 결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제 어느 정당도 SNS를 통해 정치적 의견을 형성하는 대중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와 같이 SNS가 정치적 결집이 취약했던 세대의 결집을 도모하고, 기존 제도권 정당들을 견제하는 또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나타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SNS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생겨나고 확산되거나 특정 사안에 대한 무분별한 편견이나 불신을 조장하는 사례 등이 그에 해당한다. 그러나 가장 큰 부작용은 여론 형성 능력의 한계가 아닐까 한다.
SNS 여론의 한계
당초 이번 총선 직전까지 여야에 대한 ‘사회적 여론’은 어느 한쪽이 딱히 우세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여당은 정권 심판 분위기로 인한 초반의 불리했던 여론을 개혁과 쇄신의지를 보이며 극복해 나갔고, 야당은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우위에 있던 여론 분위기를 끝까지 끌고 가지 못했다. 이와는 다르게 SNS 공간의 여론은 사회적으로 형성되고 흘러가던 여론과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상대적으로 여당 보다는 야당에게 유리한 여론으로 형성되어 있었으며 선거가 시작되기 전부터, 선거 당일까지 큰 흐름으로써 그러한 여론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
총선 결과를 두고, 어느 여론이 맞았다, 틀렸다를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SNS를 통해 형성되는 여론이 가지는 한계를 지적할 수는 있다. 사실 SNS 공간에서 야당의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트위터나 블로그 등의 SNS를 향유하는 계층이 야당 성향이 강한 20~30대이기 때문이다. 즉, SNS를 통한 여론 형성이 그것을 주로 이용하는 특정 계층과 세대의 여론을 반영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SNS 여론은 자칫 특정집단의 여론으로 그칠 수도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아가 이러한 SNS의 편향성은 그것의 순기능인 소통의 기능과 역할까지 폐쇄적이고 제한적으로 만들 수 있다.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만 의견을 주고받는 형태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정한 SNS 여론의 장, 다양성을 기반으로 해야
SNS가 탄생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제 1의 동력은 소통과 교감이다. 그리고 그러한 소통과 교감은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TV나 라디오 같은 기존 대중 매체를 통해 한정된 여론을 간접적으로 접해 오던 사람들은 이제 SNS를 통해 수많은 사람의 의견을 직접 접할 수 있다. 즉, 수만 가지의 다양한 의견에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SNS 공간에서 형성되는 여론이 특정집단의 전유물을 벗어나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소통과 교감의 장으로서 진정한 여론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기를 바란다. Ahn
대학생기자 엄석환 / 숭실대 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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